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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개최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06-22 10: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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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기자]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Quay Brothers: Welcome to the »Dormitorium«)’이 오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예술의전당, 전시기획사 (주)아트블렌딩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퀘이 형제 :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퀘이 형제의 작품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쌍둥이 형제인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는 194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교와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거쳐 1979년 영국에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오늘날까지 약 40년 간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로서 수많은 작품을 남겨왔다. 


퀘이 형제는 얀 슈반크마예르나 루이스 부뉴엘과 같은 당대의 영화감독들뿐만 아니라 막스 에른스트, 프란츠 카프카, 로베르트 발저 등 미술과 문학에 걸친 여러 선구자들의 사상을 폭넓게 흡수해 독창적 경지의 몽환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예술관을 구축했다. 



퀘이 형제는 1986년 칸영화제 단편 경쟁작 ‘악어의 거리(Street of Crocodiles)’(1986)로 명성을 얻었고, 줄리 테이머의 영화 ‘프리다’(2002)에 삽입된 ‘죽음의 날 Day of the Dead’ 클립으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퀘이 형제의 작품들은 테리 길리엄,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등 영화계 거장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퀘이 형제 :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은 애니메이션, 도미토리움, 확대경, 일러스트레이션, 초기 드로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 100여 점을 통해 관객을 괴기스러운 동화적 공간 속으로 이끈다. 


퍼핏 애니메이션이라는 고전적이면서도 근현대적인 매체를 통해 보다 충격적이고 생동감 있는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한다. 퀘이 형제의 예술세계를 함축하는 애니메이션 세트, ‘도미토리움’의 정교함과 구도적 완결성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기대된다. 


도미토리움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나 암스테르담 아이필름뮤지엄에도 전시됐을 만큼 그 자체로서 놀라운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퀘이 형제 작품의 근간이 되는 초기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캘리그라피들은 물론이고, 퀘이 형제뿐만 아니라 팀버튼 감독 등과도 함께 작업하여 온 김우찬 작가의 뼈대 작품들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퀘이 형제의 작품들은 심오한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복합예술이다. 퀘이 형제는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성장해온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부조리와 인간의 실존, 에로티시즘과 나르시시즘과 같은 담론들을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풀어낸다. 



‘퀘이 형제 :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는 영화, 애니메이션, 그래픽디자인, 설치미술 분야에 활동하는 전공자들에게 색다른 영감을 제공하고, 나아가 일반 관객들에게는 무의식의 심연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 받는 매혹적인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섹션 1. 소외에 관한 밑그림 : 블랙드로잉


퀘이 형제는 1970년대 중반에 영화 포스터 형태의 흑백작품들을 제작한다. 블랙드로잉 시리즈는 퀘이 형제의 누아르적 작품관을 암시한다. 산업화 된 도시의 어둠 속에 홀로 서있거나, 마리오네트로 전락하였거나, 해부학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된 인간들의 모습은 장차 퀘이의 작품들에 등장할 실존적 의문의 밑그림이자 초현실적 표현의 실마리다. 블랙드로잉 시리즈는 종이와 연필만을 재료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명암과 메타포로 현대인의 소외를 차분하고 절망적으로 그려낸다.

     
# 섹션 2. 침묵의 비명 : 퍼핏 애니메이션


퀘이 형제는 퍼핏과 오브제의 스탑모션을 통하여 데코르 위에서 몽환적인 침묵의 서사를 펼친다. 스탑모션은 물리법칙과 시간의 연속성을 배제할 수 있는 표현기법이다. 퀘이 형제는 기법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시각적 변주를 시도하였다. 급작스러운 시점의 전환, 의도적인 초점의 회피와 도약, 섬뜩한 퍼핏의 등장과 잔혹한 변형은 영상을 지배적으로 관통하는 연주곡과 융합되어 혼란스러운 무의식의 장면을 연출한다. 애니메이션 전반에 펼쳐진 성적 상징들과 불안정성은 관객에게 위태롭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 섹션 3. 경이의 방 : 도미토리움과 확대경


퀘이 형제는 자신들의 퍼핏 애니메이션 데코를 ‘잠자는 곳’ 또는 ‘묘소’를 의미하는 ‘Dormitorium’으로 명명했다. 작품 속에서 도미토리움은 그 명칭처럼 무의식적 사건들의 무대이자 실존적 불안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된다. 도미토리움은 그 자체로도 예술적 완결성을 가지는데 마치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채운 경이의 방(Wunderkammer, Cabinet of curiosities)과 같은 인상을 준다. 상징적 오브제들과 기괴한 퍼핏 하나하나 뿐만 아니라 그 정교한 구성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 섹션 4. 고요한 밤 시리즈 : 다양한 실험들


퀘이 형제는 스톱모션, 퍼핏과 오브제, 실사, 컴퓨터 그래픽을 혼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상업광고, 방송프로그램 타이틀, 박물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오페라 또는 연극무대의 디자인과 같은 대중적 영역의 작업에도 왕성하게 참여해왔다. 퀘이 형제의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퍼핏 애니메이션 장르의 폭넓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 섹션 5. 인간의 삶이라 불리는 꿈 : 실사 장편영화


퀘이형제는 1995년 첫 번째 실사 장편영화 ‘벤야멘타 연구소’를 선보였다. 퀘이 형제는 이 작품으로 로카르노, 스톨홀름, 시체스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퍼핏 애니메이션이라는 한정된 장르를 넘어 일반적인 형식과 재료로도 자신들의 시청각적 작품세계를 능숙히 구축해낼 수 있는 진정한 예술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장편 실사영화에서도 폐쇄적 데코, 미로 같은 내러티브, 시적 비유와 같은 퀘이 형제의 독특한 스타일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 섹션 6. 엿보는 즐거움 : 새로운 도전, 미술관으로


‘하인 여행의 관’(2007)은 퀘이 형제의 설치미술이다. 관객은 관에 뚫린 구멍을 통하여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만화경, 활동요지경, 프락시노스코프와 같은 완구처럼 시각적 자극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불편을 감수하고 계단을 올라가 관 속을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행위를 실천하면서 시청각과 함께 촉각의 경험을 얻는 동시에 엿보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시작과 끝이 없는 영상을 송출하므로 한 편의 영화적 체험이라기 보단 파편화된 개념예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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