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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해 하기 21] 야곱과 에서가 만나다(창세기 33장 1~20절)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3-02-22 09: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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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e Doré - Jacob and Esau Meet[우성훈 기자] 압복 나루를 건넌 야곱이 사백의 장정을 거느리고 다가오는에서를 보자 야곱은 여종들과 그 자식들은 맨 앞에 둔 채 레아와 그 자식들은 그 뒤에, 라헬과 그 아들 요셉은 무리의 맨 뒤에 두고 자신은 무리의 맨 앞에 나아가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힌 뒤 그의 형 에서에게로 가까이 간다. 그러자 에서가 달려와 그를 맞아 그와 포옹하고 목을 어긋 맞추고 입 맞추자 야곱과 에서가 서로 운다. 그리고 에서가 눈을 들어 이들이 누구냐고 물으니 야곱이 하나님이 자신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이라고 하니 야곱의 여종들이 자식들과 함께 나아와 절하고 레아도 자식들과 더불어 나아와 절한 뒤 요셉이 라헬과 더불어 나아와 절한다. 


그러자 에서가 이 모든 무리를 자신에게 만나게 함은 무슨 까닭이냐고 묻자 야곱이 이 모든 것을 형님께 드려 은혜를 얻겠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에서는 자신에게 있는 것도 족하다며 야곱의 청을 만류하지만, 야곱이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형님의 얼굴이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면서 다시 강하게 권하니 에서가 이를 받는다. 그리고 야곱과 동행하겠다는 에서의 말에 야곱은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이 연약해 하루만 지나치게 몰아도 지쳐 죽을 것 같으니 자신은 가족들의 걸음대로 천천히 인도해 세일로 간다고 한다. 


그러자 에서가 몇 사람을 준다고 하지만 야곱은 그마저 거절하고 그러자 에서는 세일로 돌아가고 야곱은 숙곳에 이르러 자기를 위해 집을 짓고 그의 가축을 위하여 막을 지으니 그 땅 이름을 막들이란 뜻에 숙곳이라 부른다.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러 그 성읍 앞에 장막을 치고 그가 장막을 친 밭을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들의 손에서 백 크시타에 샀고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란 뜻의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부른다.


야곱에게 있어서 형 에서는 가족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몇 초 먼저 태어났다고, 타고난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아버지의 사랑과 가문의 축복권을 독차지한 형 에서는 야곱에겐 남보다 못한 존재였다. 그토록 분에 넘치는 축복과 관심을 받았음에도 그 거저 얻은 축복을 소홀히 하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집안에서 이방신을 섬기는 아내를 맞으면서 제멋대로 행하는 에서를 보며 야곱은 심한 모멸감과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야곱은 형 에서가 받을 장자의 축복을 빼앗으려 한다. 야곱에게 있어 에서는 철저한 남이자 가문을 모든 권위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하나님의 사업을 이을자의 권리 즉 여호와의 가문의 승계권을 뺏어야 할 적이었다. 


그래서 야곱은 배고픔에 이성을 잃은 에서를 팥죽으로 유혹해 그의 장자권을 사기도 하고 또 아버지의 명에 따라 사냥을 하러 간 에서를 속여 그의 장자의 권리를 빼앗기도 했다. 결국 이로인해 형의 분노를 산 야곱은 형과 원수로 남게 된다. 타인에 대한 미움, 아니 어쩌면 에서에 대한 열등감과 장자라는 지위와 하나님의 사업을 그저 재물과 재산을 주는 이득으로 또 자신의 열등감을 채울 무언가로 여긴 야곱의 그릇된 생각이 야곱의 눈을 가리고 형제를 원수로 만든다.


그러나 그 이후 야곱의 인생에 있어서 에서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로서의 존재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야곱은 결국 가족과 형제의 도리라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해 가정의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잃어버리고 광야를 떠돌게 되지만 하나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친척 라헬을 만나고 그녀로부터 생명을 건져 친족의 소중함 즉 자신을 닮은 모습이 자신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을 발견한다. 그렇게 외삼촌 라반의 땅에서 물론 친척이라는 이유로 거둬들여져 먹고살 일자리를 받기까진 했지만, 피로 이어진 아들들과 달리 열 번이나 그에게 줄 품삯을 속이고 그를 죽이려 쫓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외삼촌은 자신의 진정한 혈육 즉 가족보단 먼 존재임을 깨닫는다. 


