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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학교의 마음’ 출간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1-01-10 2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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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기자] 2020년 내 나이 예순이 되었다. 2020년의 한 해 표어는 On the blink였다. 파커 파머(2018)의 책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 서서(On the blink of the everything)”를 만나면서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시인과 촌장, 5집)는 것을 알았다. 


가장자리에 서면 중심이 보인다. 중심에서는 자신을 보기 어렵다. 마치 숲 속에서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가끔씩 가장자리로 가야 한다. 내 경우에는 10년에 한 번씩 내 삶을 갈아엎었다. 30년 전에 수도생활을 하지 않고 세속에서 살기를 결심한 이후 두 번째 내 삶의 마지막 후반부를 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준비할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전국 최초의 초등학교 출신 공모 장학관으로 시.도교육청에서 근무하다가 평교사로 전직을 결심하였다. 짧은 교육청 생활은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서울로 간 시골 쥐처럼 정신없이 지내다가 낙향을 하니 고향에 온 듯 포근하다. 이제 결승선이 보이고 교직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학교에 오니 예전에 나에게 배웠다는 제자가 동료교사가 되어 함께 가르친다. 지난해에 교대에서 수업(생활지도와 상담)을 들었다는 신규 교사와 1정 연수 때 혹은 여러 연수에서 내 강의를 들었다는 교사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또는 복도에서 만난다. 나는 이들에게 선배 교사로서 어떤 존재이며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100일 만에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났지만 1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마스크를 하루 종일 끼고 수업을 하는지라 학급활동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활동은 커녕 생활지도를 위한 집단상담도 짝 활동도 할 수 없다. 손발을 다 묶어 놓고 경기에 참석하라는 것과 같다. 학교란 무엇이며 교육이란 무엇인가? 날마다 물어 본다.


나는 새벽 3시면 일어난다. 물론 밤 9시 경이면 폭풍 잠이 몰려와 잠자리에 든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날 복음을 읽고 명상을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하루는 정화수 위에 얼어붙은 살얼음처럼 명징(明澄)하다.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의미 있게 시간의 풍경화 속을 걷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함께 동행 한 적은 없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 선비의 삶을 즐기고 있다.  


5학년 담임을 맡아서 원격수업 교안을 만들고 업무를 처리하면서 날마다 옆 반 선생님께 혹은 동료교사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출석 처리 마감은 한 달에 한 번이라 같은 질문을 또 하게 된다. 이 질문은 또 어떻게 비칠까 염려가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향한 젊은 교사들의 고민을 생각한다. 어쩌면 10년, 20년,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들과 달라진 것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자리에서 강의를 통해, 책을 쓰고 연수 자료를 만들고 정책안을 만들면서 저지른 말의 빚을 갚아야 함을 느낀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배운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석?박사 과정을 다 마쳤으니 내가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자 학교와 교육의 본질들에 대해 인간에 대해 마음에 대해 나의 경험을 사장(死藏)하지 않고 전달해야 함을 알았다. 실상 이러한 글은 쓰고자 해 써진다기보다는 감이 익어서 떨어지듯이 내 속에 생각이 차고 말이 차면 글이 되는 것일 뿐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아닌 듯싶다. 


