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 현대자동차가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개최하는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의 올해 전시 작가로 가나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엘 아나추이(El Anatsui)를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현대 커미션은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목적으로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래 2015년부터 해마다 선보여 온 전시 프로젝트이다.

테이트 미술관이 현대 커미션을 통해 매년 작가 한 명을 선정해 테이트 모던의 중심부에 있는 전시실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전시 작가로 선정된 엘 아나추이는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나이지리아 응수카 대학(University of Nigeria, Nsukka) 강단에 서 온 교육자로, 40여 년간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이어오면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조각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목재나 세라믹, 또는 주변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병뚜껑과 같은 물건들을 활용해 재료와 형태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을 이어왔고, 이를 기반으로 환경, 소비, 무역 등 현대사회의 주요 쟁점들을 탐구하면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버려진 병뚜껑 수천 개를 구리선으로 연결해 길게 늘어뜨린 조각 작품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작된 엘 아나추이의 대표 연작으로, 금속으로 이뤄진 작품임에도 새로운 공간에 설치될 때마다 이전과 다른 형태로 변형돼 설치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평생 공로상을 받은 엘 아나추이는 작업 과정에서 재료로 활용되는 물건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는 물론, 각 지역에서 계승되고 발전돼온 미학적 전통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프란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 테이트 모던 관장은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품 중 하나로 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Ink Splash II, 2012’를 포함해, 엘 아나추이는 최근 미술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인상 깊은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예술가”라면서, “그가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이번 현대 커미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의 국제 미술 큐레이터 오제이 본주(Osei Bonsu), 국제 미술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디나 아흐마드에이예바(Dina Akhmadeeva)가 맡아 진행한다.

‘현대 커미션: 엘 아나추이’ 전시는 오는 10월 10일 개막해 내년 4월 14일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경계 없는 예술적 실험을 지속해 온 예술가 엘 아나추이가 이번 현대 커미션을 통해 예술의 변화 가능성 및 역사적 담론을 보다 입체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