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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신념으로 대한민국 약학 분야 탑 출판사의 명예를 이어가겠습니다” - 신일북스 오상환 대표
  • 기사등록 2021-06-03 15: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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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출판계에 내려오는 오래된 격언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책이란, 한 시대의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고, 한 국가의 문화적 자양분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국가 기반산업’이라고 칭해도 큰 무리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약학을 비롯한 의학과 자연과학 분야의 최고 출판사라고 하면 단연 ‘도서출판 신일북스’를 손꼽지 않을 수 없다. 1984년 서점으로 출발한 도서출판 신일북스는 37년간 총 1,000여 권의 국내외 전문 분야 도서를 발간해 학문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 4월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2021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도서출판 신일북스 오상환 대표를 만나 기나긴 출판 인생의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신일북스 오상환 대표(사진=유미라기자)

국무총리 표창에 이어 대통령 표창까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의학, 약학, 자연과학 분야의 출판물일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수요가 없는 이 분야의 책들은 오로지 대학, 교수, 의사와 한의사 등의 전문인들에게만 팔린다. 그만큼 대중적인 수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만큼은 말로 다 하기 힘들 정도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소중한 지식과 정보라는 점에서 누군가는 이 분야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든든히 맡아주어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의학의 발전이 가능하다. 

도서출판 신일북스 오상환 대표는 그간 약학 분야를 중심으로 생약, 한의학, 미생물, 대체요법, 생화학, 면역학, 건강기능식품 관련 등 다양한 국내도서와 번역서를 출간해왔다. 약학의 대표 도서로는 약물학을 중심으로 예방약학, 약물치료학, 제제학, 임상약학, 약국경영학, 약물상호작용, 임상영양학, 의약정보학, 질병과 약물요법 등 대한민국 약사들에게 꼭 필요한 도서들을 출판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러한 결과, 바로 오늘날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약학 분야에서는 우리 출판사가 탑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진해왔습니다. 지난 37년 전 처음 아내가 전화를 받고 제가 영업하면서 출판 사업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약대 학생들이 1,2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수요가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출판사들은 쳐다보지 않았던 시장이었죠. 그러다 보니 독점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경비를 아끼면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오늘날의 대통령 표창도 수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제까지 함께해 준 직원들과 함께 영광을 누리고 싶습니다.”

 오상환 대표가 처음부터 출판 쪽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군대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글씨를 잘 써서 행정반의 챠트를 많이 작성했다는 것. 제대 후 마스터 인쇄업을 시작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힘들어지자 주변에서 ‘복사판 분야에서 일을 하면 어떻겠냐’는 인쇄기 업자가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대학생들 역시 비싼 제값을 내고 책을 사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사업의 출발로서의 수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3년 정도를 일하다 보니 더는 복사판이 아닌 제대로 된 출판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때마침 충남대 약대 교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위생화학’에 관련된 책을 출간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가 12월이었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까지 출판을 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결국, 시간에 쫓겨 인덱스까지는 못 만들었지만, 성공적인 첫 출간을 하게 됐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도 약학, 의학, 자연과학 분야의 출판을 하고 있다. 

 

신일북스 오상환 대표(사진=유미라기자)

엄두도 내지 못하는 3,000쪽 넘는 책 출간

오 대표가 이제까지 출간한 도서의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 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무려 13종의 도서가 선정되었다. 한약백과도감, 영양치료학, 활성산소와 질환, 약물치료학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19종의 책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수많은 출판물 중에서도 유독 오 대표의 긍지와 자부심을 드높여주는 것이 있다. 바로 약리학 분야의 첫 우리말 교과서인 <이우주의 약리학 강의>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리학 교재에는 우리말 창작물은 거의 없고, 외국 서적(원서) 혹은 번역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반드시 우리말 교과서 출판을 평생 숙원사업으로 간직해 왔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 교실에서 38명의 엄선된 집필진과 1년 6개월의 집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2019년에 <이우주의 약리학 강의> 제8판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유수한 외국의 약리학 서적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향후 영문으로 출판해 글로벌 도서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출판사들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외국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오 대표는 이 책뿐만 아니라 그 간에 계속해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 왔다. 수의 약리학 책인 는 미국 Wiley社에서 초판이 출간되었지만, 출판 역량과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제2판은 신일북스에서 영문으로 출간했고, 현재 아마존닷컴에서 판매 중이다. 또한, 인도, 대만에도 원서 및 번역권을 수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례 중심의 약물치료학(1, 2권 세트)>을 출간한 것도 큰 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약학대학이 2+4학제의 6년제로 개편되면서 임상약학의 핵심교과목으로서 약물치료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실무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분량이 약 3,000여쪽에 달해 그 누구도 번역할 엄두도 못 내던 영어책 을 임상약학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100여 명의 전문가와 약 4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해 냈습니다. <사례중심의 약물치료학(1, 2권 세트)>은 바로 이러한 오랜 노력으로 만들어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대단한 성과에 힘입어 오상환 대표는 여러 감사장을 받았다. (사)대한약학회장 감사장(2004), (사)한국약제학회장 감사장(2014), (사)한국병원약사회 감사장(2015), (사)대한약학회장 감사장(2020)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이 있기까지 오 대표는 오랜 시간을 바닥에서부터 일하며 견뎌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는 보통 매년 9월에 약리학책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8월 경이면 대학에 납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숙명여대에 납품하러 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가 없어 등짐을 지고 책을 날랐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4층까지 많은 책을 등짐을 지고 나르다 보면 땀이 많이나서 옷이 흠뻑 젖어버린다는 점이었다. 그런 모습으로 교수님들을 만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교수 화장실에 가서 옷을 바꿔입고 간 적이 많다고 한다. 

 

한국 지식계의 산증인이 되길

 

무엇보다 오 대표는 늘 직원들에게 ‘책을 팔지 말고 인격을 팔아라’라고 말할 정도로 도덕성과 정직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가 다른 능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단 한 번도 남을 속이면서 얼렁뚱땅 돈을 벌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사세를 확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말로 꼼꼼하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저자든, 독자든 저를 다 믿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년으로 퇴임하신 한림대 의대 교수님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다른 제자들이 다모여 있을 때 저를 소개하면서 ‘이분은 믿을 만한 분이니까 뭐든지 출간하고 주문을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말을 듣게 되면 더욱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오 대표는 내년에도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남들이 외면한 지 오래됐지만,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되는 일본 서적인 2,700쪽의 <약과학대사전(薬科学大辞典, 第4版,廣川書店>과 2,000쪽의 <신수의학사전(新獣医学辞典,チクサン出版社)>을 번역해 내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전통적인 약초를 기반으로 한 2,800쪽 <동의보감>이 일부 컬러가 포함되어 내년에 출판될 예정이다.

그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서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는 신일북스의 오상환 대표. 그가 있는 한 우리나라 약학, 의학 분야의 지적인 재산이 끊길 리 없다는 확신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번창해 대한민국 지식계의 산증인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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