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부동산실명법을 어겼더라도, 실소유주는 다른 사람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일 부동산 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4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불법원인급여’는 범죄자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으로, 명의신탁이 부동산 투기나 탈세를 목적으로 법을 어기는 ‘반사회적 법률행위’ 이기 때문에 차명 소유를 허용해서 안되는 지적이 있었다.
대법원은 그동안 뇌물을 목적으로 한 금전,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등을 전형적인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더라도, 부동산 실 소유자로부터 재산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관념에 맞지 않다고 봤다. 차명 부동산에 이름을 빌려준 쪽 역시 잘못이 적지 않은데도 부동산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이익을 누리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했다.
반면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이상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해 실 소유주가 부동산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실명제는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 잡았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의 불법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된 만큼, 차명보유를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