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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에서 만나본 중세 이탈리아
  • 송성준 기자
  • 등록 2021-04-25 19:08:23
  • 수정 2021-04-25 20: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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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대성당의 앞을 지키는 암늑대상

[송성준 기자] 왕위를 넘보던 작은 할아버지에 의해 버려진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 장성한 후, 작은 할아버지를 죽이고 왕권을 되찾게 된다. 이후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양위한 후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떠나 자신들이 발견됐던 언덕에 나라를 세우게 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의 건국신화이다. 하지만 로마의 건국신화 이면에는 잔인한 이야기가 있다. 로마를 세우는 위치를 두고 다투던 중 형이었던 로물루스는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로마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다. 당시 레무스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죽자 달아나게 되는데, 이 때 로마에서 그들의 아버지와 삼촌을 젖먹였던 늑대상을 훔쳐서 토스카나 지방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형제가 세운 도시가 지금의 ‘시에나’이다. 시에나는 토스카나 지방의 주도인 피렌체와 붙어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크기도 크지 않다. 그랬던 탓인지 시에나는 지금도 중세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시에나 중심에 위치한 캄포광장

시에나의 중심에는 조개 껍질 모양으로 생긴 광장이 하나 위치하고 있다. 캄포 광장이라 불리우는 곳인데, 이곳은 옛날부터 시에나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광장은 9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9개의 구역은 시에나 공화국을 이루던 9개의 의회를 의미한다. 시에나는 지금도 이러한 집단의식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에나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것은 ‘팔리오’라는 대회이다. 매년 여름 시에나는 캄포광장을 흙으로 덮고 경마대회를 진행하는데, 이것을 팔리오라고 부른다.팔리오에는 콘트라데라 불리는 집단들에서 선발된 대표들이 출전해서 우승을 겨루는데, 지금도 시에나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중 하나이다.

푸블리코 궁전과 만지아의 탑

캄포광장의 정면에는 푸블리코 궁전이라 불리는 시에나의 대표 건축물이 위치하고 있다. 실제 궁전은 아니고 중세시대부터 사용되던 일종의 의사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 시에나는 공화국이었기 때문에 의회가 국가를 통치했다. 이 때 의사당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푸블리코 궁전은 고딕양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인데, 내부는 시립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려한 중세시대의 조각과 회화들이 많이 있으니 입장료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만지아의 탑에서 내려다본 캄포광장과 시에나의 전경

푸블리코 궁전의 왼쪽에는 높은 탑이 위치하고 있다. ‘만지아의 탑’이라 불리는 이 탑은 중세시대부터 경계탑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탑의 이름인 만지아는 탑의 초대 종지기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만지아란 먹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 종지기가 매우 게으르고 나태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만지아의 탑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탑인데, 이렇게 게으른 종지기가 백미터가 넘는 탑을 제대로 올라간 적이 있을 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캄포광장과 시에나를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하였듯이 중세시대의 모습을 아름답게 갖추고 있으므로 꼭 올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시에나 대성당

캄포광장에서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5분정도 걸으면 시에나 대성당에 이르게 된다. 13세기에 지어진 시에나 대성당은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화려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바닥을 구성하는 모자이크와 창문들마다 화려하게 표현된 스테인드 글라스, 미켈란젤로의 사도 바오로 석상과 도나텔로의 세례 요한 청동상 등 박물관에 온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성당을 둘러보다 보면 측면의 외벽이 전쟁으로 파괴가 된건가 하는 의문에 빠지게 된다. 사실 중세시대에 시에나의 권세를 자랑하기 위해 성당을 증축하던 중, 흑사병으로 인해 더이상 증축을 할 수 없게 되어 급하게 마무리한 흔적이라 한다.

만지아의 탑에서 바라본 시에나 전경

사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 불리는 로마에 비하면 토스카나 지방은 볼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에나를 비롯한 토스카나 지방은 시에나를 비롯하여 피렌체, 피사, 산 지미냐노 등 중세시대를 잘 보존한 도시들이 많다. 또한 푸른 녹음과 넓은 들판, 따스한 햇볓을 가지고 있어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평화로워 지는 지역이다. 로마처럼 복잡하지 않은 여유로운 토스카나에서 그들이 자랑하는 와인을 한잔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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