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어느 가을, 10.84km의 물길 '청계천'을 거닐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11-24 11:51:39
  • 수정 2023-11-24 13:06:32

기사수정
  • 문화와 유적, 근현대 역사가 곳곳에


[박광준 기자] 청계천은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가로질러 왕십리까지 이어진다. 서울을 둘러싼 산에서 내려온 물이 중랑천과 만나 살곶이 다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물길의 흐름으로 본다면 서에서 동으로 흐르다가 한강을 만나 다시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무려 10.84km의 길을 이룬다. 


수백 년간 도심의 하천으로 기능을 했고 지금도 이 기능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근대에 들어 대대적인 복개공사로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었다가 또다시 이어진 복원공사로 물이 흐르는 길로 변모했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복원과 개발의 연속인 것이다.




1900년대 초반의 자료사진을 보면 청계천의 둑을 따라 집들이 늘어서 있다. 구불구불한 물길 옆으로 사람들이 오간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대대적인 하천 정비작업을 했고 1958년에 들어서는 대대적인 복개공사에 착수했다. 1960년 4월 1단계 공사가 완공됐다. 너비 50m의 간선도로도 착공돼 청계천은 지하에 하천을 덮어둔 채 도로로 모습이 변했다. 


이어서 1967년에는 청계고가도로가 건설됐다. 상류인 종로구에서 성동구 사근동까지 5.4km 구간이 고가도로로 건설됐다. 서울의 동쪽에서 도심까지 고가도로를 통해 막힘 없이 달릴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복개된 지 47년 만에 청계천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시행한 복원사업으로 지하에 갇혀 있던 모습들이 공개됐다. 한편으로는 자연모습의 하천이 아닌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들었다는 여론도 계속됐다.




6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함께한 청계천은 문화유산도 다양하다. 1760년 영조 임금의 준천당시에는 청계천에 모전교, 광통교, 장통교, 수표교, 하량교, 효경교, 마전교, 오간수문, 영도교 등 9개의 다리가 있었다. 현재의 중구 서린동 부근에 있는 모전교는 당시 과일 파는 가게들이 많았던 지역의 특징을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또한 도성 중심을 통하던 장통교는 현재의 장교동 한화빌딩 자리에 있다. 특히 이곳은 청계천의 본류와 남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청계천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가운데 하나인 수표교는 장충단 공원으로 옮겨져 있다. 세종 때 만들어져 수위를 측정하는 수표석이 있어서 마전교로 불리던 이름을 수표교로 바꿔 부르게 됐다.






한편 근현대사에서 청계천은 격동의 땅이었다. 1969년에는 주택 150채가 소실되는 숭인동 판자촌 화재사건이 있었다. 또한 청계천 주변에는 시장을 중심으로 한 의류공장이 늘어서 70년대 상공업 시대의 주축이 되는 지역이었다. 1987년에는 청계천이 광장의 역할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청계천 인근 건물에서 대통령 선거유세를 하기도 했고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를 지닌 청계천은 오늘도 변함없이 서울의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천년 역사향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