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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민서현의 결혼 50주년기념 수필집 '레드 카펫' 출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4-16 19:44:43
  • 수정 2023-02-20 14: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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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은 헐리웃 영화 아카데미 상 시상식장에서 유명 영화인들의 등장 로로 잘 알려진 이후 우리나라 각종 영화제 시상직장에서도 레드 카펫이 깔린 것을 보게 되고, 최근에는 결혼식장에서도 예식 하는 부부의 등퇴장 로로 사용되기도 한다.

레드 카펫의 기원을 보면 기원전 아이스 퀼로스의 희곡 <아가멤논>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후 개선해 돌아올 때 붉은 융단이 깔린 길을 걸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후 중세 유럽에서 붉은색은 '부자, 귀족의 색'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황실에서 많이 사용한 색 역시 붉은색이었다. 염색 공장에서도 보라색을 제외하면 가장 비싼 색이 붉은색이었고, 서민들은 붉은색을 입어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붉은색 카펫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쓰인 것은 나폴레옹 1세의 황제 즉위식 때였다. 최고급 대우와 권력의 의미로 붉은색 카펫을 깔아줬고, 이후 왕실에서 레드 카펫을 까는 전통이 생겼으며 훗날 공식 행사에까지 사용되었다. 이후엔 공항, 고급 식당, 시상식 등에서도 고급으로 대접한다는 의미로 레드카펫을 깔게 되었다.

만일 정상회담에서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이 격식에 맞는 경우, 레드카펫을 깔아주지 않는 경우 이는 상대에게 심대한 모욕과도 같다. 속되게 말해, 너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레드카펫을 깐다는 의미는 보통 '귀빈에게 땅을 밟게 하지 않겠다'라는 의미인데, 현재 가장 유명한 용도는 영화상 시상식장일 것이다. 유명한 스타들이 참여하는 각종 영화상 시상식엔 무조건 레드카펫이 깔린다.

영화상 시상식장의 입구에 레드카펫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들의 시상식 패션이 가장 눈에 띄기 때문에 레드카펫이 디자이너들의 쇼가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곳을 걷다가 삐끗하거나 넘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높은 확률로 기사엔 굴욕 샷이 찍히고 한동안 유머거리가 된다. 포토 존도 근처에 있다 보니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스타들의 노출 사고가 제일 많이 터지는 곳이라는 농담도 있다.

민서현 작가의 수필집의 제목이 <레드 카펫>이고 그것도 결혼 50주년을 맞아 출판한 문집의 제목이라는 것에 문학예술인들 뿐 아니라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수필집의 내용도 <부부이야기> <가족이야기> <자연이야기> <믿음이야기> <예술이야기> <만남이야기>라는 큰 제목 아래 150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작가가 신앙인이라서 그런지 진솔하고 다정다감할 뿐 아니라 감동적인 내용을 담았고, 일상사에서부터 사고와 활동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표현한 내용이 수필집에 담겨 있다.

민서현 작가는 대전출신으로 대전여자고등학교와 숙명여대 음악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했다. 그리고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대 학생회장을 했었는데, 당시 불우청소년들에게 중학생과정을 가르치는 갑자공민학교 교장이라고 하는 청년이 찾아와 공민학교 운영기금을 조달하기 위해 서울시내 6개 음악대학 학생회장 주선 하에 자선음악회를 열어달라는 용무로 왔노라고 그 청년을 대면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문제를 두고 청년과 몇 차례 만난 후 YWCA 대강당에서 음악회를 개최한 이후 그 청년과 가까워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있다.

청년과 연애시절에는 그에게서 향긋한 스킨 냄새가 났던 추억, 점심식사를 하자면서 청년이 데려간 자리에 청년의 부모와 친척까지 자신을 시집 올 규수라며 기다리고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던 일, 그러나 친정어머니의 승낙을 얻지 못해 결국 서울로 줄행랑쳐서 올린 결혼식,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의 실패로 해서  계속된 피아노 레슨을 해 생활비를 보탠 일, 그러다가 아파트 단지 자투리땅에 세운 슈퍼를 운영하면서, 남편의 신학교 진학과 학비를 위해 슈퍼 아줌마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 남편이 신학교를 졸업하자 드디어 개척교회 목회자 아내로서의 삶이 병행이 되고, 그리고 두 아들을 군대로 보낸 이야기 등 결혼생활 25년까지의 험난한 길이 호화롭고 영예로운 생활과는 동 떨어졌어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며 드디어 50대에 들어선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러나 50대이면서도 항상 정열적이고 꿈 많은 소녀 처람 살고 싶었고, 작가가 머무는 곳 어디나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처럼 부부는 어느덧 70대에 이르게 되고, 현재 부군은 시력을 잃어 작가가 그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가끔 짜증이 나거나 힘이 들 때도 있으련만 늘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손발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작가 역시 오래전부터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았는데 그때 부군께서 사랑을 다 해 날마다 주물러주고 치료의 기도를 해줬고 그 아름다운 수고를 지금 갚고 있다며 글로 표현하고 있다. 진정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라 하겠다. 50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이어오는 것을 보면 감동의 눈물이 절로 나온다.

