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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 아동 성추행 논란에 결국 사과 "변명의 여지 없어"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12-21 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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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 제작진이 아동 성추행 논란에 결국 사과했다.


21일 '결혼지옥' 제작진은 "지난 19일 방송된 '고스톱 부부'편을 보고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논란 이후 곧바로 시청자 여러분에게 제작진의 입장을 전달해 드렸어야 하나, 출연자들의 방송 후 상황과 입장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해당 영상이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재가공 및 유통돼 출연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영상을 먼저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방송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재혼 가정의 남편이 7살 의붓딸과 놀아주는 장면이다. 아이가 거절 의사를 표현함에도 새아버지는 아이를 껴안고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찌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남편의 행동이 아동성추행에 해당한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오은영 박사가 남성의 행동에 대해 "친부여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새아빠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아빠의 외로움을 이해한다' 등의 온정적인 표현은 부적절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MBC 소통센터 공식 홈페이지 내 'MBC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결혼 지옥'과 관련한 민원이 2900여건 접수됐고, 해당 아동이 살고 있는 전북 익산경찰서에는 아동 성추행 관련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MBC는 20일 문제의 장면을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고,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결혼지옥' 제작진은 이번 방송에 대해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내와 그 상처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한 남편이 만나 아내의 전혼 자녀인 딸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면서, "아내는 남편을 아동 학대로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행동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면서,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아가 "저희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면서,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작진은 이번 논란으로 같이 비난 받고 있는 오은영 박사에 대해서도 '제작진의 불찰'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제작진은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면서, "앞으로는 실제 녹화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온전히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제작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제작진을 믿고 일상의 관찰을 허용해 준 가족들의 신뢰를 무겁게 마음에 새겨 그분들의 실질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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