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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12] 제 23회 월드2인극페스티벌 극단 로얄씨어터, 윤여성 연출 '스카프와 나이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28 12:39:31
  • 수정 2023-11-29 21: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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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스테이지에서 제 23회 월드2인극페스티벌 극단 로얄씨어터의 김수미 작 윤여성 연출의 스카프와 나이프를 관람했다.


김수미(1970~)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한국방송통신대학 문화교양학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미녀 극작가다.


창작산실 선정작 <고래가 산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금상 <인생오후 그리고 꿈> (연기상 전국향, 연출상 이성구), 창작산실 선정작 <좋은 이웃>, 제37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잔치> - (연기상 이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좋은 이웃>,, 제36회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작품상 수상 제5회 차범석희곡상 상 <잔치>, 창착팩토리 시범공모 지원선정 <녹색태양>,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고래가 산다.>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제1회 동랑 희곡상 대상<태풍이 온다>,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녹색태양>,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장미를 삼키다>.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나는 날마다 죽는 연습을 한다.>,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양파>,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양파>, 제1회 옥랑 희곡상 <문> - 동숭. 신화와 공연 프로젝트,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부러진 날개로 날다> 등의 희곡을 발표 공연했다.


윤여성(1954~) 배우이자 연출은 극단 로얄씨어터 대표, 서대문연극협회 회장, 서울연극협회 이사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선정 예술인 해외연수 미국(뉴욕 , 샌프란시스코), 아비뇽 국제 연극제 협회 대표로 참가,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강원도 연극제, 경남연극제, 제주연극제, 인천연극제 등 심사위원, 전국근로자 연극제 심사위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삼일로 창고극장 대표를 역임했다.


서울연극제 연기대상 및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기념 해외연수),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기상, 김동훈 연극상을 수상했다.


<레미제라블> 예술감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희랍인 조르바 빠들의 불편한 동거> <혜경궁 홍씨> <화가 나혜석> <쟈베르> <용팔이>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나도 아내가 있다> <갈매기> <장마전선 이상없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완전한 사랑>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무대는 공항의 수하물 도착장소인 듯하다. 중앙에 벤치가 놓이고 여행용 트렁크가 여기 저기 배치되어 있다. 방송을 통해 안내음성이 들리고, 장면변화는 조명변화에 따른다.


두 여자가 공항에서 마주친다. 트렁크 하나를 놓고 내 것이네 네 것이네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단순히 일상적 해프닝인양 보이는 것도 잠시, 과거를 향한 회한의 감정이 두 인물의 공통점으로 서서히 드러난다. 식칼을 소지한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여자는 바람난 남편을 맞닥뜨리러 공항에 나왔다. 고상한 몸가짐에 스카프를 두른 또 다른 여자는 유학을 떠났던 이십대 아들을 마중 나왔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맞으러 나왔음에도 두 사람 모두 트렁크에 매여 있다. 나이프는 집을 나서면서 트렁크에 온갖 옛날 물건 잡동사니를 넣어왔다. 나름대로 자신의 이러한 행동을 ‘정리’라고 불렀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과거의 시간에 대한 미련을 의미한다. 남편을 살해하겠다는 극단적인 계획 자체가 아직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로 갈 것도 아니면서 트렁크에 집착하는 것은 스카프도 마찬가지다. 작품 초반, 자신의 사라진 트렁크를 찾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스카프는 자신이 트렁크를 아예 안 가지고 온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가져가버린 것인지 반복해서 기억을 되짚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무대 위 트렁크가 단순히 일상의 ‘여행가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진다..


짧은 시간 동안 둘은 타인에서 가벼운 차 한 잔을 나누는 사이로, 밥 친구를 거쳐 술친구로 발전한다. 둘 중 세상을 더 오래 산 스카프는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으로 괴로워하는 나이프를 다독이고 그녀의 닫힌 관점을 환기시킨다. 그러고 보니 첫 만남의 순간에 나이프의 잡동사니 가득한 트렁크를 끌고 나가버린 것도 스카프였다. 두 낯선 여인들은 이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과거의 고통을 서로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위로를 받는다. 처음에는 나이프가 언니인 스카프로부터 일방향으로 위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스카프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만큼 타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유학간 아들이 마지막으로 보내줬던 음악을 나이프와 함께 듣게 된 스카프는 마침내 그 아들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밝힌다.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먼저 출국한 남편이 남들의 눈을 의식했던지 아무에게도 아들의 자살을 알리지 말라고 단속했던 것이다. 스카프의 회한은, 아들을 믿는다고만 반복해서 말했을 뿐 그의 아픔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알지 못했다는 것, 더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스카프와의 대화를 통해 나이프는 자신의 무모한 행동이 자신은 물론 아들의 삶까지도 망쳐놓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결혼/가정생활을 하면서 독이나 회한을 품게 된 두 여성 인물이 서로의 삶을 위로하게 된다는 이야기이지만, 세계 여러 곳을 떠올리게 하는 공항 안내 멘트와 무대 위 즐비한 트렁크가 만들어내는 ‘떠남’과 ‘정체’의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쉽사리 새로 시작하지 못하는 인간 보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이프와 스카프는 굳이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고 헤어진다. 나이프는 스카프와의 우연찮은 만남으로 자신과 자식의 삶을 위해 남편 살해를 단념하고 스카프 또한 지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낯선 이로부터의 인간적 위로에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장면을 피날레로 삼지 않았다. 나이프를 보내고 홀로 앉은 스카프는 곧 장남과의 전화를 통해 둘째 아들이 죽은 것이 오늘이 아니라 1년 전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자신의 위로로 나이프와 그의 남편, 그들의 아들까지 구원한 스카프야말로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척의 고통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살다가 “길이 막히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나이프의 질문에 그것이 “가야할 방향을 찾는” “쉬어가는 시간”일 것이라고 대답했던 스카프의 말은 나이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말이 맞았던 것이다. 스카프에게는 더 긴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영신과 조정은이 스카프와 나이프로 출연하여 호연을 보인다. 정영신은 차분한 연기로 조정은은 폭발적인 연기로 대조를 이루며 극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예술감독 류근혜, 드라미트루그 임선희, 무대디자인 박재범, 조명디자인 이상근, 음악감독 김 문, 조연출 이승재, 무대감독 김시운, 제작피디 홍정민, 기획 유준기 등 스텝진의 기량이 일치되어 제 23회 월드2인극페스티벌 극단 로얄씨어터의 김수미 작 윤여성 연출의 스카프와 나이프를 관객에게 길이 기억하도록 할만한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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