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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단해진 구성으로 다시 돌아온 연극 ‘역전의 용기’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12-11 21: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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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지난해 연초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면서 따뜻한 봄의 시작을 함께 했던 연극 역전의 용기가 2022년 연말을 다시 감동으로 채운다. 


연극 단체인 프로젝트 팀2H(이에이치)/(대표 한원균)가 제작한 이번 작품은 뜻하지 않은 펜데믹과 경제위기 등 지속 되는 악재와 맞서 싸우는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고,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임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초연에 비해 장면의 에피소드를 보강했고 여러 군상을 접하는 포장마차 주인장의 캐릭터가 극을 관조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극 안으로 융화돼 등장인물들과 함께 공감하고 관객들에게 정서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작용하게 된다.


2019년. 금방 사그러들 줄 알았던 이 사태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고 관객과 직접 만나는 공연예술은 침체된 채 거의 3년을 보내고 있다. 소극장 중심의 공연예술은 단순히 공연으로 수입을 버는 것보다. 관객을 만나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었기에 경제적인 피해보다 마음의 상실이 더 크게 느껴진 상황이 계속 되어간다. 



연극 ‘역전의 용기’는 지금 우리가 처해진 상황을 현대사에서 찾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빠른 경제성장의 이면에 고단한 무게감을 짊어지고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들. 경제가 성장하고 세계적인 한류를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나’라는 존재는 과연 그 성장에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을까? 희망의 뉴스들 속에 소외감을 느끼면서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쓸쓸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없었는지 이 연극을 통해 되짚어 보기 위해 준비했다. 


연극의 주제는 다소 무거운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대단히 가볍다. 최근에 온라인 콘텐츠도 짧은 스낵컬처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각각의 에피소드는 분절돼 있다. 그러나 극의 고정된 장소가 역전에 있는 포장마차기에 옴니버스 구조가 아닌 일관된 공간을 바탕으로 기승전결을 갖는 짜임새 있는 극으로 만들었다. 작은 포장마차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사람과 시대를 동시에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연극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언론에 잠깐 스쳐갔던 해프닝 같은 내용이지만 제작진은 연극의 재미와 극의 사실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그 이면을 들여다보았다. 


가령 2002년 월드컵 당시 온 국민이 밀집돼있는 탓에 휴가를 나왔다 부대로 복귀하는 기차를 놓쳐버린 군인의 웃픈 이야기 등 지나고 나면 우습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만은 없었던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가벼운 웃음들이 나올 장면이 많지만 한편으론 애잔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극 ‘역전의 용기’는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인 군상들과 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포장마차의 공간이 변하거나 등장인물이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은 고정돼 있고 등장인물들이 뱉은 말이나 사건들을 통해 시대상을 짐작하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순의 흐름도 아니기에 시대를 넘나드는 전환의 연극적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70년대 여공들이나 2000년대의 군인, 80년대의 운동권 학생, 90년대의 아버지, 그리고 현재의 주거문제  등 현대사를 대변하는 군상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면서 서로 조우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이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과거와 현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극에서 주목할 만 한 포인트는 바로 라디오다. 공연 내내 배우 양희경이 진행하는 리얼타임의 라디오 방송이 조용히 흘러나오면서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라디오는 극의 분위기를 맞추면서 대화의 인사이트를 심어주기도 하며 잔잔한 베이스역할을 한다. 실제 오랫동안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던 양희경 배우는 음악을 들려주고 사연을 읽기도 하면서 날씨를 이야기하기에 소극장에서 들리는 익숙한 음성에 관객들은 촉촉한 감성으로 빠져들 수 있다. 


현대사의 몇 십년의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담은 연극이지만 극중의 시간은 관객이 관람하는 만큼의 리얼타임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기존의 타임슬립 작품과는 차별성이 있고 응축된 시간과 새로운 구성의 연극을 경험할 수 있다. 


김성태, 김정현, 박혜영, 한승현, 이승현, 강지현, 김윤재, 류재혁, 양희경(목소리출연)이 출연. 공연은 오는 15일부터 31일부터 평일 20시.주말 15시(월요일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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