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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대법원 규칙개정에 “수사기밀 샐 것...재고해 달라”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02-14 16: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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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현직 판사가 대법원이 개정을 추진중인 형사소송규칙 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이 규칙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사건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런 과정이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양근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14일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대법원장님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재고해 주십시오”란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심문을 하게 되면 대상자에 대한 통지 및 일정 조율 등으로 심문기일은 영장 접수일로부터 최소 수일이 경과될 것”이라면서, “수사는 당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심문기일 지정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관련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통지하면 수사 대상자가 ‘심문기일이 지정됐으니 법관에게 최대한 소명해서 영장이 기각되게 해야겠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으니 일단 증거를 다 치우고 없애자’고 생각할지”라고 썼다. 


그는 “법원이 심문을 고민하는 사건은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으로 (사건 관계인도) 힘께나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면서, “그런 사건에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알리고 심문을 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국 판사는 수사기밀 누설 우려에 대해 ‘임의적 심문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심문 대상자는 대부분 검사나 경찰, 제보자’라고 한 대법원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제보자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내부고발자일 가능성이 높고 제보 과정에서 신상이 드러날 것을 매우 염려한다”면서, “그런 제보자에게 법원이 연락해서 ‘당신이 제보한 사건 심문을 할 거니까 법정에 나오라’고 한 후 심문을 하는게 과연 적정한 것일까”라고 했다.


국 판사는 “압수수색.체포 단계에서는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심문 규정을 제정하지 않은 게 입법자의 의도로 보인다”며 법률이 아닌 규칙으로 심문절차를 두려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서 심문을 개시해 관련자들을 심문하고 다른 사건은 심문 없이 영장을 발부하면 그 자체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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