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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00] 극단 놀터, 서삼석 작/연출 ‘해자’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1-07 05: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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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플랫폼 74에서 극단 놀터의 서삼석 작 연출의 <해자>를 관람했다.


서삼석은 특별한 저녁식사, 코리아 특급, 51대 49, 자이니치, 절대영도 등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했고, 햄릿 스캔들 예술감독, 헤어디자이너 연출 그리고 해자를 쓰고 연출한 한국연극의 주춧돌이다. 


이 연극의 주인공 <해자>는 척수마비 장애인이다. 척수장애는 주로 신체의 팔이나 몸통 혹은 다리에 완전 혹은 부분마비를 초래한다. 척수상해가 일어난 위치에 따라 마비부위와 마비범위가 다르다.


척수는 척추가 보호하고 있으며, 척수로부터 나온 신경가지들은 척추와 척추가 연결된 마디 사이로 뻗어 나와 등뼈를 중심으로 넓게 분포된다. 척수는 뇌의 연수와 연결되며, 성인에 있어서는 40-50cm의 긴 기관으로 두 번째 요추 수준까지 뻗어 있다.



척수는 각 위치에 운동신경세포, 감각신경세포 및 자율신경 세포들이 있을 뿐 아니라 대뇌와 소뇌에 연결되는 많은 신경경로를 포함하고 있다. 척수의 상해는 근육신경 지배에 영향을 주며, 척수의 한 부위를 완전히 손상하면 상해가 일어난 아래부위의 감각과 운동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지만 척수신경이 완전히 절단된 경우가 아니면 그 기능이 불완전하지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상해를 입은 위치가 높을수록 인체의 움직임이 더 많은 제한을 초래한다. 제3경추의 위를 다치면 죽음에 이르는데 이것은 횡경막 근육을 마비시켜 인공적으로 호흡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척수장애인들은 주로 하지나 사지가 마비되어 있고 말까지 더듬는다.


주인공인 <해자>도 어느 바닷가 외딴 섬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 동료들과 이 섬을 찾게 되는 기석, 기석 애쓰고 입사한 회사의 인턴 사원으로,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반면 같이 입사한 동료 여사원은 적응이 빠르다. 팀장이나 부장 또는 여성선배사원의 말 한마디마다 웃음을 터뜨리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팀장은 팀장대로 부장은 부장대로 선배여사원은 여사원대로 회사 업무와 관련된 의사표시를 하지만, 인턴 기색의 무반응 같은 태도에 팀장은 늘 상 핀잔을 퍼붓는다. 


부장의 의사표시에 대한 인턴의 태도는 부장 앞에서는 공감과 전폭적인 찬성 모습을 보이지만, 부장이 자리를 비우면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기석의 동료 여성 인턴은 팀장에게도 찬성과 찬사의 의지를 드러내지만, 기석은 덤덤한 태도를 유지하니, 당연히 팀장의 분노를 사게 된다. 이런 회사생활 은 회사생활 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전반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반영하는 듯싶은 느낌으로 전달된다. 


이런 속에서 사원들의 바닷가 야유회 일정이 잡힌다. 기석은 사원들의 술판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바닷가를 배회하다가, <해자>가 목에 밧줄이 옭아 매인 채 헛간 같은 곳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해주고 섬 밖으로 나가 살라고 배까지 태워준다. 당연히 <해자>를 가두고 있던 인물의 탐색이 시작되고, 떠난 줄 알았던 <해자>가 되돌아옴으로 해서 기석은 동료들 앞에서, 사원들의 소유물을 해자에게 준 것이 알려지고, <해자>를 가두고 있던 인물과도 마주치게 된다. 결국 <해자>는 다시 끌려가지만 기석은 <해자>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그 인물의 뒤를 쫓는다. 부장은 부장대로 팀장은 팀장대로 기석의 태도를 보는 눈이 다르다. <해자>를 쫓아간 기석은 대단원에서 결국.... 



무대는 배경 앞에 망사막이 있어 조명효과에 따라 무대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로 설정된다. 한단 높이의 단을 무대 좌우로 연결시키고, 상수 쪽에는 같은 높이의 정사각의 공간을 마련해 장면전환에 따라 테이블로 사용되는 조형물을 배치하고, 목을 옭아매는 밧줄, 술병과 술잔, 청소도구로 사용되는 조형물이 등장한다. 


이미숙이 해자로 출연해 천재적인 척수장애 연기구현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시현이 기석으로 출연해 작중인물 성격창출에 어울리는 호연으로 주목을 받는다. 김충근이 해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인물, 김경숙이 여사, 서동석이 부장, 민경미가 선배여사원, 김주찬이 팀장, 이은샘이 여 인턴사원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드러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황윤희, 김선민, 김나무, 안성찬, 박상훈, 양근아 등이 더블캐스팅 되어 날자 별로 출연한다.


조연출 조하나, 무대디자인 최종서, 조명디자인 김민태, 안무 금배섭, 음악 이장욱, 예술감독 박상석, 진행 안세현 전송희 김동희 강정원 김재영 정예림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놀터의 서삼석 작 연출의 <해자>를 연출가와 출연진의 기량이 어우러져 2020년 연말을 장식하는 괄목할만한 우수작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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