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정기의 공연산책 145] 극공작소 마방진, 서정완 연출 '유리 동물원'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5-02 23:36:20
  • 수정 2023-02-15 07:42:41

기사수정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극공장소 마방진의 고선웅 예술감독,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정명주 번역, 서정완 연출의 <유리 동물원>을 관람했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는 자신이 소속한 MGM사에 <유리동물원>을 제출하기 전에 유리동물원의 여러 가지 초안을 썼다. <유리동물원>은 윌리엄스의 단편소설이다. 처음에는 “The Gentleman Caller”라는 이름의 희곡으로 발표되었다.

<유리동물원>은 1944년 시카고에서 초연되었다. 시카고의 연극평론가 Ashton Stevens와 Claudia Cassidy의 호평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공연되었고 1945년에는 New York Drama Critics Circle Award를 수상했다. <유리동물원>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첫 번째의 성공적인 작품이었고, 향후 미국에서 손꼽히는 극작가가 되었다.

<유리동물원>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1948년 단편소설 “Portrait of a Girl in Glass”가 원작이다. 이 소설의 해설자는 <유리동물원>의 해설자인 Tom Wingfield이고, <유리동물원>의 독백들도 이 소설에 있다.

연극평론가들은 <유리동물원>을 윌리엄스의 자전적 연극이라고 평한다. 윌리엄스의 가족 역시 연극의 배경인 남부의 세인트루이스에서 살았다. 윌리엄스 자신도 톰처럼 낮에는 구두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집필에 몰두했다. 윌리엄스의 누나는 정신 분열증을 앓았고, 그녀의 모습이 <유리동물원> 속 로라 역으로 설정되었는데, 누나를 안타깝게 여기고 그리워했던 윌리엄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테네시 윌러엄스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유리 동물원>은 발표직후, 미국을 떠나 전 세계 연극인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윌리엄스의 출세작인 <유리 동물원>은 그 나름의 독특한 내적 미를 지니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슬픈 이야기다. 우리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슬픔이 아니라 마치 봄비가 꽃잎을 살포시 적시듯이 가슴에 스며드는 아련한 슬픔의 이야기이다. 사실 환상이란 얇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허상 같은 것이다. 한 아름의 환상을 잡으려고 허우적대는 운명이 <유리 동물원>의 로라 역이고, 톰이고 아만다 역이다.

로라는 자신이 가진 신체적 장애 때문에 현실을 회피한 채 아름답지만 금방이라도 깨질 듯 한 유리동물에 집착하며 그 안에 살기 바란다. 다른 등장인물인 그녀의 오빠, 톰은 자신을 짓누르는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한다. 로라와 톰은 현실에서 벗어나 현실 저편의 이상향을 꿈꾼다. 이에 반해 어머니인 아만다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적응해 나가려고 몸부림친다. 로라를 괜찮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려고 위해 심신을 쏟고, 매일 밤 영화관을 들락거리는 톰을 붙들기 위해 톰에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한 가정, 한집안에 살고 있는 세 인물이지만 서로가 너무도 다른 것들을 꿈꾸기에 그들의 욕망은 깨진 유리동물의 파편처럼 되어 서로 충돌한다.

아름답지만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한 장식장 속 유리동물들은 환상 속에 존재하는 그들의 욕망이자 그들 자신의 모습이다.

<유리동물원>은 극의 대부분을 허름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로라, 톰, 아만다가 살고 있고 그리고 짐이 이 집을 찾아온다. 하지만 이 극이 주는 주제와 의미는 단순히 어느 한 가정, 한 인물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과 허상을 보여준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톰,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자하는 로라, 현실에서 어떻게 해서든 극복하고, 남들처럼 잘살고 싶은 아만다 역시 결국 우리 안의 내제된 욕망의 표출이며 우리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정명주는 현재 영국 어린이 극단 마벌러스 프로덕션의 기획자로 활동하며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콜리지 예술경영 박사과정 재학중이다. <유리동물원> <라카지> <닥터 지바고> <돈키호테> <아이다> <미드 썸머>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미녀와 야수>, <피핀>, <리틀샵 오브 호러스>등 번역했다. 뮤지컬 서적 ’뮤지컬 기획에서 제작까지(The Musical From the inside out)’ 번역. 서울예술단 뮤지컬 제작프로듀서(1999-2001), 서울세계공연예술축제(1997)사무차장 및 의정부음악극축제 사무국장(2001)역임했다.

