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법원이 31년간 근무하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소방관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 행정1부(이수영 부장판사)는 퇴직 소방관 A 씨가 울산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1990년 2월 지방 소방사로 임용된 A 씨는 화재진압대원.화재조사대원.구조대원 등 업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1월 퇴직했다.
근무 기간에 화재진압 현장에 모두 1천987회 출동하고 510건의 화재조사 업무를 한 A 씨는 2018년 병원에서 파킨슨증후군과 다발계통위축증을 진단받았다.
A 씨는 퇴직을 앞둔 2021년 보훈 당국에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지만, 울산보훈지청은 A 씨가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A 씨의 직무와 파킨슨병 발병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직무가 발병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 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화재진압 과정에서 각종 물질의 연소 및 미연소 현상으로 발생한 석면, 폼알데하이드, 이황화탄소, 벤젠 등의 유독가스에 장기간 노출됐다"면서, 특히 "원고가 화재진압 및 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기간 중 상당 기간 보호장구 보급률이 매우 낮고, 그 성능 또한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발병에 이를 만한 유전적.체질적 요인이나 기존 질병도 없었다며 "원고가 유해 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상당 기간 직접적.반복적으로 노출돼 파킨슨병이 발생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울산보훈지청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달 25일 확정됐다.
A 씨의 대리인 측은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병도 소방관이 직무수행 현장에서 유해 물질 등에 대한 장기간 노출된 것이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국가유공자 신청자에게 지나친 증명의 부담을 전가해 온 기존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