나는 그동안 생각들을 강의하고 주장하고 신념을 표출하면서 격정적으로 토해 냈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결국은 생각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마음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며 중심이며 마지막이다. 지난 학기에 대학원에서 “교육정책의 심리적 기초”라는 강좌를 개설하고 파커 파머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대화하였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으로 잘 알려진 파커 파머는 우리 시대의 교육자이자 교육 사회운동가이고 영성가이자 실천하는 스승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파커 파머나 사토 마나부에게서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적인 마음과 교육 개혁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모 교수님은 독일 교육에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핀란드든 독일이든 배울 점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도 있다. 우리 조상들이 잘해 온 것도 많다. 토양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어찌 전부를 배우거나 모방하는 것이 능사이겠는가? 한국적 해석이 필요하다. 젊은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역시 조너선 코졸이 이미 썼지만 지금 이 순간에 한국 교사에게 쓴 편지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많은 선배 교사들이 교직에 대해 교육을 마치며 쓴 치열함과 울림이 있는 삶에 대한 글을 존중한다. 하지만 자칫하면 꼰대의 설교가 될까 두려워 조심스럽다. 이제 다음 세대의 교육을 이끌어 갈 후배이자 동료교사들에게 주는 편지를 쓴다. 아울러 이 책은 한국형학교폭력예방 모델의 3부작 중 “학교폭력의 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가름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나 치열하게 살아 온 내 나이 또래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나 역시 교직을 마치면 무슨 일을 할까? 연금을 받으면 밥은 먹고 살겠지만 사지가 멀쩡하고 몸이 건강한데 등산도 하루 이틀이지 집 안에서만 들어앉아 삼식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먼저 퇴직한 주변 선배님들을 보면서 밭일도 운동도 싫어하고 예‧체능에는 재능이 없는 내가 골프나 색소폰을 배우러 다니는 것도 또 다른 노동일 것 같아 고심이 크다. 다행히 상담 관련 자격증과 경험이 있으니 당분간은 강의도 하고 글도 쓰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듦이란 “더 이상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할 필요가 없는 시기이다.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시기를 말한다”(파커 파머, 2018). 


나와 동갑인 버락 오바마는 예순이 되기 전에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제44대)에서 은퇴를 했지만, 조 바이든은 일흔 여덟 살의 나이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이자 최대득표자로 제 46대 미국대통령이 되었다. 고인이 되신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일흔넷에 대통령으로 당선돼 IMF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고 남북화해의 초석이 되셨듯이 어쩌면 일흔의 나이도 늦지 않다. 내가 가장 젊은 때는 지금 이 순간이다. 이어령 작가와 도울 김용옥 선생을 보면서 죽는 그 순간까지 지혜는 쌓여갈 수 있음을 본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이광희 독서모임 파란 대표(전 충청북도의회 의원, ‘나는 지방의원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읽고 적용하시면 도움이 되겠구나 했다가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토론해 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최고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교육과정에 매뉴얼화해 적용 가능하도록 쓴 책“이라고 평가한다.


이성우 교육학박사(구미 사곡초교사, ‘교사가 교사에게’ 저자는 “‘학교의 마음’은 저자의 치열한 교직살이를 돌아보는 회고록이자 현장교육학자 이동갑의 이론과 실천의 집대성”이라면서, “이동갑 선생은 퇴직 교사와 공무원을 위한 ‘학교 마음 아카데미(HOSA)’을 지으려는 포부를 피력하신다. 저자다운 이 선량한 몽상가적 발상은 상상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저자의 몽상이 꼭 실현되기를 바란다”면서 좋은 책 출간을 축하했다. 


저자 이동갑 교육학박사는 경북 안동 도산 出生이다. 그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충청북도교육청 마음건강증진센터장(전), 청주교육지원청 학생특수교육지원센터장(전), 한국상담학회 상담정책위원장·윤리위원.기획위원(전), 한국상담학회 학교상담분과 초등상담위원장(전), 한국상담학회 대전충청상담학회 사례발표 위원장(전), 한국청소년상담학회 수련감독전문가.학술위원을 역임했다. 


단독저자로는 ‘학교에 사람이 있어요(2018)’가 있고, 대표저서로 이동갑 외(2020), ‘학교폭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감.용서.회복.성장’, 이동갑유경희(2020)의 ‘학교폭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감.용서.회복.성장 워크북’, 이동갑.유경희.최건(2019) ‘학교폭력을 넘어 : 외상 후 성장으로’, 정경연.박정묘.이동갑.김영란(2010)의 ‘열여섯 빛깔 아이들’ 이 있다. 


이 밖에 공동저자로는 ‘학교폭력 상담 2’ ‘학교폭력 상담 3(2014)’ ‘자녀와 쿨하게 소통하기(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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