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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치학 방법론’ 출간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2-03-12 12:09:30
  • 수정 2023-02-19 13: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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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방법론은 학문의 모든 분야에서 기초를 이룬다. 기반을 잘 다져야 그 위에 짓는 집이 튼튼할 수 있듯이 방법론을 잘 익혀야 그 기초 위에서 학문적 이해와 연구를 적절하게 시도할 수 있다. 방법론은 설계도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집 지을 때 설계도가 안내 역할을 하듯이 기존 연구를 이해하거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때 방법론은 방향 감각을 잡게 해준다.


기반이자 설계도인 방법론은 그 중요성에 비해 우리의 관심을 잘 끌지 못한다. 집짓기보다 땅 정지작업이 재미없듯이, 또한 설계도는 실물이 아니어서 생동감이 없듯이, 방법론은 흥미롭게 확 다가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방법론을 통해 얻거나 만드는 결과물인 구체적 지식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식을 얻는 기초 과정인 방법론은 너무 추상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며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는지도 확실하게 다가오기 어렵다.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더라도 방법론을 잘 익히고 방법론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 운동을 잘하려면 기초체력을 갖춰야 하는 것과도 같다. 기초체력 키우기는 힘들고 지루할 수 있지만, 그 일을 소홀히 하면 운동하는 데 한계가 커진다. 기존 책, 논문, 발표문, 보고서, 칼럼 등을 제대로 이해해서 공감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방법론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가 새롭게 연구를 진행해 설득력 있는 지식을 창출하거나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데도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정치학 분야의 방법론이다. 정치를 어떻게 탐구하면 좋을지를 목표로 한다. 즉, 정치에 관한 기존 연구를 어떻게 이해하면 적절할지, 그리고 정치의 여러 측면을 어떻게 연구해야 두루 공감을 얻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지식을 만들고 쌓을지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목표이다. 제목은 정치학 방법론이지만 사회과학 방법론으로 봐도 괜찮다. 정치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경영학 등과 기본 논리와 개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로 정치에 관련된 현상, 제도, 행태를 염두에 두고 방법론을 다루지만, 그 논의는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하자면, 이 책은 학문전반의 방법론일 수 있다. 여기서 논하는 이론 정립, 개념 정립, 연구 설계, 관찰 방법, 결과 정리 등에 관한 내용은 사회과학뿐 아니라 법학, 인문학, 자연과학에서도 광범하게 통용될 수 있다.


이 책은 주로 경험empirical 세계에 머물면서 연구의 논리와 기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경험 연구는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할 무언가를 탐구하는 바,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당위적으로 있어야 할 무언가를 탐구하는 규범 연구와 구분된다. 물론 경험 연구와 규범 연구는 상호 독립적이거나 배타적이지는 않다. 경험 연구는 규범적 신념에 영향 받고, 역으로 규범 연구는 경험적 이해에 입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회과학 연구도 어느 한쪽 성격만 띠지 않고 양자의 성격을 다 갖고 있다. 그렇지만 정도 문제로서, 이 책은 경험 연구에 초점을 맞춰 그 방법론을 논한다.


경험 연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은 아니다. 경험 연구 쪽으로 조금이라도 가깝게 위치한 학자들의 수가 규범 연구 쪽에 비해 더 많긴 하지만, 오히려 규범 연구가 더 근원적이고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규범 연구는 주관적 가치관이 핵심적으로 작용하는바, 어떻게 규범 연구를 진행하면 좋을지 체계적이고 명시적인 방식으로 논하기가 힘들다. 


반면, 주관적 가치관이 자의성을 띠지 않도록 가능한 한 억누르며 진행하는 경험 연구는 체계적이고 명시적인 논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더욱이, 필자가 경험 연구 쪽으로 치우쳐 교육을 받고 연구를 해왔다는 점도 이 책의 경험적 성격에 일조를 한다. 다만, 재차 강조하자면, 경험 연구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는 이 책의 내용이 규범적 판단과 주장을 하는 데도 밀접히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정치현상의 경험적 탐구를 위한 개념적, 논리적 기초를 구축함에 있어서 질적 관찰 및 추론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질적접근은 양적(계량적, 통계적) 접근과 함께 사회과학 방법론의 대비되는 두 측면을 이룬다.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만족스러운 탐구를 할 수 없다. 양자를 적절하게 혼합, 혼용해야 한다. 다만, 양적 분석을 하려면 우선 질적 추론의 기초를 쌓을 필요가 있기에 이 책은 질적 측면에 집중한다. 


