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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127] 2021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공상집단 뚱딴지 황이선 연출 '후산부 동구씨'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3-15 09:17:59
  • 수정 2023-02-15 07: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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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아트홀 1관에서 2021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참가작 공상집단 뚱딴지의 여온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씨>를 관람했다.

여온은 현재 29세의 세종대 대학원 출신의 신진 작가로 <후산부 동구씨>에서 놀라운 기량을 발휘했다. <유나를 구하라> <소년소녀 전투현장>을 발표공연하고, <소갈머리> <기억하다>를 각색공연했다. 각색 연출작은 <퍼플레시아> <왕중왕> <옥인동 부국상사>가 있다.

황이선은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로 서울예대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다. <임파티언스> <팩토리 왈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비잔틴 레스토랑> <러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갱생 프로젝트> <봄은 한철이다> <리어> <모든 건 타이밍II> <앨리스를 찾아서> <프로메테우스>를 집필 또는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미녀 작가 겸 연출가다.

탄광 붕괴사건을 다룬 희곡으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 조 코리(Joe Corrie, 1894-1968)의 <탄갱부>,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 윤대성의 <출세기> 등이 있다. 연출가 이효영이 1960년대 중동고 영어선생으로 재직시절 조 코리의 <탄갱부>를 번역 연출한 이후 <탄갱부>는 고교생들의 공연필수작품이 되었고,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은 탄광 막장에 갇힌 다섯 광부가 삶과 죽음을 오가면서 가족, 연인, 일 등 세상의 온갖 인연과 죽음에 대 한 공포를 극복 하려는 인간 본래의 모습, 승화된 모습을 처절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윤조병 특유의 시적인 표현들과 임경식의 감각 있는 연출 로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표현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윤대성의 <출세기>는 1967년 8월과 9월에 걸쳐 온통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부 매몰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화제의 광부 양창선은 충남 청양군 사양면에 있는 구봉금광의 무너진 굴속에서 16일 동안이나 견디어낸 끝에 구출되어 언론에서 큰 화제 거리로 삼았던 인물이다. <출세기>는 바로 이 양창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삶의 환경을 투시해 보려는 의도를 지닌 작품이다.

여온의 <후산부 동구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기간 중에 공주부근의 한 탄광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설정이 되고, 많은 광부들이 매몰된다. 수많은 광부가 죽고, 갱도 막장에 갇힌 4인의 광부가 보름이상을 구조되기를 기다렸으나, 광산회사측은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끝나 언론과 방송매체의 관심이 탄광 붕괴사고에 집중되기를 기다린 후, 관계당국의 지원이 확실시 된 후에야 구조를 시작해 4인의 광부 중 3인은 죽고, 홀로 남은 막내광부인 동구 씨만을 구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광부 각 개인의 신상과 가족상태가 소개가 되고, 막내로 들어온 광부에게는 후산부라는 호칭이 붙는다는 내용이 희극적으로 소개된다. 막내는 반장의 딸과 연애관계에 있음도 알려진다. 돌연 붕괴사고가 일어나고, 광구는 매몰된다. 사측에서는 막장 갱도에 연결된 통신선으로 4인의 광부가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정작 구조를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부들에게는 곧 구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똑 같은 소리를 되풀이 해 안심을 시키지만, 사측은 어떠한 동향도 보이지를 않고 올림픽이 끝나 탄광 붕괴사고에 여론이 집중되기만을 기다린다. 광부 중 한명은 심한 진폐증으로 당장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할 정도인데다가 음식물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지만, 사측은 고의로 가스관까지 폭발 시키면서도 여론의 향방만을 기다린다. 올림픽이 끝나고 여론의 집중과 당국의 지원이 확실해 진후에야 구조를 시작한 사측은 결국 3인의 광부는 죽은 다음 유일한 생존자인 <후산부 동구씨> 만을 구해 내게 된다.

대단원은 동구 씨가 사측의 지시에 따라 실제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배경과 그 앞에 가리개를 세워 갱도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갱도 입구에 외부통신용 수화기를 정면기둥에 달아놓았다. 갱도 위쪽 배경 앞에는 회의장의 인물 배치 석으로 사용되고, 출연자들이 1인 다 역을 하며 회의장 인물들 역도 연기한다. 무대 싱스 쪽에는 연주석이 있어, 북과 장구 같은 타악기와 놋대접 같은 마찰음 악기, 그리고 징 과 피리소리로 극적 분위기 창출을 돕는다.

오민석, 문병주, 박영기, 이인석, 윤광희, 등 출연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명확한 방언대사전달은 극 분위기를 100% 상승시키고 김태완, 강지현, 오윤정 노준영 등의 타악 연주자의 연주는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연희감독 소경진, 조연출 양경진, 기획 박지인, 무대 김혜지, 조명 김용호, 오퍼 유다온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2021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공상집단 뚱딴지의 여온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씨>를 연기자와 연출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한편의 풍자와 비판을 겸한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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