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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한국사 관련 서술 분석
  • 윤세병/동북아역사재단
  • 등록 2019-04-20 20: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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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에서 검정에 통과한 사회 교과서는 3종이다. 현재 사용되는 4종의 교과서 중 光村圖書出版이 검정본을 제출하지 않은 가운데 東京書籍, 敎育出版, 日本文敎出版의 사회 교과서가 검정 통과본이다. 이들 교과서는 향후 수년간 일본의 초등학생이 배우는 교재가 될 것이다.

2019년 일본에서 검정에 통과한 사회 교과서는 3종이다. 현재 사용되는 4종의 교과서 중 光村圖書出版이 검정본을 제출하지 않은 가운데 東京書籍, 敎育出版, 日本文敎出版의 사회 교과서가 검정 통과본이다. 이들 교과서는 향후 수년간 일본의 초등학생이 배우는 교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초등 사회는 교육과정상 3~6학년 과정에 배치되어 있다. 3~4학년의 내용은 사회생활이다. 자신이 사는 공간을 중심에 놓고 동심원을 확대하는 공간(환경) 확대법이 적용된다. 3학년은 자신의 마을이나 市를 범위로 하고, 이보다 확대된 4학년은 縣(都, 道, 府) 수준의 사회생활이다. 5학년은 지리(일본 지리+세계 지리)이다. 6학년은 정치, 일본사, 국제(세계 속의 일본)를 다루도록 하고 있다. 6학년 과정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지만 일본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사 관련 역사 내용은 현행 교과서와 비교해 볼 때 간단한 인상비평은 ‘대동소이’라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도드라진 서술이 비록 적으나, 6학년 사회의 역사는 일본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제도교육의 공간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공식적인 역사로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여기서 취하고 있는 구성 방식이 중고등학교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감안하면 초등 역사라 해서 간과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본고에서는 전체적인 서사 방식과 함께 근현대 시기 한국사 관련 서술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으로 한다.


1. 한국․중국과는 다른 방식의 로망스(romance) 서사


6학년 역사는 3종의 교과서 11~12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마지막 단원은 모두 종전을 기점으로 그 이후인 1945년 이후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대단원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향해’(교육출판), ‘새로운 일본으로 가는 길’(일본문교출판), ‘새로운 일본, 평화로운 일본으로’(동경서적).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가 ‘밝음’인 것은 현재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니면 희망사항일 수 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적절한 설정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 그 앞 단원이다. 시기 상 일본이 벌인 전쟁이 기술되는 단원이다.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묘사하고 있을까? 내용 요소를 추려 보면 확대되는 전선, 전시의 일상생활 그리고 전쟁의 패배(공습과 원폭 투하)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쟁에 동원된 식민지 조선인의 모습을 넣은 경우도 있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서술은 어느 면에서 탁월한 지점도 있다. 나름 균형 감각을 가지고 서술 안배가 이뤄진 듯하지만 어딘가 불편함이 있다. 


단원의 전체 구도를 보자. 단원 배치를 보면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성립과 그 이후의 발전(선사~제2차 세계대전 이전) 그리고 경험하는 굴곡진 세월(제2차 세계대전). 바로 전쟁의 패배다. 그리고 부활하는 일본(전후~현대)이라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로망스 구조이다. 로망스는 선이 악을, 미덕이 악덕을 이김으로써 영웅이 스스로 운명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구원의 드라마이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수 부활의 드라마도 전형적인 로망스 서사의 하나이다.(Hayden White). 성장하던 일본이 전쟁의 상처를 입지만 그것을 딛고 다시 성장한다는 서사 구조이다. 동경서적의 경우 마지막 대단원의 한 중단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시 세계 속으로’이다.


