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Le ciel de Paris
  • 송성준
  • 등록 2021-04-18 13:18:14

기사수정
개선문 정상에서 바라본 에펠탑

[송성준 기자] 도시개발계획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도시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이다. 획일화 된 건축물과 구획을 나눠주고 연결하는 커다란 대로들, 그 대로의 끝에 위치한 화려한 건축물 등으로 도시를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나눴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파리의 역사가 항상 이렇게 계획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파리는 19세기 이전에만 해도 매우 지저분하고 복잡한 도시 중 하나였다. 우리가 요즘 감탄을 하며 보는 랜드마크들은 통일성 없는 건물들에 가려져 있었다. 또한 도로들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파리 시민들은 항상 교통체증에 시달렸고, 뒷골목들은 범죄의 온상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파리를 바꾼 것은 나폴레옹 3세(우리가 아는 그 나폴레옹의 조카이자 초대 프랑스 대통령이다.) 시절 파리의 지사였던 조르주 오스만 남작이다. 그는 좁은 도로들을 철거하였고 도심을 재개발하였으며 상하수도를 정비해서 현대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이 기사는 하늘에서 본 파리의 모습이 얼마나 질서정연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크레퀘르 대성당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리 전경

 필자가 파리에서 가장 처음 방문했던 곳은 사크레쾨르 대성당이다. 흔히 몽마르뜨라고 알려진 지역에 위치한 성당인데,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사실 파리의 시내를 보고 좀 실망하기도 했었다. 책에서 익히 봐왔던 계획도시의 모습 치고는 조금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게, 몽마르뜨가 파리에 편입된 시기는 오스만 남작이 파리를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제 막 편입된 도시 끝자락이 개발될 리가. 또한 몽마르뜨는 19세기부터 유명한 환락가였고 지금도 난개발 지역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이곳은 파리의 개발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선문의 정상에서 바라본 파리 7구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우리가 개선문 하면 흔히 생각하는, 에투알 개선문이었다. 이곳은 입장료를 내면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계단을 통해 개선문의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계획도시로서의 파리의 진면목을 보려면 이곳을 올라가야 한다. 개선문은 19세기 초 나폴레옹 1세(우리가 아는 그 나폴레옹이다.)가 아우스터리츠 전투를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곧 실각을 하여 이곳을 통해 개선하지 못했다. 죽어서 운구행렬에 실려 지나갔을 뿐이다. 이곳이 에투알(Etoile) 개선문이라 불리는 이유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거리가 방사형으로 뻗어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프랑스어로 Etoile 즉 별과 같다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다.

 

에투알 개선문과 일직선상에 위치한 라 데팡스

 이러한 파리는 영원할 수 없었다. 19세기 중반 100만명에 불과하던 파리의 인구는 150만, 200만 지금의 220만명에 이르게 되었고 도시의 수용한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단단하지 못했던 암반과 파리의 모습을 지키고 싶었던 시민들의 열망으로 개발은 쉽지 않았고, 행정가들은 외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라 데팡스 이다. 개선문의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어있는 그헝드 아흐메 라는 도시를 바라보게 되면 지평선 너머로 높은 건물들이 보인다. 파리의 상업지구를 도시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으로 지어진 신도시로서 전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이 도시의 설계를 차용하여 한동안 라 데팡스식 도시계획이 유행하였다고 한다. 이 도로의 끝에 보이는 그랑 다르슈는 신 개선문이라고도 불리며 이곳에서 파리의 전경을 파리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볼 수 있다.

 

에펠탑의 정상에서 바라본 트로카데로

 다음으로 언급할 곳은 에펠탑이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은 19세기 말에 파리 엑스포를 위해 건축되었는데, 전세계의 사랑을 받는 지금과는 달리 건축당시에는 무너졌을 때의 위험성이나 뼈대밖에 없는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에펠탑 역시 개선문처럼 입장료를 내고 올라갈 수 있는데 입장료가 꽤나 비싼게 흠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설계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파리의 중심부에서 파리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외곽에 위치한 에투알 개선문이나 도시 밖에 위치한 라데팡스와 달리, 정 중앙은 아니지만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파리 시내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대부분 볼 수 있다. 이곳은 협소한 공간과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유럽의 소매치기들에게 가장 핫한 장소로 알려져 있는 만큼, 파리의 경관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매치기를 주의하는 편이 좋다. 참고로 에펠탑은 센강 건너편의 트로카데로와 뒤쪽 마르스 광장 두 곳에서 바라봐야 가리는 것 없이 잘 볼 수 있는데, 두 곳 다 다른 매력이 있으니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에펠탑에서 바라본 앵발리드, 나폴레옹이 안치된 곳

 파리의 개발은 과거부터 매우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지 않지만 과거의 것을 얼마나 잘 보존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이 파괴되어 새롭게 지어졌는데, 급격한 현대화를 겪다보니 사실 미관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는 좀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면 어떨까 싶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천년 역사향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