그러나 질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논의 중간 중간에 양적 접근을 부분적으로 언급하며 양자 간의 비교를 시도할 것이다. 독자는 이 책에서 기초를 쌓은 후에, 혹은 이 책을 읽는 동시에, 양적 접근을 다룬 저작도 학습해야만 보다 충실하고 균형 잡힌 탐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기 바란다.


확정적 논조를 취하기에는 사회현상 탐구가 지닌 본질적 한계가 너무 크다. 본론에서 상술하듯이 사회현상 탐구는 너무도 불확실한 세계를 눈감고 더듬어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더해, 그러한 더듬기는 사람마다, 관점마다, 맥락마다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과학에서 확정적 논조를 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이 점을 참작하여 연구 방법론은 조심스레 탐색적 성격을 띨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정치의 여러 측면에 대한 탐구 방법을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맥락적 환경과 관점에 따른 여러 가능성과 장단점을 다각도로 탐색하는 논조를 유지하고자 한다. 독자는 수학문제에 대한 답을 내듯이 확실한 결론을 얻지는 못할 것이고, 대신 다각도의 탐색을 통해 넓고 깊은 사고를 하는 훈련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도그마가 아닌 체계화·규율화된 생각을 추구한다.”라는 말이 이 책에도 해당된다.


정치를 포함한 사회현상을 다각도로 탐색하다 보면 기존에 확립된 이론이나 널리 퍼진 주장이 지닌 맹점이나 한계가 드러나기 쉽다. 심지어는 나 자신이 한 주장에 들어있는 문제점이 인식되기도 한다. 이 책은 기존의 지식이나 내가 창출해낸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다각도로 탐색해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자세를 키워줄 것이다. 즉, 어떤 사안에 대한 획일적이고 확정적인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주어진 구체적 맥락을 고려해 여러 답의 상대적 장단점을 비판적으로 저울질하는 데에 이 책의 주안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부제를 “비판적 사고 입문서”로 했고, 논의도 그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다. 비판적 사고를 기반으로 삼아 기존 연구를 평가하고 새로운 연구를 진행해야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고 남의 비판을 받을 여지도 줄어들 수 있다.


방대하고 복잡한 연구 방법론을 한 권으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책이 경험 연구의 질적 접근으로 국한되기는 해도 내용이 여전히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하다. 필자의 좁은 식견으로는 정치학 분야로만 초점을 맞춰 정리해도 능력을 넘는 일이다. 정치학방법론이 실은 사회과학 방법론, 나아가 학문 전반의 방법론과 근본적으로 같으므로, 정치학으로 좁히든 전체로 넓히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정치학 방법론을 포괄적으로 종합 정리하겠다는 비현실적 욕심은 버리고 정치학 및 사회과학을 추구할 때 고려할 만한 방법론적 논점을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수준에서 다루는 데 만족하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정치에 대한 경험 연구의 질적 접근을 위한 비판적 사고력을 다소라도 함양 할 수 있다면 저술의 취지는 달성되는 셈이다.


부분적, 불완전한 수준에서나마 정치학 방법론을 무리하게 저술하는 이유는 오늘의 시대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정치는 극심한 정파 대결, 국정 교착, 체제 불신을 낳고 있다. 정치과정에서 각종 현안과 관련해 정치인들은 경직된 진영 논리에 빠져 이성적인 주장이나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파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냉철한 논리를 펼쳐야 할 공무원, 법조인, 언론인 등도 이념적 편향성과 집단주의적 경직성에 크게 지배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학자들도 같은 비판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니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나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일반 유권자도 과도한 편견과 단기적 충동에 휘둘리며 이상적 시민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다. 이성적 주장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공감을 자아내거나, 진솔한 숙의를 통해 합의에 이르거나, 합의에 성공하지 못해도 합리적 소통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 고정된 입장과 상반되는 주장은 아예 듣지도 않거나 무조건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는 풍조가 오늘날 ‘탈진실’ 시대의 안타까운 일상이 됐다.


