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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 불복...취소 소송 제기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07-19 05: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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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에서 우리 정부가 손해배상금과 법률 비용 등 1,3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한 판정에 대해 법무부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18일 영국 법원에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국제상설중재판정소(PCA)에 판정의 해석과 정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2018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당시 보건복지부 등이 국민연금에 찬성 압력을 행사에 손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소는 지난달 20일, ISDS 제기 5년 만에 우리 정부가 약 1,3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유 가운데, 관할 위반 문제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재판권'에 해당하는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며 정당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고 본 중재판정부의 판단은 '당국의 조치'와 '귀속'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점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건 다른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관련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점 ▲미국이 의견서를 통해 특정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당국의 조치'에 포함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법무부는 취소 소송 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공기관 등이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이 드물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향후에도 공공기관과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등 이미 진행되고 있는 ISDS 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정부 대리 로펌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법무부는 "법리적으로 잘못된 이 사건 판정을 바로잡아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유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은 18일까지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엘리엇 사건의 판정문에서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 사항이 있다며, 판정부에 이에 대한 정정과 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이 입은 손해액을 산정할 때 삼성물산이 '비밀 합의'에 따라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하는데, 이를 세후 금액으로 공제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오류에 따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이 60억 원 이상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이밖에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이자를 원화가 아닌 미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판시해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해달라고도 신청했다.


이 '엘리엇 사건' 판정문 전문도 이날 공개됐다.


판정문을 보면, 중재판정부는 법무부가 중재 과정과 오늘 취소 소송 제기를 밝히면서 설명한 논리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판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조치'인지에 대해 "그 관할이 피청구국(대한민국)의 '행위' 또는 '일련의 행위'를 포함한 모든 '조치'에 확장되고, 쟁점 조치가 채택되거나 유지되는 시점에 청구인(엘리엇)의 투자가이러한 조치에 의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청구인 또는 그 투자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판정부는 한미 FTA상 '최소 기준 대우'와 관련한 판단에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모두 문형표 장관과 홍완선 본부장의 행위에 관하여,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입증이라고 본 형사 입증 기준을 적용하여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주장한 삼성물산의 소액 주주들의 합병 무산 사건 선고에 대해 "부분적으로 문형표, 홍완선 판결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판정부는 또 "통상적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행위가 상업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본건의 상황은 통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판정부는 "본건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표결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피해를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법률 비용 산정과 관련해선, 엘리엇이 본안을 중심으로 한 주요 쟁점에서 승소하고 한국 정부의 손해산정 논리가 받아들여져 크게 승소했다며, 한국 정부는 엘리엇의 법률 비용 78%를, 엘리엇은 한국 정부의 법률비용 22%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판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고 직접 발표하면서 "전체 영국 취소 소송 (승소)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은 10% 안쪽"이라면서 "그렇지만 충분히 해볼만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과 명확히 배치되는 중재재판부 몇 명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저는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취소 소송이 진행될 경우 지연이자와 법률 비용 등이 늘어날 거란 지적에 대해선 "(ISDS와 관련해) 사실상 당구를 오래 치면 당구장 주인만 돈 버는 그런 구도"라고 말했다.


이어 "액수가 몇 십억 단위로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아끼면 안 되는 비용이 몇 가지 있다'고 영화에서 보셨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한 장관은 "우리 국격에 맞게 능력있는 변호사는 선임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국민 세금을 절약해가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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