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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갈라 포라스-김: 국보' 전 개최...오는 3월 31일까지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4-02-28 03:23:16
  • 수정 2024-02-28 03: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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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리움미술관은 2023년 두 번째 M1 프로젝트 전시로 고대의 유물이 현대의 체계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는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의 '국보'가 오는 3월 31일까지 열린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며 서로의 관계성을 끊임없이 재정의하는 장으로서 리움의 특성과 공명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신작 3점과 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10점으로 구성된다.



갈라 포라스-김은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미술관의 소장품 관리 체계와 국가의 문화유산 관련 법령을 비롯한 제도권이 유물과 맺는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는 소장품의 분류 및 등재 체계, 유물 보존의 전제, 작품 연출 방식을 통해 미술관의 구조를 바라본다. 그의 작업에서는 오래된 유물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사라져버린 정보들과 희미해져 해독할 수 없어진 문자들, 그리고 유물의 여정을 전하는 불완전한 기록들이 대두되고, 이는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편재한 수많은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남북한의 국보와 일제 강점기에 반출된 문화재를 소환하는 작품을 통해 국가가 유물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식민과 분단의 역사가 우리 문화유산에 부여한 맥락을 살펴본다. 남북한의 국보를 한데 모은 '국보 530점'은 남한의 국보와 북한의 국보유적이 본래 ‘조선의 보물’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속해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제국주의 일본과 남한, 북한처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여러 주체가 각자의 논리와 필요에 따라 문화유산을 지정하고 관리해왔음을 환기한다.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은 식민 지배를 겪은 나라들이 공통으로 마주하고 있는 과제인 문화재 유출 문제를 다룬다. 나아가 이 작품들을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국보와 함께 전시해 유물의 전시와 보존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 작품 소개


갈라 포라스-김, '국보 530점'(2023), 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패널 4개, 각 181x300cm./Gala Porras-Kim. 사진: 양이언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남한과 북한의 국보를 한데 모은 것이다. 작품 속 유물은 문화재 지정번호 순서대로 남북이 교차하면서 정렬되어 있다. 그림의 상단에서 하단으로 내려가면서 세대에 따라 많이 지정한 유물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쪽에는 건축물이 많고 그 아래는 도자기, 그 다음은 문서가 많다. 국가가 항상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보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림을 잘 살펴보면 곳곳이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쪽에 빈칸이 많은 이유는 남한의 국보 수가 북한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반면 위쪽의 빈칸들은 국보였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지정 해제된 유물들의 자리이다. 그렇다면 국보는 애초에 어떻게 선정되었을까?


# 작품 설명


갈라 포라스-김의 이 작품은 남한과 북한의 국보를 한데 모아 그린 그림이다. 국보 번호에 따라서 제일 왼쪽 위부터 남한 국보 (舊)1호 숭례문, 북한 국보유적 1호 평양성, 남한 국보 (舊)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북한 국보유적 2호 안학궁터 등의 순서로 남과 북의 문화유산이 번갈아 가면서 그려져 있다. 그림이 윗줄에는 빽빽하다가 아랫줄로 갈수록 듬성듬성해지는 이유는 북한의 국보유적 수가 남한의 국보보다 적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한 국보의 유래는 1933년에 일제가 지정한 조선의 보물 목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그림 속 유물 대부분은 한국이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기 전까지 조선이라는 한 나라의 문화유산이었으나, 해방 이후 분단을 겪으면서 남과 북이 각자의 문화유산을 따로 관리하게 됐고 하나였던 목록은 둘로 나눠지게 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나눠진 목록을 다시 합침으로써 제국주의 일본과 남한, 북한처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여러 주체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문화유산을 관리해왔음을 상기시킨다.


남한에서는 문화재 번호가 단순히 국보로 지정된 순서를 가리킴에도 유물의 가치를 뜻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일이 빈번해 논란 끝에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를 2021년에 폐지했다. 한 유물이 국보로 지정될 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은 어떤 기준으로 내려질까? 그 기준이 반영하는 것은 무엇일까?


# 작품 소개


'갈라 포라스-김: 국보'/리움미술관 전시 전경, 2023. 사진: 양이언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반출된 한국 유물을 소재로 한다. 저는 역사적인 유물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상의 허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떤 경우에 역사적인 유물이 다른 곳으로 반출될까?


# 작품 설명


갈라 포라스-김의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유물을 그린 그림이다. 우리 문화재를 보호할 방도가 없었던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됐다. 합법적인 방식보다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유출되었거나 유출 경로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고 여겨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37점의 유물 중 다수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실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수집한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 소장품으로, 오구라 사후에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됐다. 오구라 컬렉션은 대표적인 유출 유물로, 우리 정부가 1953년에 열린 제2차 한일회담 당시 일본에 반환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던 문화재이다. 반면, 그림에는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이 소장한 도자기들도 여러 점 포함되어 있다. 오구라 컬렉션과 달리 이 도자기들은 불법적으로 수집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원산국인 한국을 떠난 유물들을 조명한다.


이 작품과 함께 전시된 국보 '아미타여래삼존도'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의 근간을 마련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본에서 어렵게 들여온 작품이다. 문화유산의 거취에 대한 견해 중에는 문화유산이 인류 공동의 유산이므로 어디에 있든 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으면 된다고 보는 ‘인류 공동 유산설’과 문화유산은 민족 고유의 유산이므로 원산국에 있어야 한다는 ‘민족문화 유산설’이 있다. 각자의 입장과 견해가 대립할 때 모색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작품 소개


갈라 포라스-김, '청자 동채 표형 연화문 주자의 연출된 그림자'(2023), 그림자, 가변 크기./Gala Porras-Kim. 사진: 양이언작가는 미술관에서 유물이 전시되는 방식에 주목했다. 리움 고미술 전시실의 극적인 작품 연출 방식은 무대 위의 배우를 연상시킨다. 유물을 둘러싼 지진 대비용 낚싯줄, 그림자, 뒷벽은 조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역사적 유물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 연출, 전시 기획, 소장품 등재와 보존의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 작품 설명


갈라 포라스-김의 이 작품은 리움미술관이 도자기를 전시하는 방식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미술관 4층에는 국보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가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그 청자 주전자를 비추는 조명과 주전자 주변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재현한 것이다.


리움미술관 고미술 전시실은 관람객이 유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가운데 유물이 서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어 마치 작품 하나하나가 어두운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연출되어 있다. 또, 하나의 작품을 둘러싸고 위와 아래에서 여러 개의 조명이 비춰져 작품 뒤편 벽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생기거나, 바닥면에 물결과 같이 여러 겹의 그림자가 지기도 한다.


갈라 포라스-김은 이와 같은 전시 방식을 여러 겹의 종이로 재현해 조명, 좌대, 그림자까지도 작업으로 삼았다. 유물뿐만 아니라 그 유물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 또한 일종의 작품이라고 본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미술관 특유의 작품 연출 방식에 주목함으로써 관람객이 역사적인 유물을 해석하는 방식에 미술관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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