이러한 우울한 시대 상황이 정치학 방법론을 저술하도록 동기를 제공한다. 우리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 시대 상황을 극복하는 데 일조를 하고 싶다. 전문 정치인부터 일반 시민까지, 기성세대 학자부터 대학생까지, 지속성을 중시하는 법조인부터 변화에 주목하는 언론인까지,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과 주장의 기초를 다시 다질 때 일방적 외침보다는 상호 대화와 합리적 담론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치와 관련해 어떠한 문제의식을 세울지, 그 문제의식과 관련해 어떠한 주장을 하고 어떠한 이론적 틀에 넣을지, 그 이론에 들어있는 개념들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 그 이론과 개념들을 어떻게 관찰 가능한 형태로 바꿀지, 그 관찰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면 적절할지, 그 관찰의 결과는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기초적 논의를 통해 우리는 인식과 대화의 기본을 튼튼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이 시대의 위기 상황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또 다른 동기로 근래 학계가 겪고 있는 방법론적 논쟁과 혼란을 들 수 있다. 가브리엘 알몬드가 말했듯이, 정치학계는 1970년대 이래 탈행태주의 시대를 맞아 상이한 방법론에 의존하는 여러 분파로 나눠졌고 이들 간에 대화나 교류가 단절되어 왔다. 물론 ‘행태주의 혁명’으로 정치학 연구가 너무 기계적인 과학주의 쪽으로 획일적으로 경도되었던 과거에 비해 탈행태주의 기치 아래 다양한 방법론적 학풍이 각자의 성 안에 존재하게 되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여러 방법론적 갈래 간의 관계는 결코 호혜적이거나 조화롭지 않았고, 급기야 2000년 미국정치학회보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편집자 앞으로 ‘페레스트로이카’ 가명을 쓴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면서 방법론을 둘러싼 격한 갈등이 수면 위로 분출되었다. 이 편지는 정치학계가 방법론적으로 통계학에 의존하는 계량적 접근, 아니면 수학에 의존하는 보편 연역적 모델을 중시하는 쪽으로 너무 편향되었다고 비판하며 전통적 방식인 역사 서술, 사례 관찰, 질적 해석 등이 정치학 연구의 중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지 내용이 너무 과장되고 감정적인 논조로 써졌음에도 미국뿐 아니라 각국 정치학계에서 큰 학문적 파장을 일으켜 관련 논쟁이 일어나고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고조됐다.


이 방법론 논쟁은 한편으로 긍정적 효과를 냈다. 정치학 분야에서 방법론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주류 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방법론적 다원화에 대한 재인식이 촉발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방법론적 다원주의에 대한 요청이 과도함을 넘어 모든 방법론이 그 자체로 정당화된다는 무분별함으로 이어진 면도 있다. 


알몬드가 1988년 지적했던 “개별 학풍 내의 배타적 안주,” “학풍 간 대화의 실종” 문제가 21세기 들어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방법론의 조화로운 “백화제방”이 아니라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관점들의 “백가쟁명”이 학계의 특징이 되고 있다. 학문 분야를 초월하는 주제별 융합연구가 다각도로 추구되는 상황인데, 아이러닉하게 정작 동일 학문 분야 내에서는 방법론을 가로지르는 공동연구나 대화가 크게 실종됐다. 


각 방법론적 학풍이 내적으로만 정교하게 발전하면 할수록 학풍 간의 교차적 이해와 넓은 지적知的교류는 더욱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근래의 상황은 정치학을 정체성 위기에 빠뜨리며 정치학 분야의 학문적 성숙과 지식의 누적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정치를 공부하고 연구하거나 실천하는 모든 사람이 이러한 방법론적 혼란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방법론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서로 다른 방법론 전통을 따르는 사람 간에 지적 소통이 용이하지 않다면 온갖 오해와 갈등이 발생해 전체 및 개인에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누구보다도, 공식적인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정 방법론적 관점이나 기법을 선택했을 때 다른 학풍을 따르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편향되게 비판한다면 당장 졸업논문을 쓰거나 학문적방향을 잡음에 있어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학문의 기초를 소홀히 한 채 특정 학풍에만 침잠하는 학생일수록 그런 위험성에 직면하기 쉽다.


탐구의 기본을 튼실하게 다짐으로써 근래 학계의 방법론적 혼란을 헤쳐 나가는 데 이 책이 일조하기를 소망한다. 기성 학자나 실천 영역의 각종 행위자가 충실한 기본을 바탕으로 사고를 펼칠 수 있도록, 그리고 보다 절실하게는, 배움을 키워가는 교육과정에 있는 사람이 방법론적 다원주의 속에서 각자 중심을 잡되 기초를 잘 닦을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탐구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상호 대화로 지식체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 책을 저술하게 된 학문적 동기이다.


필자의 개인적 배경도 저술에 한 동기를 제공한다. 필자는 1996년부터 정치학방법론 과목을 맡아 어언 사반세기 동안 가르쳤다. 그렇게 오래 매달렸음에도 방법론에 대한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해가 갈수록 그러한 생각은 도를 더하고 있다. 진작 강의교안을 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실행에 옮길 자신이 없었다. 