민서현 작가는 자서를 통해 “요즘 나는 행복하다. 남편이 더없이 미덥고 소중하다. 세상의 어떤 누가 저 지경에서 저이만큼 초연할 수 있을까? 아내의 얼굴도 보지 못하는 그이는 얼마나 절망스럽고 두려울까마는 여러 가지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 몸을 단련시키고 있고, 또한 스스로 관리하며, 수시로 가족들 하나하나에 위로를 하고 당신 생활에 양해를 구하면서 고통스러움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 인내심과 침착함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예전보다 더욱 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남편이 호쾌하고 통 큰 남자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큰 그릇인 줄은 몰랐다. 이제 나는 그의 존재 하나 만에도 감동하고 감격한다. 나는 그로부터 받은 사랑의 빚을 이제부터 갑절로 쳐서 되돌려 주리라. 남편은 나의 미션이고 나의 비전이다”라며 남편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수필집에 실었다.

작가의 수필은 삶을 바탕으로 쓰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소재로 쓰였기 때문에 공감대도 형성된다. 거기에다 모든 작품마다 작가가 평생 견지해온 우아함과 사랑이 작품 밑바탕에 깔려 있어 가슴이 따스해짐을 느끼게 된다.

올해로 결혼 50년을 맞은 작가 부부는 아직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 아름다운 사랑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작가의 가문이 올곧은 가문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신앙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수필은 ‘깊은 신앙에서 우러나온 숭고한 사랑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수필집 <레드 카펫>은 1970년 5월 25일 두 사람의 결혼식 날 답례품으로 문집 <창세기>를 만들면서 50년 후에 또다시 50주년 문집을 만들자는 두 사람의 약속으로 이뤄진 것이다. 말이 50년이지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부부가 저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가 있겠는가? 당연히 레드 카펫을 깔아야 마땅하다.

민서현 작가는 음악인으로써의 활동도 활발하다. 민서현 작가가 작시한 노래로는 임긍수 작곡, 소프라노 박현주가 부른 ‘레드 카펫’을 비롯해 임긍수 작곡, 솔리데오 연합합창단이 부른 ‘아카시아 군무’, 김성희 작곡, 소프라노 임청화가 부른 ‘첫눈 내리는 창가에서’, 변우식 작곡, 양하영 노래의 ‘물 위에 쓰는 편지’, 양경아 작곡 ‘쑥떡 쑥떡 쑥떡’, 김정철 작곡, 소프라노 이미경이 부른 ‘그대의 은발’, 김성희 작곡, 소프라노 김채선과 바리톤 송기창이 부른 ‘나목의 사랑’, 김성희 작곡의 ‘우리 아기’ 등이 있고 주옥같은 노랫말을 작시함으로써 주목받는 작사가 반열에 오르고 있다.

수필집에도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자주 소개가 된다. 가수 리애, cecil 님의 100회 기념 초청음악회, 양하영 콘서트에서 부른 <물 위에 쓰는 편지>, 백악관 나들이 온 김성희 작곡가, 숙명여대동문합창단의 이태리 연주여행, 90세에 노래하는 청년 조규성 선생님, 30년 전통의 한국작사가협회 총회이야기,  그 외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문집에 실려 있다.

민서현 작가는 음악가적 재능 뿐 아니라, 문장력도 있어 수필가로 등단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신문예문학회 지도위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아태문인협회 자문위원,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 회원, 용산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탈리안 레스토랑 ‘IOU’의 대표로 있다. 수필집으로는 ‘창세기’, ‘걸레를 든 마릴린 먼로’, ‘레드카펫’이 있다.

부디 민서현 작가가 100세 되는 해에도 100세 기념 수필집을 출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때에는 문인들 뿐 아니라 음악인들 모두가 작가에게 레드 카펫을 깔아 드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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