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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07] 나온씨어터 프로덕션, 김희영 연출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25 1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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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씨어터에서 프로덕션 IDA 지나 이온프리도 작 김희영 연출의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를 관람했다.


연극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Can you forgive her)는 ‘베키쇼(Becky Show)’, ‘환희 물집 화상(Rapture Blister Burn)’으로 퓰리처상에 2회 노미네이트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작가 지나 지온프리도(Gina Gionfriddo)의 신작이다.


지나 지온프리도(Gina Gionfriddo)는 미국의 여류극작가이자 텔레비전 작가로, 브라운 대학교에서 저명한 교수인 폴라 보글(Paula Vogel)에게 극작을 배웠다. 텔레비전 시리즈물 <로앤오더(Law &Order)> 작가로 활동하며 극작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2013년 - 퓰리처상 연극 부문 최종후보 , 2009년 - 퓰리처상 연극 부문 최종후보 , 2005년 - 구겐하임 펠로우쉽 (Guggenheim Fellowship) , 2002년 - 수잔 스미스 블랙번 상(The Susan Smith Blackburn Prize) / 헬렌 메릴 신진작가상(Helen Merrill Award for Emerging Playwrights) 등을 수상했다.


김희영은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60일의 썸머> 감독, <퇴마: 무녀굴> <슬로우 비디오> <헬로우 고스트> 조감독을 했다.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에 <환희 물집 화상>을 연출했고, 제41회 서울연극제에 선정되었다.


어머니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레이엄은 타냐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타냐는 마약중독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있는 미혼모다. 그녀는 지린내가 나는 유치원에 본인의 딸을 보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생계의 수단이 없는 그레이엄과의 결혼을 거절한다. 그녀는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타냐는 그레이엄에게 다시 직장을 갖거나, 물려받은 저택을 리모델링해서 임대 사업을 할 것을 결혼의 조건으로 내세운다. 그레이엄은 이를 받아들이고, 둘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듯하다.


장면이 전환되고, 창녀 미란다가 등장한다. 그녀는 타냐가 일하는 바에서 동석한 남자에게 살해 위협을 받아 그레이엄의 집으로 피신한 상태이다. 둘은 위스키 마시며 서로의 과거사를 이야기하고 듣는다.


그레이엄의 어머니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고, 그녀의 남편은 우울증인지 원인을 모르는 채로 시들어가다 그녀를 떠났다. 남편이 떠난 후 그녀는 계속해서 글을 썼으며, 글쓰기만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그 해 여름, 그레이엄은 저택을 렌트하지 말고 같이 보내자는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것이 어머니와 그레이엄의 마지막이었다.


미란다의 어머니는 노력해서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유학까지 갔다. 하지만 거기서 늙은 교수의 아이를 가지고, 교수는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란다의 어머니는 언론인이라는 꿈과 미란다를 바꾸게 되었다. 미란다는 일곱 살 때까지 가난하게 살지만, 어머니의 또 다른 남편을 만나게 되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었다. 남편의 부모님(인지 그 남편의 전 아내의 부모님이었던 듯한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하진 않은듯하다.)의 재력으로 그녀는 부유한 삶이 본인의 삶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유명 사립학교에서 문학 박사과정까지 마친 미란다에게 남은 것은 28만 달러의 빚뿐이었다.


중학교 교사의 삶은 미란다에게 끔찍한 경험이었으며, 결국 그녀는 어플을 통해 돈을 받고 남자와 만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데이빗과 만났다. 처음에는 관계만을, 그 이후 식사를 함께하며, 그녀는 그 관계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데이빗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그녀의 하루가 어땠는지와 같은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데이빗은 다른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레이엄과 타냐가 사는 동네에 왔고, 그런 데이빗을 미란다가 감시하기 위해 따라오게 된 것이다. 어느샌가 그녀는 그의 냉담한 태도에 가슴 아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집착하고 있었다. 미란다는 데이빗에 대한 배신감(혹은, 그녀의 본성으로) 샤티쉬를 가지고 놀았고, 샤티쉬는 그녀를 칼로 찌르려고 하여 도망치게 된 것이다.


그레이엄과 미란다는 술에 취해 이야기를 하며, 묘한 분위기를 띄며 춤을 춘다. 그때 타냐가 집에 들어오며 타냐는 미란다의 삶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그녀가 찬양하는 바이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했던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를 읽어준다. 타냐는 미란다를 경멸하며, 사치를 부리느라 가난한 삶을 사는 미란다를 힐난한다. 미란다는 그녀의 빚은 사치가 아닌 학자금 대출이며, 그녀는 가난한 삶을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모두의 권리이며, 그녀에게 사립학교에서 삶은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그레이엄 또한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사는 것이 옳다고 미란다를 두둔한다. 타냐는 미란다에게 데이빗에게 샤티쉬의 존재를 알리거나, 아니면 경찰에게 전화하겠다고 한다. 미란다는 데이빗에게 전화하고, 데이빗이 찾아온다.


데이빗은 초대받지 못하는 삶이 싫었기에 성공을 다짐하였고, 성형외과 의사로 성공하였다. 그는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합리주의적인 사람이다. 물질적인 성공을 중시하며, 더 많은 인맥을 위하여 연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관계를 맺는다. 그는 미란다의 빚을 갚아주면 그녀가 떠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미란다는 데이빗에게 본인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 관계를 갖자고 이야기하지만 데이빗은 거절한다. 또한 그녀는 그레이엄에게, 어머니의 글을 모두 버리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잊고, 그녀와 함께 살자고 이야기한다. 미란다는 그레이엄의 어머니가, 그레이엄의 쪽지들을 보관해둔 벽장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내기를 제안한다. 쪽지가 없다면, 타냐와 데이빗을 쫓아내고 그녀와 살아가자고.


그레이엄은 벽장을 부쉈고, 그 안에는 어머니의 또 다른 실패한 글만 남아있었다.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한 타냐는 샤티쉬에게 전화하여 그를 불렀고, 샤티쉬가 찾아왔다. 그는 타냐를 죽이려 하지 않았고, 그녀의 물건을 주고 떠났다. 미란다는 데이빗과 떠나고, 그레이엄은 타냐와 남는다.


무대는 삼면 벽이 어머니가 쓰던 원고를 가득 담은 박스로 채워져 있다. 상수쪽에 낮은 장 위에 술잔과 술병이 놓이고 중앙쪽에 탁자 안에는 술병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하수쪽 중앙에 소파가 놓이고 벽 가까이 의자가 있다. 벽면 박스 중간에 텔리비젼 모니터가 여기 저기 보이고, 부서진 영상과 노래가 나온다.


그레이엄 송철호, 미란다 이지혜, 데이빗 김승철, 타나 서미영, 샤타쉬 김유석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나타낸다.


번역 양현아, 무대디자인 정승준, 조명디자인 박유진, 음향디자인 이제형, 영상디자인 장주희, 분장디자인 임영희, 의상디자인 조현정, 무대감독 노현열, 그래픽디자인 디자인SNR, 기획 윤지원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프로덕션 IDA 지나 이온프리도 작 김희영 연출의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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