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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45] 극단 동숭무대 창단 25주년 기념공연 2, 임정혁 연출 '가석방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5-06 11: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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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극단 동숭무대 창단 25주년 기념공연 2 요시무라 아키라 원작 가네시타 타츠오 대본 아라이 키쿠코 번역 임정혁 연출의 가석방을 관람했다.


연극은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 1927~2006)는 소설가다. 도쿄 닛뽀리에서 태어났다. 가쿠인대학을 중퇴하고 1966년 「별에게의 여행(星への旅)」으로 다자이오자무상을 수상 등단했다. 같은 해에 쓴 소설 ‘어둠에 순간 번뜩이다(闇にひらめく)’가 <가석방>이다. 일본에서 <우나기(うなぎ)>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요시무라 아키라 작 <7인의 사무라이>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어 많은 관객이 관람했다.


가네시타 다쓰오는 인간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표현을, 얽혀있는 인간관계와 현장감 넘치는 전개의 연출을 자랑하며, 연극계에서 독특한 재능을 발휘해, 수많은 연극·연출가상을 수상하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연출가로 국내에선 <루트64>, <어른의 시간>, <고르곤> <절대영도> 등이 공연되었다


임정혁은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동숭무대 대표다. 대한민국 연극 네트워크사업단 대표, (사) 3대 서울 연극협회 이사, (사)한국 소극장 협회 이사, 서울 단편극페스티벌 위원장을 역임하고, 중요 무형문화제 제 90호 이수자다. 연출작으로는 '청춘예찬' '비닐 우산은 하늘이 보인다' '시선' '지금 우리는' 'Happy day' '고도' '노킹' '흐르지 않는 시간' '몽환곡' '내 그리운 사람아' '명주를 부탁해' '백수의 꿈' '오셀로'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 외에 다수 작을 연출했다.


연극 <가석방>에서 주인공은 불륜을 저지른 아내와 불륜 상대남을 칼로 찌르고 상대남의 집에 불을 질러 그의 어머니까지 죽인 혐의로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규율을 잘 지키며 생활해온 덕분으로 주인공은 모범수로 인정되어 16년만에 가석방되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은 살인을 저질렀을 때의 기억에 시달리면서도, 보호관찰관 등 주변 사람들의 호의로 점차 사회생활에 적응해 간다. 혼자 자취하며, 술이나 담배도 줄이고, 방 안에 어항을 두고 구피 같은 물고기를 기르며, 취직한 직장도 성실히 다닌는 설정이다. 가석방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과 면담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모든 관계가 순탄한 편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살해한 사람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숙하다고 믿었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현장을 목격하고, 말 한마디 없이 칼로 찌르고 말았던, 살인 현장에서 냉정했던 자신의 머리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는 필연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자신이야말로 결함을 가진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으로 어항에 입을 대고 냅다 소리를 지르거나, 다다미를 들치고 들어가기도 하고, 탁자를 소리나게 내려치기도 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찾아온 연장자 지인이 올 때 늘 함께 데려온 동반자 여인에게 마음이 이끌려 둘이 있게 되었을 때에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고 결국 그 여성 도요타와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감방 동료 같은 친구가 찾아 오면서 주인공이 외출했을 때 동료는 여인을 겁탈한다. 주인공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도요타를 엉겁결에 밀쳐 살해하고 만다. 기절한 게 아닌가 숨소리가 나나 살펴도 보지만 죽은 것을 확인하자, 다다미를 들추고 시체를 그 안에 내려놓는다.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듯, 주인공은 향로에 향을 피우고, 전화로 보호관찰관에게 이 사실을 조용히 알리며 연극은 막을 내린다.


작가는 “사람 마음의 가장 깊은 곳, 죄의식. 거기는 본인만 아는 영역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죄책감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며, 이웃이 고독하게 ‘죄의식’과 싸우고 있다면, 그가 마음에 상처로 이성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게 되어 있다면, 그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대는 10조 다다미 방이다. 배경에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 같은 공간이 있고 커튼이 처져있다. 배경 가까이 하수쪽에 등퇴장로가 있고, 잠긴 방문을 열고 출입을 한다. 방 배경 하수쪽에 낮은 장과 그 위에 TV수상기가 있고 전화기도 놓여있다. 방 상수쪽에는 씽크대가 있고 식기와 컵이 있다. 씽크대 바닥에는 신문을 잔뜩 쌓아놓았다. 다다미 방 가운데 낮은 식탁이 있고, 그 위에 어항이 있고 구피 같은 작은 물고기가 보인다, 구피 모이통도 사용된다, 방 중앙에 다다미를 들추고 그 속에 내려가 앉는가 하면 그 후반에 시체를 넣기도 한다.


강성해, 윤상호, 원완규, 최지은, 이규태가 출연해 일본인 같은 성격창출과 감성표현은 물론 동선 하나에 이르기까지 일본작품임을 생각나게하는 독특한 연기로 관객을 심취시키며 90분의 공연을 이끌어 간다.


제작PD 이종일, 프로듀서 나일봉, 컴퍼니매니저 노진우, 조연출 최태경, 기획 김루비 이주미, 무대 김진기, 사진 로빈K, 음향오퍼 최태경, 조명오퍼 백지영, 목소리 출연 김지형 서민균, 주최 주관 동숭무대 등 스텝진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동숭무대 창단 25주년 기념공연 2 요시무라 아키라 원작 가네시타 타츠오 대본 아라이 키쿠코 번역 임정혁 연출의 가석방을 일본색채와 향이 충만한 특출한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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