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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미술의 역할과 평화를 말하다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06-26 12: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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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낯선 전쟁’ 전 온라인 개막

김성환, 6.25스케치 1950년 6월 27일 돈암교부근, 1950, 종이에 연필, 채색, 19.3×2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민병훈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낯선 전쟁’전을 25일 오후 4시 유튜브 생중계로 온라인 개막한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로, 1953년 휴전협정 이후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을 비롯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키 위해 마련된 대규모 기획전이다.


한국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지면서 점차‘낯선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지만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전달에 그칠 뿐 실감하기는 어렵다.


변월룡, 조선분단의 비극, 1962, 종이에 에칭, 44×6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낯선 전쟁’전은 국가 간 대립, 이념의 상충과 같이 전쟁을 설명하는 거시적 관점의 이면에서 전쟁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를 조명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과 전쟁 없는 세계를 향해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전시는 ‘낯선 전쟁의 기억’‘전쟁과 함께 살다’‘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구성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시공을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이 총망라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과 재난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한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소환한다. 김환기, 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 윤중식의 전쟁 시기 드로잉, 김우조, 양달석, 임호 등의 작품 등이 공개된다. 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 존 리치(John Rich)와 AP 통신 사진가 맥스 데스퍼(Max Desfor)의 사진도 소개된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의 이보르 헬레(Ivor Hele)와 프랭크 노튼(Frank Norton), 캐나다의 에드워드 주버(Edward Zuber)가 전쟁 당시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디지털 이미지로 공개된다. 미국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전쟁 당시 포로와 고아 등 전쟁 속 민간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관련 자료도 공개된다. 


에르칸 오즈겐, 어른의 놀이, 200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56초.

2부 ‘전쟁과 함께 살다’에서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술학도에서 군인, 포로, 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 세계적인 무기박람회장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을 담은 노순택의 ‘좋은, 살인’(2008),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2019),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한 김세진의 신작 ‘녹색 섬광’ 등이 소개된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를 짚어본다.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분쟁 지역 내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삶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Erkan Özgen), 전쟁 이면에 숨은 거래를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Robert Knoth)와 안토아네트 드 용(Antoinette de Jong) 등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4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2017)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2020)를 선보인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Documents Inc.)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단체 피스모모는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 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을 운영한다.  


7월에는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전쟁을 다룬 다양한 동시대 영화 상영 프로그램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 마커(Chris Marker)의 ‘환송대’(1962)와 디앤 보르셰이 림(Deann Borshay Liem)의 ‘잊혀진 전쟁의 기억’(2013)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 20편이 상영된다. 


아이 웨이웨이, 난민과 새로운 오디세이, 2016, 벽면부착 시트지, 가변크기,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소장.

전시 도록에는 역사, 문학, 미술사, 전쟁사,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0여 명이 참여하여 전쟁과 재난 속 미술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제안한다. 박명림(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 전갑생(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최종철(일본 미야자키 국제대학교 교수), 알렉산드라 토렌스(호주 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조은정(미술사학자), 최태만(국민대 교수), 서동진(계원예대 교수) 등의 원고가 수록된다.


‘낯선 전쟁’전은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학예연구사의 생생한 설명과 함께 25일 오후 4시 약 40분 간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한다. 


앞서, 지난 3월 30일 유튜브 녹화중계로 진행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학예사 전시투어는 약 90분 간 총 1만4천118명이 시청했고, 4월 16일에는 ‘수평의 축’전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최초 공개한 바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낯선 전쟁’전은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라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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