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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15] 극단 노송, 박기선 연출 '짧고 강한'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2-01 12: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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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스카이씨어터에서 극단 노송의 안톤 체홉 작 닐 사이먼 각색 박기선 연출의 <짧고 강한(Brief and Strong)>을 관람했다.


윤봉구 예술감독은 부천에서 극단 믈뫼를 창단해 이끌어왔으며, 연극협회 부이사장과 경기도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예총 부회장과 예총 경기도지회장을 맡았다. 한국연극협회이사장을 역임했고,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예술감독도 역임했다.


박기선(1963~)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2015년 제13회 김천국제가족연극제 대극장경연부문 최우수연기상, 2014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 연극부문 특별상, 2013년 제31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최우수 연기상, 1997년 제15회 전국연극제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이 연극은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의 단편 <재채기(The sneeze)> <치과의사(Surgery)> <의지할 곳 없는 신세(A defenceless creature)> <늦은 행복(Too late for happiness)> <물에 빠진 사나이(The drowned man)> <생일선물(The arrangement)> 등을 각색해 만들었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 겸 작가가 등장해 단편을 엮어간다.


<재채기(The sneeze)>는 공연장에서의 이야기다. 한 관객이 공연중 재채기를 하고, 그 침이 앞자리에서 관람하던 장군에게 튄다. 관객은 장군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한다. 장군은 괜찮다고 하는데, 관객은 계속 사과를 한다. 장군은 참다못해 꺼지라고 소리친다. 관객은 집으로 돌아와 죽어버린다.


<가정교사 (tutor, private teacher)>에서는 한 부인이 가정교사를 속여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불해야 할 보수를 깎으려 한다. 그런데도 가정교사가 고맙다고 하자 이 모든 억지를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충고하며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한다.</p>


<의지할 곳 없는 신세(A defenceless creature)>는 한 은행에 웬 노파가 찾아온다. 다리가 아파 누군가가 조금만 큰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건드리기만 해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나는 노파가 은행의 지배인과 마주한다. 이 노파에게 은행을 찾아온 이유를 묻는 지배인에게 다짜고짜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열거한다. 지배인은 정당한 이유를 들어 노파의 요구를 거절하지만, 노파는 자신의 오갈 곳 없는 신세를 들먹이며 급기야 소동까지 피우는데....


<늦은 행복(Too late for happiness)>은 공원에서 처음으로 만난 두 노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에 대해 호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입 밖으로 내어 고백하지는 못하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끙끙거리다 결국 그냥 헤어지게 되는, 소박하지만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요즘의 많은 사랑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


<물에 빠진 사나이(The drowned man)>는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며 살아가는 한 건달의 이야기다. 우연히 마주친 작가에게 다가와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냐며 접근한 건달.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절하던 작가도 어느새 가격을 흥정해가며 결국 그 모습을 보기로 하는데...


<생일선물(The arrangement)>은 작가 자신이 열아홉 살 때 겪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다. 아들의 19회 생일을 맞아 생애 첫 사창가 체험을 시켜주려는 아버지와 이에 반해 너무나 순수하고 어리기만한 아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아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생일케이크를 사주기로 마음을 고쳐먹는 장면에서 마무리를 한다.


<에필로그(epilogue)>글을 쓰다 보면 주요한 인물들의 인생의 알맹이를 도둑질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자백을 하게 되고 끝내는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한 채 막을 내리는데....


무대는 무대좌우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다음 에피소드에 대처한다. 작가의 해설과 관객과의 소통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서 극이 펼쳐지고, 출연자들의 1인 다역과 의상변화는 물론 호연과 더불어 연출력이 감지되는 공연이다.


정현채가 작가 겸 해설자, 오상준이 장관, 명희영이 가정교사, 이동원이 이반 경관 아들, 송민섭이 경호원 지점장,이선희가 장관부인 여자, 백정연이 이반 아내 줄리아 나타샤, 이상일이 건달, 박기선이 아버지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탁월한 연기력이 관객을 몰입시키고 환호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예술감독 윤봉구, 조연출 이선희, 윤영진 음향감독, 이상일 기획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도 하나가 되어 극단 노송의 안톤 체홉 작 닐 사이먼 각색 박기선 연출의 <짧고 강한(Brief and Strong)>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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