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이카 제공[박광준 기자] 인사상 특혜를 대가로 직원 등에게서 돈을 빌려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전 상임이사 송 모(60)씨가 자녀 교육비, 병원 치료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송 씨 공소장에 의하면 그는 2018∼2019년 코이카 운영지원실장 A 씨에게 전화해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 (나중에) 갚아주겠다"면서 1천7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송 씨는 다른 코이카 직원에게도 "수술을 받은 부인을 퇴원시켜야 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 "금전 관련 소송으로 급여(통장)가 압류됐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총 1억 6천170만 원을 송금받았다.
한 코이카 외부 혁신위원에게는 "예전 시민단체에서 급여를 못 받았다. 태양광사업 보증 탓에 은행 대출이 안 된다"면서, "일본에 있는 자녀 교육비를 보내줘야 하니 1천만 원만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송 씨는 이런 식으로 코이카 직원 17명과 지인 등 총 20명에게서 4억 1천200만 원을 빌려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돈을 빌리면서 거듭 상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검찰은 "송 씨가 당시 채무 초과 상태로 속칭 '돌려 막기'를 하고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송 씨는 코이카 상임이사직을 맡기 전 시민단체 지역 사무총장으로 일할 당시 자녀 둘을 일본으로 유학 보내면서 이미 3억 5천만 원가량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 씨는 코이카 사무실 안에서 직원을 만나거나 국정감사장에서 직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차용을 부탁하기도 했다.
예산.인사 등을 총괄하던 송 씨는 이후 이 직원들을 희망하는 곳에 발령·파견하거나 규정상의 적정 연봉 인상률을 초과해 근로 계약을 맺는 등 인사상 특혜를 줬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송 씨가 받은 차용 기회와 금융 이익을 모두 뇌물로 봤다.
송 씨는 국제개발협력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코이카 자회사 코웍스의 대표이사직을 희망하던 최 모(62)씨로부터 1억 6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최 씨는 실제 2019년 10월 송 씨의 도움을 받아 코웍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뇌물공여 혐의로 송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송 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11월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울산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