한편으로 필자가 게을러 소양 쌓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전술한 시대적 및 학문적 혼란 상황이 방법론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시대적, 학문적 혼란이 저술의 필요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저술의 난이도를 높여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지연하다가는 영원히 강의 내용을 책으로 발전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개인 지력知力의 시간적 쇠퇴, 방법론의 점증하는 복잡성, 방법론의 혼란에 따른 시대적 및 학문적 상황의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저술의 마지막 가능 시점이라고 사료된다. 이에 개인 능력상 한계를 무릅쓰고 저술에 착수하는 용기를 내게 됐다.


이 책의 재료인 필자의 정치학방법론 강의교안은 사반세기 동안 조금씩 수정, 확대되어왔다. 필자만 보는 손글씨 강의노트에서 배포용 강의유인물로 바뀌었고, 다시 발표용 PPT 파일로 바뀌었다. 이처럼 변해온 강의교안을 기본으로 하고 오래 쌓인 기출 시험문제, 질의 및 응답, 과제, 실시간 수업영상 등에서 일부 내용을 추출해 단행본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그동안 수강, 질문, 시험 답안지 작성 및 과제 제출 등을 통해 과목 내용에 대한 귀중한 피드백을 해준 수많은 경희대학교 학부 및 대학원 학생들의 공이 크다. 그들모두가 이 책의 숨은 공저자이다.


필자는 방법론에 대한 생각을 정립함에 있어서 여러 기존 문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나 특히 2권의 책으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킹Gary King, 버바Sidney Verba, 코헤인Robert Keohane이 공저한 책과 게링John Gerring의 책이다. 이 책들은 과학주의의 엄격성을 강조하면서도 기계적 획일주의를 경계하며 맥락의 중요성을 주목하는 절충적 성격을 띤다. 때로는 어떤 생각이 그들의 것이고 어떤 생각이 필자의 것인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두 책의 내용은 이 책에 크게 녹아들어 있다. 


방법론에 대한 필자의 시야를 넓혀준 저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필자가 방법론 관련해서 도움을 받은 그 밖의 여러 문헌은 본론의 해당 부분에서 각주로 출처를 밝힐 것이다. 또한, 의식하거나 혹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문헌이나 대화, 질문을 통해 영향을 준 수많은 학자 및 정책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에게 진 빚은 따로 언급할 기회가 없지만 역시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서론에 이어 총 8개의 장이 이어진다. 제1장은 방법론의 의미와 핵심 성격을 논하고 방법론이 왜 중요한지 그 의의에 대해서도 상술한다. 제2장은 정치학political science과 사회과학social science에서 말하는 “과학”은 어떤 것인지 그 등장의 역사적 맥락, 기본적 특성, 근본적 한계에 대해 논한다. 제3장은 이론 정립을 주제로 해 어떠한 유형의 이론(쉽게 말해, 주장)을 어떠한 기준과 논리에 따라 세우면 좋을지 다룬다. 


제4장은 개념 정립을 주제로 해여 이론에 들어있는 개념(들)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지 논한다. 제5장은 특정이론(주장)을 어떠한 시간적, 공간적 범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지지하거나 반박할지 연구 설계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제6장은 이론을 경험적으로 관찰하는 여러 방법에 대해 상술한다. 제7장은 문제제기부터 이론 정립, 개념 정립, 연구 설계, 자료 관찰, 관찰 결과의 해석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연구를 어떻게 정리, 발표하면 좋을지 조언한다. 제8장은 결론 삼아 학문하는 기본자세를 몇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독자가 이 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읽으면 좋을지 간략히 논한다. 독자의 자율적 판단을 방해하는 필자의 과도한 간섭일 수 있어 조심스레 소견을 밝히자면, 자기 생각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학문적 겸손함을 항상 지키며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기존 연구를 평가하거나 새 연구를 추진하는 데 요구되는 논리와 방법에 대해 읽을 때 학문적 겸손함을 대전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에서 강조된 비판적 사고란 남의 주장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내 생각도 대상으로 한다. 스스로에게 비판적일 수 있는 용기는 곧 학문적 겸손함을 말한다.


전술했듯이 이 책은 탐색적 논조로 진행되면서 독자의 성찰적 고민과 조심스러운 판단을 촉구한다. 또한 본론에서 상세히 후술하듯이, 사회현상(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은 자연 사물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의 주관적 마음에 존재할 뿐이므로 맥락과 관점에 따라 달리 규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주장을 유일무이한 정답인양 확신 있게 말하는 데는 큰 위험성이 따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정치와 사회에 대해 다각도의 고민을 깊게 하고 나름의 맥락과 관점에서 적절한 답을 찾아보되 비판과 수정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겸손한 모습을 키울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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