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이 만든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진 ‘서유기’ 박모씨가 법정에서 “달빛기사단 대화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고 밝혔다. 

달빛기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별칭으로, ‘달빛’은 문 대통령을 의미하고 ‘기사단’은 인터넷 기사에 대응하는 조직임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카카오톡 오픈대화방의 이름도 동일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23일 오후 2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인 박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씨는 경공모 사무실에서 숙식하면서 매일 댓글 작업 기사 내역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김 씨에게 전달하는 등으로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박씨를 직접 신문하면서 “수사 초기에 달빛기사단 대화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이용했다고 진술하셨지 않느냐. 그리고 실제로 매크로가 저장된 USB를 내기도 했다”면서, “그 매크로와 박씨가 11월 9일 전으로 봤다는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과 차이가 있느냐”고 질물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그렇다. 처음 제출했던 USB는 컴퓨터 화면에서 구동시켜 마우스를 자동으로 왔다갔다 하게 하는 방식으로, ‘둘리’ 우모 씨가 만든 건 휴대전화에서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해 기사를 찾아들어가는 시스템”이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우씨의 프로토타입은 실제로 킹크랩의 ‘잠수함’을 보여준 것이냐고 묻자, ”정확히는 모른다. 우씨가 더 잘 알 것“고 말했다. 

잠수함은 킹크랩의 관리서버로부터 명령과 아이디, 비밀번호, 대상 기사 및 댓글 등의 정보를 내려받아 실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수행하는 휴대전화 기기로, 드루킹 일당은 잠수함을 통해 할당된 아이디들로 자동 로그인한 후 댓글에 대한 공감.비공감 혹은 추천·반대 클릭을 기계적·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가 이어 “USB는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이냐 아니면 우씨가 만들어준 것이냐”고 묻자, 박씨는 “달빛기사단 (대화) 방에는 저만 들어가 있었다. 제가 그들이 찾은 걸 보고 다운받아 가지고 있던 것”이라면서, “(제대로) 돌아가는 매크로인지 테스트도 몇번 해봤던 것 같다. 그리고 달빛기사단에서 이런 매크로를 찾아서 테스트해보고 있는데, 우 씨한테도 보라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킹크랩을 김 지사의 당시 보좌관인 한 모씨에게도 직접 시연했다고 증언했다. 또 검찰이 “2017년 1월경 김동원씨가 국회로 김 지사를 만나러 갔을 때 보좌관인 한씨를 소개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김 지사가 한씨를 소개하면서 ‘자신처럼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 것도 들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2017년 2월경 한씨가 ‘산채(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했을 때 컴퓨터 화면이 2개 있었는데, 한 쪽에는 킹크랩 사이트를, 다른 한 쪽에는 네이버 (기사) 창을 띄워 놓고 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냐”고 묻자, “맞는다”면서, “한씨가 방문하기로 한 날 아침 김동원 씨가 내게 킹크랩 시연을 준비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또 “박씨는 모니터 한쪽의 네이버 기사 화면에서 URL을 킹크랩에 입력하고 댓글과 추천 여부를 입력한 뒤 저장하는 등 운용하는 모습을 한씨에게 보여준 것이냐”고 하자, 박씨가 “그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