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계기로 공개한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대통령실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 보폭을 맞추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기자단 브리핑에서 ‘한국판 인태 전략은 미국과 보폭을 맞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취재진 질문에 “맞기도 하고 틀린 측면도 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는 측면도, 아닌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미.중 간 치열한 전략경쟁의 전쟁터”이고, “주요 강대국 간 전략경쟁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상주의적인 이익만 좇을 경우 오히려 미묘한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수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이 전날 언급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선 안 된다’라는 표현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특정 국가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일반론적인 발언”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어제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확립’,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질서’ 등을 강조하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아세안 지역 패권을 강화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태 전략에 한국이 보조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우리 정부의 인태 전략과 관련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협력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 “자유.인권.법치 같은 보편가치 수호를 대외전략의 핵심 요소로 반영하고 대내외에 분명한 어조로 천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를 매도하거나 배척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열린 자세로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협력해 나가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한국판 인태 전략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번영’과 관련해 “협력적.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 조성에 우리가 일조함으로써 역내 공동의 번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서,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