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황운하 2쪽 편지속 진짜 속내 "檢 6대범죄 수사 그냥 증발"
  • 박광준
  • 등록 2022-04-09 08:18:28
  • 수정 2022-04-09 08:39:03

기사수정


[박광준 기자] 경찰대 1기 출신 '수사권 독립' 이론가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동료 의원들에게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의 우선 처리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황 의원은 지난 5일 정책 의총 직후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찰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면서, “결과적으로 국가수사 총량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공직자.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는 “불요불급한 수사”라면서 아예 없애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8일 정치권에 의하면 황 의원은 A4 2쪽 분량의 편지에서 "(자신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면 5월 9일 이내 법안공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 직접수사권 근거 조항 삭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 이후 보완책을 마련해나가자"고 밝혔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차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2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장으로 향하고 있다. 


황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는 유난히 수사권이 막강하고 국가수사 총량이 많은 나라이며 허구한 날 수사관련 뉴스가 도배를 한다"면서, "기존 검찰 수사 영역인 6대범죄는 불요불급한(필요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은) 수사가 많고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돼야 한다. 지금도 일에 치이고 있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담당할 수도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이 편지에서 법안 처리로 인해 국가적으로 수사 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해내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느냐?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수사총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경찰권 비대화 우려에 대해선 "경찰 수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에 의해 통제받으므로 상대적으로 남용 우려가 낮다"면서, "경찰은 현재도 6대 범죄를 포함해 제한 없는 수사권을 갖고 있다"라고도 항변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찰에 힘이 쏠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합리적"이라면서, "국가수사 권능의 재편을 위한 새로운 설계는 필요하다"고는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조정 제도의 단점 보완을 우선하고 새로운 검수완박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차악일수도 있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단점을 지적하며 완벽한 제도설계를 준비하자는 건 사실상 검찰개혁을 하지말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라고도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이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상황을 우려해, 불완전하더라도 속도감 있게 법안 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결론적으로 모든 우려가 해소되는 완성도 높은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윤석열(당선인의) 거부권 행사 이전에 마련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면서, "검찰수사권 폐지 이후 후속 법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5월 10일(대통령 취임일)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썼다.


황 의원은 여권에서도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다. 경찰대 1기 출신으로 현 정권 초기 울산.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낸 그는 현역 시절부터 경찰 수사 독립을 주장했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토대를 마련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가져다 준 인물이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 자신이 울산지방경찰청으로 재직하던 시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상대로 '청와대 하명수사'를 벌인 의혹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공판을 받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송철호 울산시장과도 청탁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는데도 검찰은 허황된 논리를 바탕으로 거짓으로 공소장을 작성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움직임이 가시화한 이날 검찰도 사실상의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이날 대구지검, 대전지검, 수원지검, 광주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등은 검사 회의를 열고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각각 내놨다. 오는 11일에도 서울중앙지검, 제주지검, 울산지검 등이 검사 회의를 열고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대검찰청도 "70여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낸 뒤 이날 오후 5시부터 고검장 회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 검찰 간부는 황 의원의 편지 내용을 접한 뒤 "어떻게 이렇게까지 노골적일 수 있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얼마나 지은 죄가 많길래 권력자에 대한 수사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걸 검찰 수사권 폐지의 이유로 드는지 의문"이라면서, "수사가 증발되면 기소될 일도 없으니 범죄자들만 환영할 어처구니 없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반려동물관리사 교육과정 모집
 Campus 라이프더보기
 건강·병원더보기
 법률/판결더보기
 교육더보기
 보건더보기
 환경더보기
 지역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