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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39] 주 써니웍스, 양태진 연출 '보보와 자자'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4-03-28 14: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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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블루에서 주 써니웍스의 오태영 작 정진국 각색 양태진 연출의 보보와 자자를 관람했다.


오태영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중앙일보≫ 문예 희곡 부문에 <보행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 1980년대 극단 76에서 활동했다.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난조유사>가 초청되었다가 돌연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을 겪은 뒤 1988년에는 중앙정보부를 소재로 한 <매춘>이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아 극장이 폐쇄되는 위기에 처한다. 이 일로 한동안 작품 활동을 접기도 했다. 주요 작품에는 <난조유사> <빵>, <전쟁> <숲 속의 작은 아픔> <통일 익스프레스> <돼지비계> <수레바퀴>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할배동화> <끝나지 않는 연극) <엄마 적 하얀 밥> <그림자재판> <부드러운 매장> 등이 있다. 주로 과감한 현실 비판 성향의 작품을 썼으며, 1999년 <통일 익스프레스> 발표 이후에는 통일 문제를 조명한 ‘통일 연극 시리즈’를 선보였다. 1979년 한국희곡작가협회상, 1987년 <전쟁>으로 제3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2006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제32회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을 수상한 극작가다.


양태진은 <산적의 꿈> <부자가 된다> <번개탄> 등의 영화를 감독했고, 연극 <통일 익스프레스> <은 물고기> <그림자 재판> <굿바이 피터> <왕은 죽어가다> <보보와 자자>를 연출했다. 


양태진 연출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동기는 현장성과 시의성"이라며 "두 인물 보보와 자자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인간군상을 해학과 풍자를 통한 우화로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인간군상들 속에 우리는 자신의 일부를 발견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상상할 수도 있다"며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며 웃음과 함께 현실에서 풀지 못하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보보>는 예쁘고 지적이며 교양을 갖춘 공주형의 여자이다. 반면 보보의 파트너 <자자>는 머리가 나쁘고, 불학무식하기 짝이 없다. 다만 원초적인 힘, 즉 원초적인 폭력성을 소유한 인물이다. 둘의 관계는 파트너라 하지만 몸종과 주인으로써 주종관계에 가깝다. 당연히 아리따운 여인 <보보>가 주인이다. 둘은 환상적인 콤비처럼 보이지만 자자의 내재된 폭력성 때문에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그들 앞에 <둘시>라는 못 생기고 천한 신분의 여인이 끼어든다. (둘시는 원래 돈키호테가 눈이 삐어 사랑했던 하녀 신분의 여자이다) 성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자자는 둘시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보보의 입장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성적 파트너인 자자를 빼앗길 수 있겠는가. 해서 질투심이 타오른다. 그리고 드디어 햄릿을 닮은 왕자가 나타난다. 왕자는 형을 살해하고 곧장 달려오는 길이다. 왕자는 한 눈에 반해 보보에게 결혼을 요청한다. 이번엔 자자의 질투심이 타오른다. 왕자에게 보보를 내줄 수 없다. 더구나 그는 머리 없는 폭력, 즉 무력을 상징한다. 이 게임에서 권력을 잡는 인물은 당연히 보보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자를 끝까지 자기 옆에 두고 싶어 한다. 머리 없는 폭력을.


이 작품 힘과 권력에 의해 형성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동화적 캐릭터와 희극적 상황으로 알레고리 화하여 신랄하게 풍자한다. 특히 권력으로 상징되는 <보보>와 폭력으로 상징되는 <자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합리와 억압 속에서 과연 폭력이 어떻게 권력에 복종하며 또한 권력과 폭력이 유착하여 만들어 내는 사회의 구조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유희적 놀이에 빗대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비극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불합리한 권력과 폭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를 묻고 있다. 폭력에 의해 잉태되고 형성된 사회. 그 사회의 구성원인 나는 과연 무엇인가....


오태영 작가는 "동화적(童話的) 세계는 무슨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어떤 생명력 혹은 힘을 갖는가? 동화란 슬픔에 찌든 수많은 서민들에게 잠시 시름을 잊게 해주는 환상놀음인가? 아니면 그 시대에 숨겨진 진실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인가? 어쩌면 동화는 양쪽의 속성을 교묘하게 다 담고 있는 듯 하며, 양쪽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그럼 우화(寓話)와 다른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화는 좀 더 냉소적이며 현실적인 문제에 가까이 접근해 있고 어둡기까지 하다. 사실 우리 연극계는 우화의 수법을 즐겨 다뤘다. 그런데 시대는 바뀌어 관객들은 담론(談論), 혹은 논쟁적 연극에 식상하기 시작했다. 담론의 시대는 갔다고 떠든다. 과연 그럴까? 담론적 본질을 빼버리고 무슨 예술을 논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렇다면 우린 좀 더 진화된 방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담론적 태도를 깊숙이 감추고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프로그램화하기>가 바로 이 작품의 의도이다. 프로그램화하기란 <포장을 달리하기>와 엄연히 다른 의미이며, 내용은 <성과 권력>의 속성, 혹은 역학관계를 담아보려 하였다."라고 작품 소개를 했다.


<보보와 자자>는 과거 군사 정권 시절 연이어 강한 사회비판 작품을 내면서 '공연 불가'를 판정받고, 그럼에도 공연을 강행, 결국 극장이 폐쇄되는 등 폭력을 앞세운 권력에 맞서왔던 오태영 작가는 이번에도 과거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장면들로 풍자와 해학의 날을 세운 공연이다.


XR(확장 현실)과 연극 무대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보보와 자자>는 AR(증강 현실) 등을 포함해 3면 LED Wall과 다양한 LED 조명과 특수 효과 장비들이 총동원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XR 영상과 효과음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모든 배역은 더블 캐스팅으로, 다 가진 공주 형의 여자 '보보' 역에 조수하·장희원, 보보의 파트너이자 몸종 '자자' 역에 김정민·최평선, 천한 신분이지만 꿈을 가진 '둘시네아' 역에 전희진·공찬영, 햄릿을 닮은 '왕자' 역에 이요한·김현진이 열연한다.


각색 정진국 시인, 제작 PD 우규선 김윤수, 기획 전재완, 홍보 양국선, 행정 김원화, 진행 최윤정, 조연출 권지언, 조명 곽두성, 음악 강석훈, 무대미술 이해성, 미디어아트 문성영, 그림 성연웅, 사진 그래픽 박주혜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주 써니웍스의 오태영 작 정진국 각색 양태진 연출의 보보와 자자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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