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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성과 비극
  • 송성준 기자
  • 등록 2021-05-16 1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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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뒷편 마리엔 다리에서 바라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송성준 기자] 바이에른 왕국의 왕자였던 루트비히는 예술과 건축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2세가 리모델링한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름다운 호수를 곁에 둔 이 성은 바그너의 오페라에 심취해있던 소년에게 수많은 상상력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부왕이 죽은 19세에, 정치보단 예술과 건축에 빠져있던 소년은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2세가 된다. 이 시기의 독일은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도 하에 독일 통일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가 왕이 된 다음 해에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는 통일 독일의 주도권을 두고 전쟁을 벌였고, 오스트리아의 편에 섰던 루트비히는 경쟁국가였던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렇게 정치에 흥미를 잃게 되었고, 자신의 가장 큰 역작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짓게 된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바라본 슈방가우 지역

독일의 젊은 왕의 살았던 슈방가우 지역은 현재는 오천명도 살지 않는 매우 작은 도시이다. 따라서 이 곳을 방문하기 위에서는 옆에 있는 퓌센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퓌센에서 4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시내버스를 타고 오게 되면, 좌우로 두개의 성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 노란색 성이 루트비히 2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호엔슈방가우 성이다. 버스를 내리는 주차장에서 가파른 계단을 통해 1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데, 후술할 성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람을 추천한다. 개별 관람은 허용되지 않고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 관람이 가능하다. 이 성은 독일 비텔스 바흐 왕가의 소유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 않는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호엔슈방가우 성

루트비히 2세는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이 성에서 바그너의 오페라에 심취해 있었는데, 19세에 왕이 되고 처음으로 신하에게 내린 명령이 바그너를 초청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바그너를 곁에 두고 예술적 교류를 하면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빠지게 되었고, 맞은편 언덕에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을 위한 성을 짓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정치적으로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바그너는 훌륭한 예술가였지만, 매우 급진적인 좌파였고 왕국의 귀족들은 이러한 행보를 못마땅해 하였다.

궁정에서 바라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호엔슈방가우 성의 관람을 마치면 다시 버스를 탔던 주차장으로 내려와야한다. 두 성이 주차장을 기준으로 정반대에 있기 때문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호엔슈방가우 성에 비해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올라가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길도 더 가파른 편이다. 체력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마차를 타면 성앞에 내려주므로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이 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 역시 항상 마차를 타고 다니고 절대 걷지 않았다고 한다. 이 성 역시 가이드 투어를 통해 관람할 수 있으며, 역시 사진촬영은 허락되지 않는다. 화려한 내부를 관람하다 보면 루트비히 2세가 바그너의 오페라에 얼마나 심취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내부 관광을 마치고 이정표를 따라 성의 뒤에 있는 마리엔 다리로 가게 되면, 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한 간이다리이므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경

정치를 등한시 하고 성을 짓는데 왕가의 재산을 탕진하던 루트비히 2세는 결국 신하들로 부터 정신병자로 몰려 퇴위당하게 된다. 강제퇴위 당한 그가 이 성에 머무른 기간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성이 완공되기 6년 전,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로엔그린이 배를 타고 왔던 호수에서 익사한 체 발견된다. 역사가들은 실제로 정신병이 있지는 않았고 반대파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성을 한평생 보지 못하고 유폐되는 삶 역시 그에게 정신병을 가져다 주지 않았을 까 한다. 뭐가 됐든 너무나 슬픈 삶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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