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기부자가 전달한 현금 천만 원과 손 편지[민병훈 기자] 매서운 북극발 한파에 대전의 체감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던 24일 오전 11시 20분경 민원인들로 붐비던 대전시 동구 대동 행정복지센터에 7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찾아와 동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동장과 마주한 이 여성은 하얀색 비닐 봉지를 불쑥 내밀었고, 봉지를 열어본 동장과 직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봉지에서 5만 원짜리를 묶어 만든 백만 원짜리 돈뭉치가 10개나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손 편지도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저는 애를 셋 키운 엄마입니다. 이 돈은 적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학용품이라도 사 주게 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직원들이 급히 그 분에게 인적 사항을 물었지만, 노인은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고 사는 곳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적은 돈이다', '돈이 적어 부끄럽다', '자꾸 인적사항을 물어보면 기부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돈을 전달한 여성은 차 한 잔만 마시고 서둘러 행정복지센터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짧은 대화를 통해 이 여성이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세 자녀를 어렵게 키웠고, 어렵게 번 돈이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어한다는 의사만 확인했다.

대전 동구는 강추위 속에 행정복지센터를 훈훈하게 만든 여성의 기부금 천만 원이 한부모 가정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복지재단에 지정 기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