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 서울 종로구 신영동 세검정 일대 신축 공사장에서 고려 중기 때로 추정되는 대규모 건물터와 유물이 발견됐다. 건물 축대와 기단 등이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데다 서울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건물 규모로는 상당히 커서 주목된다.
20일 문화재청과 수도문물연구원에 의하면 서울 종로구 신영동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부지에서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흔적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곳은 당초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땅이 공사를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이 두 차례에 걸쳐 약 1382㎡ 크기 부지를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는 ‘승안 3년’(承安 三年)이라고 새겨져 있는 기와 조각과 청자 조각, 도기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승안 3년은 1198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유물인 ‘송자청 묘지명(墓誌銘·죽은 사람의 행적을 돌이나 도자기에 새긴 유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송자청(?∼1198)은 평안북도 안주 출신 무신으로, 그의 묘지명에 ‘승안 3년’(1198년) 사망했다고 기록됐다.
문화재 관계자는 “‘승안 3년’이 새겨진 기와가 나온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때 이곳에 고려시대에 조성된 건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런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한꺼번에 발굴된 점에 주목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장의 서쪽 권역에서는 건물지가 최소 3곳에 달하고, 한 곳은 남아있는 유구로 추정할때 길이 20m, 너비 5.5m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 결과,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단과 석축 등을 토대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관련 건물지가 서울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일반 민가보다는 위계가 있는 건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유적으로부터 약 370m 떨어진 신영동 공영주차장 신축 부지에서도 고려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흔적이 확인됐다.
앞으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유적의 성격을 규명한 뒤 현장 관계자, 관할 지자체 등과 함께 보호 조치 및 보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축대, 기단(基壇·건축물의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 등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과거 어떤 용도로 쓰였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