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육군 제9보병사단은 지난 9일 충남 천안시 재향군인회가 개최한 ‘故 오규봉 하사 추모행사’에 참석,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 1,300여만 원을 오규봉 하사의 친동생인 오세운(85세) 옹에게 전달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1928년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서 출생한 故 오규봉 하사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에서 강승우 소위, 안영권 하사와 함께 자신의 몸에 수류탄과 박격포탄을 묶고 돌격해 적 기관총 진지를 파괴해 고지 탈환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산화한 호국영웅 중 한 분이다. 

오규봉 하사를 비롯한 이 세 명의 전쟁영웅은 1계급 추서 진급과 함께 을지 무공훈장을 수훈하는 등 지금까지도 위국헌신의 표본으로서 ‘백마 3군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사단은 다른 두 영웅과 달리 직계 자손이 없어 추모 사업이 활발하지 못했던 오규봉 하사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오규봉 하사의 추모비를 건립했고 유족을 돕기 위한 활동도 이어왔다. 

특히, 올해는 천안에 거주하고 있는 오규봉 하사의 동생인 오세운(85세) 옹이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도 암으로 투병 중이라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3월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행사를 가져 1,3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아 이날 전달했다.

이번 모금행사에는 많은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그 뜻을 더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월급 중 50%에 달하는 30만 원을 기부한 이상호 상병은 “군인이 되어보니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숭고한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면서, “적은 금액이지만 전쟁영웅인 오규봉 하사님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오히려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성금을 전달받은 오세운(85세) 옹은 “69년 전 백마고지 전투에서 형님이 무엇을 바라고 목숨을 바쳐 싸운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후배 장병들이 기억해주고 저처럼 어려운 가족들도 돌봐줘서 흐뭇해하고 고마워할 것”이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번 추모 행사에 참석해서 성금을 전달한 김동호(소장) 제9보병사단장은 “故 오규봉 하사를 비롯한 수많은 선배 전우들의 위국헌신 덕분에 자랑스러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사전불퇴(死戰不退) 정신으로 하나 돼 승리하는 상승(常勝) 백마부대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백마고지 전투는 6.25전쟁 중인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철원에서 육군 9사단이 중공군 제38군 예하 3개 사단을 맞아 치열한 전투 끝에 대승을 거둔 전투이다. 당시 무명 ‘395고지’로 불렸던 백마고지는 피아간 치열한 포격전으로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져 공중에서 바라봤을 때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마고지라고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