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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만나게 해주는 바위, 사천진 ‘해다리바우’
  • 박성환 기자
  • 등록 2021-01-03 15: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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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성환 기자


[박성환 기자] 뻔하지 않은 바다에는
오롯이 간직한 해변 길,
그리고 그 바다에 선 작은 섬.
해변을 비켜 삐죽 나온
그 바위섬이 해다리바우다.


바다를 그리면서 그리움이 머문다면, 그것은 조용하고 여유 있는 사색의 공간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나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자연과 사람이 한데 엉키어 살아가는 공간의 한적함이다. 그러한 어울림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이 사천진 바위섬, 그리고 그 앞을 지나는 진리해변길이다.



강원도 강릉시내에 들어서서 운전대를 틀지 않고 길을 그대로 따르면 경포해변이다. 여기서 북으로 향한다. 사근진, 순긋, 순포해변을 지나면 사천해변을 만나고, 백두대간에서 흘러 내려온 밀물이 바다로 나가는 사천천의 하평교를 넘어서면 사천진항이다. 아늑한 포구로 오징어와 양미리를 주로 잡아 생활하던 포구였으나, 관공어촌으로 개발되면서 사뭇 옛 풍경은 사라졌다. 그러나 번잡하지 않은 넉넉함이 남아있고, 해변 길을 따라 이어선 횟집과 카페들이 어울려져 있어 그 누구와의 여행길에도, 혼자만의 여행길에도 멋진 공간이 되어 준다.


‘해다리바우’


해다리란, ‘해구(海狗)’, 바다에 사는 개, 즉 물개를 뜻한다. 과거 이 작은 바위섬에 물개들이 많아 살았다고 한다. 소나무도 자라고 있었으며, 샘도 있었을 정도로 규모가 있던 어엿한 섬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방파제를 세우기 위해 섬의 바위를 캐냈기 시작했고, 광복이후에도 계속되는 채석에 섬은 바위 몇 개만이 남아버린 갯바위가 됐다. 지금도 갯바위에는 채석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살이 베이는 아픔을 참아내고 용케도 지금까지 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갯바위다.



그러나 작은 갯바위 중앙에는 사천진항으로 들고나는 바닷물의 점검과 해로의 안전을 위하여 수심, 해안선 형태, 암초의 높이, 해저지질 등을 조사하는 기준점인 ‘수로측량점표’가 설치되었다. 이후 갯바위는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게 된 것이다. 황량하고 볼품없게 자리하고 있던 바다위의 갯바위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바위를 정비하고 해변과 바다를 잇는 콘크리트 다리, 반원의 교각이 놓이게 된 것이다.


해다리바우를 부르는 이름은 참 많다. 앞섬, 뒷섬, 돌섬이라 부르면서, 마을 어르신께서는 ‘뗏장바위’라고 하신다. 아마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잔디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일까, 싶기도 하다. 외지 사람들은 그냥 바위섬이라 부른다. 



길손은 해다리바위의 해오름을 만나고 싶었다. 이름이야 어떻든 ‘해를 만나는 다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해다리바우다. 넉넉한 아버지의 미소를 닮은 사천진 해변의 해오름은 가슴 벅차다. 그러나 조용하다. 그 품이 그리도 여유롭다. 이른 아침 작은 다리위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여유를 가진 이들이 부러웠고,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 오늘 하루의 행복을 그들은 간직하면서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길손에게는 ‘해를 만나게 해준 바위’다. 그래서 해다리 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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