묘한 것은 한국, 중국, 일본 공교롭게도 모두 로망스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상처를 강조하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외세의 침략으로 인한 상처를 비중있게 서술하는 반면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상당히 부각시킨다. 그런데 국가 간 가해자-피해자 관계로 보면 일본이 가해자이고 한국과 중국은 피해자이다. 국가 간 가해-피해 관계가 성립하는 동일한 전쟁에서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이다.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의 모습으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대단원 도입부에서 이미지를 배치한 방식을 보자. 동경서적은 원폭 투하 후 파괴된 히로시마의 모습을 펼침 면의 두면에 걸쳐 크게 실었다. 교육출판은 도쿄대공습으로 파괴된 시내를 양면에 걸쳐 싣고 그 옆에 이보다 작은 크기의 2014년 현재 도쿄 사진을 대비시키고 있다. 흔히 교과서 분석에서 문자 텍스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비문자 텍스트인 그림이나 사진의 경우가 훨씬 더 에너지가 큰 경우가 많다. 사진이나 그림은 직관적 성격의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경서적에서 ‘공습으로 일본의 도시가 불타다’(136~137)의 중단원은 ‘도쿄대공습의 모습(상상도)’을 크게 실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텍스트 속에서  ‘공습’이라는 단어가 무려 10차례(사진 캡션 포함) 등장한다. 전쟁의 전 시기 중 전쟁 말기의 모습을 클로즈업하여 보여줌으로써 그 효과는 배가된다. 교과서 서술에서 영광(chosen glory)과 수난(chosen trauma) 중 수난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집단 정체성 형성의 기제로 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러한 서술 방식도 수난사를 강조함으로써 포지션을 변환시키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2. 메이지 영광론과 식민지 한국


학습지도요령에는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 각지에 대한 공습, 오키나와전,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 등, 우리나라 국민이 큰 전화를 입은 것 등을 통해서 대전이 인류 전체에 참화를 미친 것을 이해하도록 한다.”라고 진술한 부분이 있다. 메이지 시기가 아닌 제2차 대전 시기를 염두에 둔 진술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 시기는? 특히 메이지 시기는? 메이지 시기의 영광 속에 식민지의 길로 접어든 조선은 어떤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을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한 기술을 보면 의미 있는 진술도 보인다. “일본인 사이에서는 조선이나 중국의 사람들을 내려 보는 인식이 점차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교육출판 6학년, p.190) 상대방에 대한 비하나 혐오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 역사적으로 따져보고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역사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프레임은 전쟁에 대한 비판적 사고보다는 그 이후 일본의 성장과 연결되어 있어 흐름상 일본으로서는 필요한 전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아시아의 국가 일본이 유럽 국가인 러시아에 승리한 것은 구미 제국의 진출과 지배로 고통 받는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을 주었습니다.”(일본문교출판 6학년 下, p.185)와 같은 진술은 침략 전쟁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안중근이 감옥에서 쓴 글이나 네루가 딸에게 보낸 편지 등에서도 처음에 일본에게 기대를 했으나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는 기록들이 있음에도 편면적인 기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지 시기의 일본은 근래 일본에서 국제적 시야의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일환으로 한국의 매스컴에서도 많이 소개되었던 하시마(군함도)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을 소개하면서 등장하고 있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제철, 제강, 조선, 석탄 산업(8개현, 23개소. 사진은 나가사키현의 하시마 炭坑跡)”(『지도』, 동경서적, p.79; 『지도』, 제국서원 p.101). 동경서적 6학년 사회에는 하시마의 사진과 함께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8개현 28개 장소가 지도 위에 표시되어 있다.(p.158)


이러한 서술 방식은 자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한 방식을 취하게 될 내후년 검정이 예고된 고등학교 역사종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세계사 속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컨셉으로 자국사를 세계사 속에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그 상징으로서 군함도를 부각시킬 때 한일 양국 간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3. 관동대지진


“지진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퍼져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동경서적 6학년 下, p.125)


“지진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는 등의 잘못된 소문이 퍼져 많은 조선인들이 살해되는 사건도 일어났습니다.”(일본문교출판 6학년 下, p.189)


“이 지진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 죄 없는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교육출판 6학년, p.195)


3종의 교과서에 실린 진술이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약간의 온도 차가 존재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문교출판에는 살해된 대상에 중국인이 빠져 있고, 교육출판은 ‘죄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진술들이 공통으로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밑줄 그은 부분을 보면 피동형 문장이다. 수동태를 사용함으로써 주어, 즉 행위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학살 사건의 주체가 누구인지 기술하지 않고 있으며, 희생자의 수에 대해서도 그 규모를 막연하게 기술하고 있어 당시 학살 사건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희생된 사람은 한국인과 중국인만 있었을까? 오스기 사카에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 비판적 지식인 등에 대한 학살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전쟁과 폭력에 대한 성찰(insight)과 그리고 질문. 관동대지진의 학살에 참여한 주체와 관련하여 국가범죄는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은 어떻게 가해자가 되는가? 혐오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향해 표출되는가? 초등학생을 고려할 때, 하나의 상징적 사건을 통해 평화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는 것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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