결국 자신을 남처럼 여기는 라반을 보면서 야곱은 자신과 물질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을 나누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자신의 성공과 안정을 기뻐해 주고 응원하는 존재는 자신의 혈육과 가족에게 있음을 깨닫는다. 야곱은 결국 그의 행복과 영광을 위해 가족을 저버리고 도망쳐 나왔지만, 자신의 진정한 생명과 본질, 대 족장의 아들로서 위대한 계보를 이룰 권리와 신의 가문으로서 영원히 역사에 남을 영광은 고향 땅 가나안에 있고 그러한 자신을 정말로 응원하고 자기일처럼 기뻐해줄 곳은 부모의 슬하와 형제인 에서의 어깨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야곱이 가족을 떠나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얍복 나루를 건너 만난 그의 자신을 기쁨으로 맞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야곱은 결국 에서가 남이 아님을 깨닫는다. 고대사회에 목숨과도 같던 가문의 축복과 장자의 권리를 빼았았던 야곱을 미워하고 증오해도 이상하지 않을 에서였지만 동생을 찾은 기쁨에, 그의 혈육을 찾은 즐거움에 자신에게 했던 과거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동생의 살아있음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면서 눈물 흘리는 형 에서를 보며 야곱은 그제야 깨닫는다. 자신도 에서와 마찬가지임을 말이다. 


자신도 형을 다시 찾음에 무엇보다 기쁘며 자신이 형 에서에게 주었던 상처, 과거에 자신이 그의 형을 기만함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상처와 쓰린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그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소유를 줄 수도 있다. 그렇게 야곱과 에서는 서로에 대한 다름으로 대적하고 미워해 남처럼 여겼지만, 결국 그러한 차이점보다 서로에 대한 잘못도 상처 입힘도 모두 끌어안아 주고 이해하고 용서해 줄 수 있을만큼 닮은 존재 즉 자신의 가족, 소중한 자신의 일부임을 깨달아 모든 차이를 딛고 서로 하나가 된다. 야곱이 그의 소중한 일부, 그의 형 에서를 찾는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나와 맞지 않는 동료가 형제를 또 주변인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는지? 왜 저렇게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면서 도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을 멋대로 흉보고 깔보는지 이해할 수 없고 좋아할 수 있다. 일이 고되고 힘든 것은 참아도 매일 얼굴 보는 사람들이 미워지고 적이 될 때 삶은 지옥으로 바뀐다. 야곱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자라는 지위를 소홀히 하고 다른 신을 섬기는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아 하나님만을 섬기는 가문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형 에서와 그런 에서만을 편애하는 아버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밉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 형제를 밀어내고 그들의 특권을 빼앗는 것이 야곱은 자신이 살길이자 기쁨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야곱을 깨닫게 한다. 야곱에게 그것보다 더한 기쁨이 있음을 말이다. 


평생 그를 보지도 못했고 나고 자란 환경이 달랐지만, 하나님을 통해 만나게 된 라헬과 그의 외삼촌 라반이 야곱을 그저 가족과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 보호해 주고 보살펴 주면서 또 몇십 년의 고된 노동을 쉬이 버틸 수 있게 하고 기쁨으로 감당하게 할 수 있는 라헬을 보며 야곱은 그가 소홀히 했던 가족 안에 자신의 기쁨이 있음을 깨닫는다. 또 이 순간 강을 건너 재회한 형 에서가 자신을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고 자신이 타향에서 어렵게 이룬 재산과 가정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축복해주는 것을 보면서 야곱은 깨닫는다. 그렇게 에서를 사랑함이 무엇보다 기쁨을, 자신이 그렇게 장자의 권위를 빼앗으려 하고 형의 축복권을 빼앗으려 한 것도 결국은 자신의 주변 소중한 사람들과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야곱 자신은 형제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사랑받고 사랑받은 마음이 더 컸음을 깨달은 것이다. 하나님은 이처럼 야곱에게 깨닫게 한 것이다. 결국 하나님이 야곱과 함께해 그를 구원으로 이끈 것은 야곱의 어떤 존재를 변화시키거나 그를 갑자기 하늘로 올려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의 눈을 밝혀 알게 하신 것뿐이다. 우리가 서로 미워함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함이 더 큼을, 우리가 비록 처음에는 서로의 차이와 단점을 이해 못해 미워하지만, 서로의 잘못과 단점도 차이도 그 사람의 입장과 그 사람의 처한 환경에서 바라본다면, 그 사람의 차이도 또 그릇 행함도 그 사람이 당한 차별과 소중한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잘못에서 비롯됐고, 결국 그 사람의 차이와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알게 되면 그 존재를 품고 끌어안아 주지 않고는 못 배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은 야곱의 삶을 이끌어 그가 깨닫게 한 것이다. 우리 안에 형제를 자기의 목숨보다 사랑함을, 야곱 안에 이미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람이 사랑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있음을 알게 해 야곱과 에서가 서로의 잘못과 과거마저 덮을 만큼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형제를 사랑함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기쁨임을 깨달은 야곱이 형제를 제 몸같이 사랑함으로 구원을 얻게 한다. 야곱이 하나님의 긍휼로 그의 형제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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