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기자] 지난 5월 한 중고거래 앱을 통해 연락해온 또래 여성을 알게 된 20대 여성 A 씨. 부산 북구의 한 산책로에서 처음 만난 여성은 왜소한 체형이었다. 그 만남이 있고 얼마 뒤 A 씨는 자신이 본 여성의 충격적인 정체를 알게 됐다. 언론을 통해서다.
그날 A 씨가 만난 그녀는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이었다. A 씨가 정유정을 만난 날은 그녀가 참혹한 범행을 저지르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여기까지가 경찰이 추가로 밝혀낸 정유정의 범행이다. 경찰은 정 씨가 살인을 저지르기 전 다른 사람들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그 목적이 살인을 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다만 A 씨가 정 씨보다 체격이 크고 두 사람이 만났던 곳 주변에 행인이 많아 실제 범행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마 아니라 경찰은 정 씨가 중고거래 앱에서 만난 10대 남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접촉했으나 부자연스러운 채팅 내용을 의심한 남성이 약속 장소로 나가지 않아 범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 금정경찰서는 12일 정 씨에 대한 살인예비 혐의 2건을 추가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정 씨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과 채팅 기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경찰은 피해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해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정 씨가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건 앞서 검찰 수사에서도 언급됐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은 정 씨가 과외 앱에서 54명의 과외 강사를 대상으로 대화를 시도한 걸 확인했다.
이를 통해 과외를 핑계로 혼자 사는 여성을 찾아낸 뒤 피해자의 집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이 계획적인 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정 씨는 "(사회에) 불만을 품고 살지는 않았다"면서, "공소사실 중에 범행의 동기 부분, 범행하게 된 계기 등이 기재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우발적인 범행임을 강조해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 씨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국선 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기도 했다. 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통상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나아가 정 씨 측 변호인은 재판을 비공개로 열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비공개 재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상태여서 법원이 정 씨 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 씨의 첫 공판 기일은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