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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13] 2021 뮤지컬 PL 엔터테인먼트 럭키제인타이틀, 우진하 연출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2-14 01:55:32
  • 수정 2023-02-15 07: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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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2021 뮤지컬 PL 엔터테인먼트 럭키제인타이틀의 박찬민 극작, 이정연 작곡 음악감독, 우진하 연출의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을 관람했다.

<스웨그에이지(Swag Age)> 잘난 척하고 거들먹거리는 연령대라는 의미다.

2020년 6~8월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제작진과 창작진, 배우 모두 ‘무명’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대본을 쓴 작가부터 작곡가, 안무가, 배우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었다. 연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상업 공연 연출 경험이 없는 연출가 우진하(30)의 데뷔작이다. 원래 창작 초연 뮤지컬에는 관객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데다가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도 없어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초반 유료 객석점유율은 50%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제대로 놀 줄 아는 ‘조선 스웨그’가 탄생했다”는 등 호평 일색의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전석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초연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도 열렸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이 작품이 다시 올랐다. 우진하 연출은 “데뷔작으로 흥행까지 한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며 “작가, 작곡가와 함께 6000여 번 수정을 거치면서 전통과 현대를 재밌게 융합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17년 대학교 과제로 출발했다. 서울예대 공연창작부에 다니던 우진하는 창작 뮤지컬 개발 수업에서 박찬민 작가, 이정연 작곡가를 만나 팀을 이뤘다. “‘작품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셋이서 합숙을 하다시피 했어요. 작곡가 집에서 사흘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작업한 적도 있었죠.” 열정은 결실로 이어졌다. 학교 무대에 올랐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지원사업 ‘창작산실’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등에 잇달아 선정됐다. 

지난해 공연기획사 PL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상업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그 뿐 아니라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여파로 2021년 1월 5일~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새로운 시즌의 막을 올렸다.

내용은  시조(時調)를 국시로 하고 있는 상상 속의 나라 조선이 배경이다. 옛 시조들이 등장하고, 조선에서는 백성들이 삶의 애환을 시조에 담아 시조를 읊으며 시름을 날려버렸는데, 어느 날 역모 사건으로 인해 시조 창작과 낭송이 금지되면서 백성들은 시조를 읊조리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하지만 이런 조정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일부에서는 꾸준히 시조를 창작하고 읊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 속에서 골빈 당이라고 부르는 비밀 시조 단이 바로 이들이다. 이 비밀 시조 단은 마치 조선 후기 글공부를 했음에도 신분적 제약으로 인해 과거에 응시할 수 없었던 중인들이 모여 만들었던, 김천택이 중심이 된 경정산가단이나 김수장이 중심이 된 노가재가단과 같은 가단(歌壇)을 연상시킨다. 

부친이 정적들의 의해 무고로 참형을 당한 아들 단이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시조를 읊조리며 전국을 방랑한다. 한편 조정에서는 역모 사건 이후 임금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들을 임금의 재가 없이 특정 붕당으로 이루어진 대신들끼리 결정하는 정치가 자리를 잡고, 시조 금지정책도 사실 시조 속에 조정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삽입되어 불리는 것을 두려워한 집권당에서 역모를 빙자하여 금한 것이다.

일본인 칼잡이까지 비밀리에 고용해 시조를 퍼뜨리는 골빈 당으로 잡으려 하던 시조대판서 홍국은 번번이 골빈 당의 검거에 실패한다. 한편 시조를 향한 백성들의 열망은 점점 커져만 가고, 이를 알게 된 임금은 시조를 허락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대신들에게 제안하고 조정에서는 임금의 명을 받드는 척, 조선시조자랑이라는 행사를 열고, 이 행사를 통해 골빈당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15년 만에 열리게 된 조선시조자랑 1차 예선에서는 홍국 일당에 의해 아버지가 권력에서 밀려나 죽게 된 뒤, 신분을 감추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시조를 부르던 단을 영입한 골빈 당이 우승을 차지하여 결선에 올라가게 되며, 결선에서는 비밀리에 골빈 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시조대판서의 딸 진이 합류하여 양반들의 악행을 고발하고 백성들의 애환을 노래한 시조를 불러 우승을 한다. 결선을 참관하던 왕은 시조에 담긴 백성들의 애환을 듣고 그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앞으로 백성들을 위해 정사를 펼칠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극의 막이 내린다.

무대는 프로시니엄 아치 천정에서부터 상 하수 쪽까지 굵은 밧줄로 된 수많은 정사각의 문양을 한 가리개로 차단막을 만들고 영상을 투사해 밧줄이 굵은 대나무로 엮은 사각의 문양이 나타나도록 투사한다. 배경을 반쯤 열어 구름이 올라오는 듯한 영상도 투사하고, 배경 가까이에는 높은 단을 만들어 중앙 계단이나 단 좌우의 계단으로 오르게 만들어 임금의 자리나, 정승의 간언 장소로 사용된다. 단 중앙에 기둥을 세워, 주인공은 철제 기둥을 잡고 미끄러져 내려오고, 단 아래쪽은 백성들의 공간, 시조자랑대회장으로 사용된다. 평상과 흡사한 조형물을 출연진이 드려와 사용한다. 의상에 공을 들인 게 눈에 띈다. 2시간 30분간의 공연이고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다.

양희준(단), 김수하(진), 임현수(홍국), 이창용(십주), 장재웅(호로쇠), 정선기(기선), 정아영(순수), 김은총(임금), 심수영(조노), 김승용(엄씨), 김재형(개똥), 노현창(소똥), 황자영(주모), 민소영(행이), 류연진(복이), 임상희(순이), 김종준(스윙) 등 출연진의 성격설정에서부터 열연과 열창 그리고 힙합 댄스는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은총(안무감독), 조유진(무대디자인), 이우형(조명디자인), 권도경(음향디자인), 이유숙(의상디자인), 조윤형(소품디자인), 안희준(분장디자인), 이희숙(보컬코치), 방한석(기술감독), 배성식(무대감독), 이승진(제작감독)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2021 뮤지컬 PL 엔터테인먼트 럭키제인타이틀의 박찬민 극작, 이정연 작곡 음악감독, 우진하 연출의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을 전국문예회관 순회공연이 바람직한 창아기발(創雅奇拔)한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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