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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가계, 최대 129조 원 ‘초과저축’...예금.주식으로 보유”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3-07-25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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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이 이전보다 급증했으며, 쌓인 초과저축 규모가 최대 12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24일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가 101~129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전(2015년~2019년) 평균 7.1%였던 가계 저축률은 팬데믹 이후(2020년~2022년) 평균 10.7%로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이전 추세를 벗어난 부분 만큼을 ‘초과저축’으로 규정하는데,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방식을 빌려 가계부문의 초과 저축 규모를 계산했다.


101조~129조 원은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 GDP의 4.7%~6%에 이르며 명목 민간소비의 9.7%~12.4%를 차지하는 큰 규모이다.


한은은 초과저축 증가의 원인을 팬데믹 직후에는 소비 감소, 이후에는 소득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소득증가 기여도가 축소된 것으로 보이고, 저축률 상승 원인도 대부분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제약 등 비자발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과저축 일부가 소비 재원으로 이용되며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초과저축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은은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추가적인 소비 재원으로 활용한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용 호조와 정부 지원 등으로 소득 여건이 양호했던 영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실제로 2020년을 제외할 경우 임금소득이 높은 증가율을 지속했고 정부 지원이 소득감소를 보전하거나 가계소득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또 우리 가계의 초과저축이 가계 부채 상환에는 크게 사용되지 않았다고 봤다.


2020년부터 2022년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소비와 부채상환에 사용되지 않은 가계의 초과저축은 주로 예금, 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저축이 쌓인 영향 등으로 팬데믹 이후 현금, 예금, 주식, 펀드를 중심으로 1,006조 원 늘어났다.


한은은 초과저축으로 인해 개선된 가계 재무상황이 부정적 소득 충격의 영향을 완충하면서 민간소비의 하방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택가격 상승이나 디레버리징, 즉 부채 정리 지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안정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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