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엘리엇 중재판정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국가 조치...표결.손실 인과 인정"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06-24 09:17:00

기사수정


[박광준 기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천300억 원을 웃도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 판정의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표결 개입은 곧 정부 책임'이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중재판정이 이뤄진 지 사흘 만인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재판정부의 쟁점별 판단 결과를 공개했다.


법무부에 의하면 중재판정부는 지난 20일 '관할 성립'과 '한미 FTA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5천358만 6천931달러(약 69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지연이자와 법률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돈은 1천4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판정부는 관할권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행위가 국가의 행위로 인정된다고 봤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책임은 한국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들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표결에 개입한 것이 국가 책임의 근거가 되는 '조치'에 해당하고, 국민연금이 비록 법률상 국가기관은 아니어도 기능·재정적으로 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으므로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또 국정농단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판결 내용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보호하도록 규정한 한미 FTA의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정했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 측은 '두 회사 합병이 부결됐다면 실현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내재가치'를 손해액 산정 기준으로 삼아달라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이를 기각하고 '삼성물산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우리 정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이 사건은 2018년 7월 접수돼, 지난해 5월 사실상 모든 절차가 종료된 사안"이라면서 "정부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 순수한 상업적 행위이고, 전체 주식의 약 11%를 보유한 국민연금 의결권만으로는 엘리엇 측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면서 취소 소송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할 흠결, 절차의 심각한 일탈, 법리 오해 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판정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법정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지 여전히 검토 단계"라면서, "구상권 행사 역시 배상액이 확정돼야 하는 만큼 아직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 절차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송기호 변호사는 "구상권 청구를 할지, 7월 19일이 시한인 중재취소소송을 제기할지에 대한 합리적 여론 형성에 판정문 신속 공개가 필수적"이라면서, "엘리엇 판정문 전문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반려동물관리사 교육과정 모집
 Campus 라이프더보기
 건강·병원더보기
 법률/판결더보기
 교육더보기
 보건더보기
 환경더보기
 지역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