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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빠져나간 주택기금 여윳돈...'주거복지 버팀목' 쪼그라든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4-04-30 11: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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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불과 2년 새 35조 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조성 재원인 청약저축이 쪼그라들고 부동산 거래가 줄어 국민주택채권 발행이 감소한 여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지원, 공공주택 공급 등 돈 쓸 곳은 많아지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95조 4천377억 원이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말 기준 조성액이 116조 9천141억 원이었는데, 2년 새 21조 원 줄었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건축 인허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조성한다.


주로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지원에 쓰인다.


두둑했던 기금이 쪼그라든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청약저축 납입액 감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천704만 명으로, 1년 새 85만 5천 명 줄었다.


2021년 말과 비교해선 133만 명 급감한 수치이다.


청약저축 납입액은 지난해 말 14조 9천607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3조 5천억 원 줄었다.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국민주택채권 발행액도 지난해 말 13조 3천717억 원으로, 1년 새 1조 원이 감소했다.


청약통장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을 합친 규모는 2021년 41조 9천억 원에 달했으나 2022년 32조 7천억 원, 지난해 28조 4천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연간 청약저축 납입액에서 해지액을 뺀 청약 순조성액(-2천억 원)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채권 순조성액(-1조 8천억 원)은 지난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도시기금을 써야 할 곳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올해부터 출산 2년 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구에 지원되는 신생아 특례대출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에서 나온다.


PF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주택 사업장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구제할 때도 기금을 쓴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건설 자금 역시 기금에서 지원한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소규모로 정비할 때 주차장 등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뉴빌리지' 사업에도 기금이 나선다.


편의시설은 국비로, 주택은 기금에서 빌려 짓도록 하는 방식이다.


들어오는 돈이 없는데 씀씀이는 커진 것이다.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 지출액(기금 사용 예산)은 올해 37조 2천억 원으로 지난해(33조3천억 원)보다 3조 9천억 원 늘었다.


기금 지출액은 2018년 26조 7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6년 새 10조 원 넘게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감소세가 뚜렷하다.


여유자금은 2021년 말 49조 원에 달했으나 올해 3월 말 잔액이 13조 9천억 원이다.


불과 2년 3개월 새 35조1천억 원이 빠져나갔다.


금융상품에 투자해 굴리는 주택도시시금 여유자금은 2022년 28조7천억 원, 지난해 말 18조 원 등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여유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고 있어야 지금처럼 주택 공급이 축소될 때 기금을 활용한 공급 촉진이 가능하다"면서, "여유자금이 줄어든다는 건 긴급한 수요에 대응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전세사기 피해자 '선(先)구제 후(後)구상' 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전세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피해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이는 데 기금 3∼4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뺀 비용을 최종 투입액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는 전세사기 피해자, 개인 파산.회생제도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선구제' 대상을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금 여유자금 급감에 국토부는 비상이 걸렸다.


기금은 결과적으로 청약저축 예금자, 국민주택채권 매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청약저축 금리를 높이거나 혜택을 강화하면 자금을 유입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와 동시에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금리가 함께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기금 조성액과 여유자금이 줄면 임대주택 공급 등 서민 주거복지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청약저축 납입자 등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못 돌려주는 사태가 오면 안 되기에 여유자금 감소세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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