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배우자가 변호인단 해임 문제를 두고 법정에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이 전 부지사는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법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배우자가 제출한 일부 변호인단 해임신고서에 대해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 씨는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수감 중이어서 (해임 신고 관련)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고 (법정에 들어오기까지) 그런 얘기 못 들었다"면서, "집사람이 오해하는 것 같다. (해임 건은)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광 측은 재판 시작 전까지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며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 예정이었던 재판에 불출석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당사자인 이 전 부지사의 동의 없는 변호인 해임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 씨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재판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단 해임 신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자 "당신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가 재판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발언"이라며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후 재판부로부터 정식 발언권을 얻은 뒤에는 "해광은 제가 계약하고 선임한 분들"이라면서 이 전 부지사에게 변호인단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A 씨는 "저와 가족들 입장과 반대되게 변호하는 부분에 대해 변호사님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면서, "만약 (해임 철회) 판단하면 가족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권리와 의무 포기하겠다.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검찰에 회유당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정말 답답하다. 정신 차려야 한다"면서, "이화영 재판인지 이재명 재판인지 김성태 전 회장이 나오고부터 이 재판이 이상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탄원서를 보내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이 전 부지사의 달라진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A 씨는 이날 재판 전 변호인을 통해 "변호사의 입은 곧 이화영 피고인의 말"이라면서,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밝힌 옥중 서신과 다르게 변호인이 말한 혐의 내용 일부 인정은 사실과 다르다. 제 가족과 본인의 명예를 위해 더 이상 정당한 변론이 힘들 것 같다"면서 변호인 해임 의사를 재차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임 해임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와 A 씨의 의견 충돌이 있자 "원활한 변론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가족과 의견을 신속히 조율하라"고 요청하면서 오전 공판을 중단했다.

오후 재판은 오후 2시부터 시작돼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에 대한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의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은 다음 달로 연기됐다.

검찰은 오후 재개된 재판에서 "수사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증인신문 녹취록이 (이재명 대표) SNS에 공개 게시되는 등 다른 재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면서, "검사로서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재판부에 공판 진행 절차를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이 약 10개월가량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공판이 공전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이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 인사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송금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줄곧 경기도와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입장을 바꿔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혐의 등 40차 공판에서 언급되고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번복과 관련한 보도가 확산하자,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1일 옥중 자필 편지로 "김 전 회장에게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습니다. 쌍방울에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 재판은 2주 뒤인 다음 달 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