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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품’ 세한도.수월관음도...추울때 봐야 제맛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4-01-14 16: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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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첫 전면개편
  • 기증자별 아닌 주제별로 작품 전시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그린 세한도(국보 제180호)/국립중앙박물관이승준 기자] ‘조선의 금수저’ 추사 김정희(1786~1856)는 비운의 말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기 탄생한 예술은 절정의 꽃을 피웠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유배당한지 5년째 자신을 찾아온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국보 제180호)가 대표적이다. 허름한 집 한 채, 그 옆엔 온갖 풍파를 겪은 푸석한 노송과 파릇파릇한 소나무가 서 있다. 화폭 왼편엔 측백 나무 두 그루가 꼿꼿하다. 쓸쓸하면서도 간결한 필치와 구도가 시간이 흘러서도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코끝이 시린 추운 날 보기에 이 보다 좋은 그림이 또 있으랴.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떠난 구법여행에서 관음보살을 만나 지혜를 구하는 장면을 그린 ‘수월관음도’는 또 어떤가. 무릎을 꿇은 선재동자의 귀여운 모습과 물에 비친 관음보살의 자비가 대비를 이루면서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인간의 염원을 따뜻한 시선으로 짚는다.


선재동자가 무릎을 꿇고 관음보살에게 지혜를 구하는 ‘수월관음도’/국립중앙박물관서로 다른 조선과 고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두 작품이 한 전시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재개관 전시에서다. 세한도와 수월관음도가 밖으로 나온 것은 각각 2021년과 2018년 후 처음이다. 고려불화의 백미로 꼽히는 수월관음도는 특히 상태가 좋지 않아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이 두 작품은 오는 5월 5일까지 4개월만 전시되고 다시 수장고로 돌아간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1일 “2005년 용산 박물관 이전 후 처음으로 기증관을 전면 개편했다”며 “기증품을 기증자가 아닌 주제로 기획한 첫 전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증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은 기증작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다. 기증자보다는 작품을 전면으로 내세워야지만 관람객의 발길을 더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기증자들과 유족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3년간 설득의 시간을 보냈다.


이번 전시는 무려 100여명의 기증자가 내놓은 1671점을 보여준다. 손기정 선수가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부터 이항복필 천자문, 고려 나전경함, 화가 김종학이 기증한 목가구들이 나왔다. 


손기성 선수가 기증한 청동 투구. 기원전 6세기 작품. 보물.김혜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1946년 첫 기증을 받은 이래 박물관은 389차례 총 5만여점을 기증받았다”면서, “이는 전체 소장품의 11%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작품들이 더욱 감동을 주는 것은 기증자의 애틋한 스토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수월관음도의 경우 기증자인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은 일본 경매에 직접 뛰어들어 작품을 수십억원에 구입한 뒤 박물관에 기증했다. 합법적인 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인 것이다. 


보물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 등 4000여 점의 문화유산을 기증한 이홍근 선생은 ‘도자기와 서화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신념 아래 평생 모은 것을 흔쾌히 내놓았다. 기증자의 면면을 보면 사업가가 제일 많고 변호사와 의사, 예술가, 외국인도 있다. 지방 순회 전시를 끝낸 이건희 컬렉션은 내년 해외 전시를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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