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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노을, 자하(紫霞)의 시와 그림에 물들다”
  • 민병훈 기자
  • 등록 2019-11-04 04: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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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 자하 신위 탄생 250주년 기념 서화전 개최

도1. 붉은 여뀌를 노래한 시, 조선 1832년 이후, 비단에 먹, 국립중앙박물관

[민병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7)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서화전 ‘자줏빛 노을에 물들다’를 개최하고, 연계 특별 강연회(2019.12.18.)를 통해 신위의 시.서.화를 재조명한다.


신위의 호인 ‘자하紫霞’는 신선의 세계를 물들이는 자줏빛 노을을 뜻한다. 신선처럼 고결한 삶을 꿈꾸었던 신위의 예술이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펼쳐진다.


옛 문인들은 시와 글씨와 그림이 모두 작자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이라 보았고 세 가지에 모두 뛰어난 인물을 ‘삼절三絶’이라 일컬었다. 


신위는 19세기 전반 문화계를 대표하는 삼절이었다. 생전에 그의 시를 옮겨 쓴 수많은 필사본이 유통될 정도로 신위는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았고, 대나무 그림에도 뛰어나 조선시대 3대 묵죽화가의 한 사람으로 꼽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조선후기 예단의 총수였던 강세황姜世晃(1713~1791)에게 지도받았고, 뒤 세대인 김정희金正喜(1786~1856)에 앞서 조선의 문예를 집대성했다. 


도2. 신위, 대나무, 조선 19세기 전반, 종이에 먹,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시와 글씨, 그림이 어우러진 신위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붉은 여뀌를 노래한 시’는 정경을 눈에 보이듯 묘사한 시구와 활달한 글씨가 조화를 이룬 만년의 걸작이다. ‘묵죽도’ 대련對聯에서는 그의 대나무 그림 솜씨를 감상할 수 있다. 신위는 제화시를 지어 서화를 평론하기도 했다. 


‘장수를 축원하는 마고’는 청나라 문인화가 박명博明(?~1789)이 조선 사신에게 그려준 그림으로, 약 100년이 지난 뒤 신위가 그림의 뜻과 세월의 무상함을 읊은 시를 여백에 써 넣었다. 전시에는 선친에 이어 서화로 이름을 날린 신명준申命準(1803~1842)과 신명연申命衍(1809~1886)의 그림도 출품되어 신위 삼부자의 서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신위는 변하지 않을 고전의 정수를 탐구했다. 신위에게 고전의 가치는 옛 문인들이 올곧게 지켜낸 정신이었다. “소식을 탐구하여 두보의 경지에 들어간다(由蘇入杜).”라는 그의 예술론은 동아시아의 고전적 황금기를 이 땅에서 이룩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신위는 지방관으로 재직할 때 파직을 무릅쓰고 백성을 위해 토호의 횡포에 맞섰다. 단아한 신위의 글씨와 그림은 역설적으로 치열한 삶 속에서 피워낸 것이었다. 신위의 서화를 감상하며 

그가 평생 다가가려 했던 이상적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서화실 주제전시와 연계해 특별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현일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신위의 문예관과 서화가들과의 교유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고, 이재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신위의 서화 골동 감상과 제화시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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