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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58] 극단 후암, 차현석 작/연출 ‘흑백다방 黑白茶房’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12 09:46:09
  • 수정 2020-10-12 17: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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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티 7층 후암씨어터에서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흑백다방(黑白茶房)’을 관람했다.


차현석(1974~)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석사, 중앙대예술대학원, 그리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상문화학과 박사다. 2003년 동아대학교 주관 동아문학상 ‘시계’ 희곡상 당선작가다. 


작품으로는 2001년 극단 후암 창단공연 ‘눈내리는 밤’ 작 연출, 셰익스피어 ‘오셀로’ 제작, 각색 연출, 2002년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보는 ‘구명시식’ 연출, 2003년 스타시티 1관 개관기념공연 ‘사랑, 영혼, 그리고 춤’ 셰익스피어 ‘리어왕’ 각색 연출, 재공연 셰익스피어 ‘리어왕’, 2004년 서울하이페스티발 참가(퍼포먼스 연출) 서대문 형무소, SK 창립51주년 기념콘서트 ‘미래를 향하여’ 제작 연출, 2006년 한.일 평화콘서트 제작, 2007년 대학로 스타시티2관 개관 및 주식회사 이지 컨텐츠 그룹 설립, ㈜이지컨텐츠그룹 주관 ‘색깔 놀이터 전시’ 제작, 2008년 대학로 스타시티 3관 개관, 스타시티3관 개관기념공연 창작뮤지컬 ‘온리 러브’ 작 연출, 2009년 연극 ‘충주시대’ 각색 연출, 2009년 폭스캄마앙상블제작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무대총감독, 2004년 9.11 테러추모기념 ‘뉴욕진혼제’ 작 연출, 2005, 2007년 일본아사히야마 음악제 참가 한국 측 PD, 2010년 이후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각색 연출, ‘침팬지-인간보고서’ 작 연출, 오페라 ‘현해탄’ 작 연출, 오페라 ‘햄릿’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연출했다. 


2011년 오페라 ‘햄릿’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월전문화재단상 , 2013년 ‘맥베스-미디어 콤플렉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흑백다방’으로 2014 2인극 페스티벌, 2015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일본공연, 2016 밀양여름연극제 등에서 수상을 했다. 현재 대학로 스타시티 대표,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겸임교수다.

무대는 오래된 다방의 내부다. 정면에 오래된 축음기와 원형 레코드판이 진열되어 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있는 낮은 탁자에는 낡은 전화기가 보이고, 정면 탁자에는 레코드판과 판을 넣어두는 사각의 곽 그리고 중앙에는 턴테이블도 놓여있다. 무대 중앙에는 원형의 탁자와 의자가 있고, 그 위에 찻잔 두 개가 놓였다. 무대 오른편 배경 가까이에는 이젤 위에 붉은 색조의 유화그림 캔버스 한 개가 얹혀있다. 그림 옆으로 낮은 의자에 팔레트가 붓과 함께 놓여있다. 무대 앞쪽 객서 가까이에는 수조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중년의 남성이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객석 가까이 와 꼿꼿이 선 자세로 수조에 물고기 먹이를 준다. 그리고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얹어놓고 작동을 시키지만,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중년남성은 이젤에 놓인, 갈색바탕에 노란색 원형이 들어간 추상화 그림에 덧칠을 한다.
 
갑자기 남성은 그림 그리기를 중단하고, 무대 왼쪽의 탁자로 가 수화기를 든다. 벨 소리도 없이 받는 전화로 연출되고 내용은 무슨 상담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통화다. 잠시 후 무대 오른편 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 한 사람이 비옷에 배낭을 메고 등장한다. 그러면서 상담하는 곳이 맞느냐며 중년남성에게 확인하듯 묻는다. 중년남성이 긍정을 하면서 커피포트가 놓인 쪽으로 간다.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소리를 하며.... 방문객 은 배낭을 내린다. 그런데 무슨 금속성 물체가 들었는지 내려놓는 소리가 묵직하게 들린다.
                                 
 중년남성이 커피포트를 가져와 잔에 따른다. 방문객은 커피에 설탕을 잔뜩 집어넣고 냅다 숟갈로 저어 찻물이 탁자위로 튀어나오고 젊은 남성의 옷에까지 커피물이 튄다. 방문객은 단숨에 커피를 마신다. 중년남성이 잔을 다시 채워주려고 커피포트를 집으러 가면, 방문객은 설탕가루를 집어 객석에 있는 것으로 설정된 수족관에 다가가 “물고기야 나와라”하며 설탕가루를 뿌려 넣는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온전한 사람으로는 보이지가 않는다.

 
중년이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얹으며, 좋아하는 노래 곡목과 내력을 이야기하니, 방문객은 한 단계 뛰어넘듯 작곡자나, 음반출판 날짜는 물론,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암기하듯 읊조려, 중년남성은 물론, 관객의 입을 벌어지도록 만든다.
 
탁자에 마주앉아 상담상대의 신뢰도를 믿는 방문객질문이 던져지고, 답변이 시작되면서, 중년남성은 원래 오늘이 아내의 기일이라, 상담을 하지 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상대에게 한다. 중년남성은 과거 경찰공무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직을 그만두고 아내가 하던 다방 대신, 그 자리에서 인생 상담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 블록에 수많은 사람이 상담 접속을 한다는 사실을 방문객도 안다며, 상담하게 된 동기를 털어놓는다.
 