서정완은 유리 동물원, 박인환 시를 살다. 그래도 난 여기에, 데미안, 토끼전, 로드씨어터 돈키호테, 모던타임즈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수많은 기둥을 배경 전체에 세우고 기둥 사이에 등을 달아놓고 종도 달아놓았다. 무대 중앙에 유리 동물을 담은 유리 함을 배치히고, 상수 쪽에는 긴 안락의자를 놓고, 바닥에 카펫을 깔았다. 그 뒤에 옷걸이를 세워놓았다. 하수 쪽에도 안락의자와 낮은 탁자를 놓고, 유성기를 올려놓았다. 중앙에 식탁과 의자를 배치하고 그 옆에 전화기를 올려놓았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이 집 출입와 난간이 있다.

연극은 도입에 톰이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과거의 이야기지만 현재 벌어진 일처럼 재현시킨다. 남편과 사별을 하고 딸과 아들을 키운 어머니 아만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절름거리는 누나 로라, 그리고 글을 쓴답시고 만날 영화관에만 들락거리던 자신의 청년시절이 현재상황처럼 펼쳐진다. 지체 장애로 인해 학교도 졸업을 못하고 취직은 물론 연애상대조차 없이 유리동물에게만 매달려 있는 딸 로라를 대하는 어머니 아만다의 안타까운 모습이 펼쳐지고, 딸에게 짝을 지워주려는 어머니의 애타는 심정과 지극정성이 극에 절실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아들 톰에게 로라에게 소개시킬 괜찮은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도록 당부를 한다. 

하도 조르는 어머니의 말에 톰은 훤칠한 키에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 짐을 데리고 온다. 그런데 원래 로라와 짐은 같은 반 학생이었고, 잘 생긴 모습에 노래까지 잘 하는 짐에게 로라는 연모의 정을 품을 적이 있었기에 짐의 방문으로 로라는 충격을 받는다. 두 사람을 가까이 하도록 하려고, 아만다와 톰이 자리를 피하자 마침 정전이 되니, 촛불을 켠 로라와 짐은 상대에게 다가가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노래 이야기 그리고 로라가 짐을 연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은 키스까지 하게 된다. 

아만다가 두사람 사이가 진척된 것으로 판단하고 등장한다. 그러나 짐은 약속시간이 되었다며 6월에 결혼을 할 상대가 지금 기다리고 있다며 떠나간다. 로라의 절망과 아만다의 분노, 그리고 곧 결혼할 남자를 집으로 데려온 톰을 꾸짖기 시작한다. 이 일로 해서 톰은 영영 집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대단원은 다시 이 집 문밖 골목길 계단에서서 톰이 현실 같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양서빈이 아만다, 홍준기가 톰, 이서현이 로라, 김이담이 짐으로 출연해, 미모와 호연으로 젊은 남녀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김정민과 이휘종, 김이후와 임진구가 더블 캐스팅되어 날자 별로 출연한다.

프로듀서 고강민, 예술감독 고선웅, 드라마투르그 안준원, 작곡 이승호, 안무 안미경, 무대디자인 김종석, 조명디자인 최보윤,  소품디자인 노주연, 의상디자인 EK, 분장디자인 석필선, 무대감독 전새미, 조연출 김의연, 제작PD 이은경 유관희, 기획PD 권하영 방백비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돋보여,  극공장소 마방진의 고선웅 예술감독,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정명주 번역, 서정완 연출의 <유리 동물원>을 기존의 공연과는 색다른 아름다운 보석 같은 느낌의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