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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2] 극단 춘추, 김영무 작/연출 ‘울 엄마 그리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19-05-22 10:29:20
  • 수정 2019-05-22 10: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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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극단 춘추의 정 욱 예술감독, 김영무 작 연출의 ‘울 엄마 그리기’를 관람했다.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극단 춘추의 정 욱 예술감독, 김영무 작 연출의 ‘울 엄마 그리기’를 관람했다.


예술감독 정 욱은 서라벌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의 명배우이자 원로연기자다. 명동국립극단시절 ‘전쟁과 평화’ ‘카라마조프이 형제들’ ‘군도’ ‘말괄량이 길들이기’ ‘학마을 사람들’ 같은 많은 연극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KBS-TV, MBC-TV 수많은 드라마에 주요배역으로 출연하고 영화와 CF에도 출연한 이지적인 모습의 미남배우다. 


신극 40주년 기념공연 박진 연출의 ‘아리랑’에 故 백성희 선생의 연인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고, 2018년과 2019년 존 오스본 작 최종률 연출의 ‘루터’에 출연해 명연기를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금번 ‘울 엄마 그리기’의 예술감독을 맡아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지도로 연극을 고수준 고품격으로 창출시킨 장본인이다.


극작가 김영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시대의 명 극작가다. 1969년에 중앙일보 신춘문예(희곡)를 통해 문단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구름가고 푸른 하늘’ ‘탈속’ ‘퇴계 선생 상소문’ ‘황진이(무용극)’ ‘광개토 호태왕(오페라)’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악극)’ 등 다양한 형태의 극작품 40여 편을 공연으로 발표하면서, 한국 희곡문학상, 행원 문학상, 한국 문학상, 예총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하고, (사)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회장을 역임하고 연극전문지(계간) ‘극작에서 공연까지’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달은 달’ ‘퇴계 선생 상소문’ ‘보물찾기’와 같은 희곡집과 ‘드라마의 본질적 이해’ ‘동양극장의 연극인들’ ‘향토문화 탐방기’ 등 20여 권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반야심경으로 보는 불교사상’이란 대승불교의 공사상(空思想) 해설서도 있고, ‘군자 만나기’와 같은 인간 탐구서도 있어, 열정적인 그의 지적 탐구열을 표현했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배경에 책장 장식장 그리고 텔레비전 모니터가 받침대 위에 올려지고 벽 모서리에 기둥 옷걸이가 있다. 벽 군데군데 5 60호 크기의 그림이 걸려있고, 전화기가 놓인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상 하수 쪽으로 내실로 들어가는 출입구와 현관 출입구가 있다. 상수 쪽 받침대에 놓인 전화기는 외부 사람이 거는 전화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여행용 가방을 초로여인이 이 집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잠시 후 집주인인 남성이 등장을 하고 여인과 상면을 한다. 그런데 가정부로 왔다는 여인과 남성은 관객에게는 모자지간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이 여인은 한 가톨릭 신부의 주선과 소개로 이 집으로 왔다는 것이 알려지고, 6. 25 전쟁이 끝날 무렵에 아들을 고아원에 남겨 두고 신병 치료 차 미국으로 날아갔다가 무려 35년 만에 귀국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집주인 남성은 6, 25 당시 모친이 고아원에 맡기고 사라졌기에 전쟁고아처럼 자라나고 성년이 되자 결혼을 했으나 현재 부인과는 별거 중이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인을 대하는 남성은 자기를 고아원에 맡기고 떠나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때문에 모든 여인에 대한 비정상적인 악감 같은 걸 품고 있음이 드러난다. 거기에 덧붙여 이 여인을 대하는 순간 남성은 자신의 어머니라는 생각이 전기에 감전되듯 온몸으로 느껴지니 천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관객에게까지 감지가 된다. 


그러면서 남성은 몇 십 년을 품어온 어머니에 대한 원한 같은 감정을 여인에게 드러낸다. 그러나 여인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남성이 집을 비우면 여인에게는 친지로부터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그간의 여인의 내력과 사연이 전해진다. 그러던 중 남성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게 되면서 계속 가정부 여인을 친 할머니처럼 찾으니, 남성은 여인에게 아들의 문병을 부탁한다. 그런데 여인은 임진각 망배 단으로 갈 약속이 되었다며 거절을 하면서 집을 떠나겠다며 작별인사까지 한다. 남성은 분노를 폭발시킨다.


여인이 떠난 1개월 뒤 남성은 가톨릭 신부를 통해 미국에서 보내 준 우편물을 전달 받게 되고 비로소 여인이 자신의 생모이며 그동안 말기 간암 판정을 받고,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과 잠시 함께 생활을 한 후에 출국을 해 생을 마감했음을 알게 되고는 아들인 남성이 통곡을 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정 욱이 가톨릭 신부 역을 음성녹음으로 출연해 저력을 발휘한다. 홍정재가 가정부 여인으로 출연해 열과 성을 다하는 혼신의 열연이지만 내면연기로 연기의 진수를 보이며 관객을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김정근이 고아로 성장한 남성으로 출연해 정확하고 분명한 대사와 감성표현으로 호연을 펼쳐 관객의 주목을 받는다. 


최성희가 여인의 친지로 출연해 미스코리아다운 놀라운 미모와 호연으로 관객의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권남희가 가정부 여인, 이창익이 고아로 성장한 남성, 도유정과 김현숙이 여인의 친지로 각자 더블 태스팅,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의상 이규태, 음향 한 철, 무대 조명 송훈상, 홍보 김성호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뤄, 극단 춘추의 정 욱 예술감독, 김영무 작 연출의 ‘울 엄마 그리기’를 작품성과 연극성을 겸비한 고수준 고품격의 감동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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