방문객은 주저주저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담내용을 꺼내놓는다. 자신은 소시 적부터 귀가 잘 들리지를 않았다며, 보청기까지도 자신에게는 별 소용이 없음을 밝힌다. 그리고 자신이 완전히 귀머거리가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어떤 방화사건 발발 시, 전혀 죄가 없는 자신을 용의자로 취급하고, 경찰이 취조 중, 한쪽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자신에게, 자백을 강요하며, 담당 경찰이 주먹으로 자신의 귀를 강타한 것이, 완전 귀머거리가 된 계기라며, 당시의 사건을 중년에게 상기시킨다. 그리고 무죄인 자신을 철창사리를 하도록 만든 까닭을 알고 싶어, 당시 바로 사건 담당 경찰관이었던 중년남성을 찾아온 사실을 털어놓으며, 배낭에서 신문지에 싼 날이 시퍼런 칼을 꺼내든다. 극장전체가 일순 공포와 적막에 쌓인다.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방문객은 중년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하며, 자신은 듣지를 못하니, 입의 움직임으로 통화내용을 알 수 있도록, 자신을 향해 입이 보이도록 통화를 하라며 다그친다. 중년의 통화의 내용에서, 방문객이 이 다방으로 오기 전 중년을 살해하기로 결심을 하고, 경찰에 미리 살인사건 신고를 하고 왔기에, 경찰이 확인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중년은 여기는 다방이라, 차를 마시는 곳이지, 살인하는 곳이 아니라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물론 신고한 사람이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도 전하며, 방문객에게 수화기를 건네준다. 방문객이 받지만, 상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방문객의 허둥대며 횡설수설하는 말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하다. 전화를 끊고 돌아와 다시 탁자에 마주앉은 두 사람...
 
방문객은 배낭에서 유골단지를 꺼낸다, 오늘이 중년 부인의 기일임을 상기시고, 당신부인의 유골이라며, 유골분말을 집어 역시 수족관에 뿌린다. 이를 바라보는 중년....
 
중년은 방문객에게 자신의 잘못이라며 용서를 구하고, 자신은 더 삶을 영위할 자격이 없다며, 어서 칼로 자신을 죽여 달라고 방문객에게 청한다. 방문객은 찌를 듯 칼을 곧바로 겨눈다. 손이 떨리고, 증오에 가득 찬 눈 설미를 보이지만, 찌르기를 주저한다.
 
그러자 중년은 신문지를 가슴에 펼쳐 대고는, 어서 찌르라고 가슴을 내민다. 방문객이 신문지를 칼로 긋지만, 찌르지를 못하니, 중년이 신문을 둥그렇게 말아들고 상대의 얼굴과 머리를 때린다. 한동안 때리기를 계속하다가 중년은 서랍에서 수갑을 가져와 방문객의 두 손을 수갑으로 채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의중을 띈 논란이 한동안 진행된다. 서로 상대에게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두 사람 다 상대를 살해할 의사는 없는 듯 보인다. 서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중년은 방문객의 수갑을 풀어주고, 방문객의 비옷을 걸치고 유골함을 배낭에 넣고 들쳐 멘다. 방문객이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오늘이 아내의 기일인 걸 알지 않느냐며 다시 유골을 묘소에 안장시키겠노라며 밖으로 나간다.
 
홀로 남은 방문객이 차를 마시고, 그림을 들여다보고, 턴테이블에 그대로 돌아가는 레코드를 고정시킬 때, 다시 중년이 되돌아온다. 그러면서, 방문객에게 묻는다. 네가 가져온 유골단지가 진정 내 아내의 것이냐며, 그게 사실이라면 네 놈은 사람이 아니라며, 죽일 듯싶은 표정으로 상대를 노려본다.
 
방문객이 입에 문 커피를 중년의 얼굴에 내 뱉는다. 중년은 한동안 묵묵히 앉아있다. 방문객 두 사람의 커피 잔을 다시 채운다. 잠시 침묵이 계속된 후 방문객이 턴테이블에 틀어놓은 가수의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중년이 노래를 부르니, 입을 크게 벌리고 가사를 또박또박 발음하라고 청한다. 중년은 요구대로 큰 발성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방문객은 중년의 발성에 노래 소리가 들린다며 함께 따라 부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홍서준이 중년남성, 서진원이 방문객으로 출연해, 2인의 독창적인 성격설정과 감정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 그리고 대조적이고 특색 있는 연기력으로 해서 관객을 완전히 극 속에 몰입시킨 후 우레와 같은 갈채와 환호를 이끌어 낸다.


김뢰하, 최원석, 김늘메, 박신후가 트리플 캐스팅되어 날자 별로 출연한다.
 
기획PD 림지언, 조연출 김유신정, 오퍼레이터 지윤정, 사진 차현석, 디자인 이재언 등 스텝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2020년 추석공연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연출의 ‘흑백다방(黑白茶房)’을 기억에 길이 남을 한 편의 명화 같은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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