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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성범죄 무혐의 처분 받아도, 대학징계 무효 아니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1-04-05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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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성범죄 관련 피소당했다가 무혐의를 받은 대학원생이 대학에서 받은 징계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징계 사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국립대 대학원생 A씨는 2018년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한 대학 후배 B씨에 대해 강제로 스킨십을 한 혐의(준유사강간)로 고소당했다. B씨는 학교 인권센터에도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면서 A씨를 신고했고, 대학 측은 조사를 마친 뒤 A씨에 정학 9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A씨는 학교 측에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난 2019년 10월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가 검찰로부터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이 1심의 주된 판단 이유다. 당시 검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메시지 내용 등 객관적 증거 자료로 볼 때 B씨 상태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B씨가 모텔에서 5시간가량 자고 일어나 양치를 하고 다시 침대에 누운 뒤에 발생했다. 검찰은 이 당시 B씨 상태에 대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깰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1년 후인 지난해 10월 2심은 A씨가 받은 징계가 부당하지 않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은 형사 사건으로서 ‘준유사강간죄’ 여부를 따지는 것과 민사.행정소송에서 징계가 정당한가를 판단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A씨 소속 대학의 징계 규정 및 인권센터 규정은 ‘성희롱’에 대해 “성범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적 굴욕감, 수치심,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라고 정했다. 구체적으로 성희롱에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동과 요구 등 언어적, 물리적, 정신적인 행위를 통해 개인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A씨가 징계를 받은 건 성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B씨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게 2심 판단이다.


A씨는 줄곧 “묵시적 동의가 있는 신체접촉”이라고 주장했으나, 항소심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만으로는 징계 사유 판단에 핵심인 ‘묵시적이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당시 B씨는 “양치를 했을 때는 술이 덜 깬 상태였고, A씨가 성적 행위를 시작할 때는 잠이 계속 와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고 그 후 완전히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일부 진술이 ‘B씨가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A씨는 성적 행위 뒤 3시간여가 지나 모텔을 나온 이유를 묻는 징계위원의 질문에 “정말 과정이 길었다. (신체 접촉을 했다가) 한참 누웠다가 이렇게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은 이를 근거로 “B씨가 만취 및 수면 상태로 인해 A씨의 행위에 적절히 동의 여부를 밝힐 수 없는 상태에 있었고, A씨는 이를 인식한 채로 장시간에 걸쳐 B씨의 반응을 살피며 성적인 행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A씨에 대한 학교의 징계는 정당하고, 대학 내 신입생 환영회 등 술자리에서의 성희롱.성폭력이 다수 발생해 이를 근절키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커진 점 등을 고려하면 정학 9개월의 처분 역시 적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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