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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35] 극단 기일게의 도날드 마굴리스 작, 박선희 연출 '컬렉티드 스토리즈'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4-12 0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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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기일게의 도날드 마굴리스 작 정윤경 번역 박선희 연출의 컬렉티드 스토리즈를 관람했다.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1954~)는 예일대 출신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다. 루나 파크, 휴식처(Resting Place), 영재(Gifted Children), 땅콩 발견(Found a Peanut), 이 그림이 뭐가 잘못? (What's Wrong with This Picture?,), 모델 아파트(The Model Apartment), 로만 가족의 피크닉(The Loman Family Picnic), 보이지 않는 시력(Sight Unseen),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Dinner with Friends), 뷱수의 신(God of Vengeance), 부류클린 보이(Brooklyn Boy ), 난파 (Shipwrecked!), 시간은 여전하다(Time Stands Still ), 코니 아일랜드 크리스마스 (Coney Island Christmas), 컨트리 하우스(The Country House) 둥을 발표 공연했다.


2000 퓰리처 상 드라마 부문 상(Pulitzer Prize for Drama), 매지 에반스-시드니 킹슬리 상(Madge Evans-Sidney Kingsley Award), 유대인 문학 예술상 (National Foundation for Jewish Culture Award in Literary Arts), 미국 아카데미 예술 문학상(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Award in Literature) 등을 수상한 작가다.


번역을 한 정윤경은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했으며 미국 뉴스쿨 드라마스쿨(The New School for Drama)에서 연기 실기석사(MFA in Acting)를 취득했다. 번역서로 『스텔라 애들러: 입센, 스트린드베리, 체홉에 대하여』, 번역 희곡으로는 〈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 〈비(BEA)〉등이 있다. 출연작으로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 〈헤다〉, 〈삼국유사 프로젝트 - 멸〉, 〈실비아〉 등이 있고, 현재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부에서 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연출을 한 박선희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한양대학교 연극학과 석사 출신이다. 국악뮤지컬 <채선이야기>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오늘, 오늘이>,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연극 <인디아 블로그>, <터키 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컬렉티드 스토리즈>를 연출했다.


<컬렉티드 스토리즈(Collected Stories)>는 단편소설집을 의미한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한 명의 여류작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녀가 스승인 유명 여류 단편소설작가를 찾아가 뵙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스승에게 배우고 토론을 하며 차츰 문학적인 성취를 하고 단편으로 등단을 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혈육 같이 가까움을 보인다. 그러다가 제자는 스승이 이루지 못한 장편소설을 써서 출판을 하게 되고 각종 여론매체에 조명을 받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스승이 밝히기를 꺼리는 어느 남성시인과 스승과의 관계인데다가 성 접촉 장면까지 포함 시켰기에 스승은 분노한다. 결국 그 일로해서 스승과 제자는 이별 같은 단절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여류작가의 서재다. 책장과 장서가 눈길을 끈다, 그림 액자가 여기저기 걸려있고, 책장에는 책이 꽂혀 있다. 방 가운데에 책상과 의자, 탁자와 안락의자, 옷걸이가 있다. 책상위에는 원고지가 잔뜩 쌓여있고, 탁자위에는 전화기가 놓여있다. 상수 쪽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벨소리가 울리면 문을 연다. 하수 쪽은 부엌이고, 그곳에서 술병과 잔을 갖고 온다. 창도 하수 쪽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오래된 집인 듯 미닫이창문을 열고 닫을 때는 음식을 부치거나 뒤집을 때 사용하는 철제 주걱으로 문을 떠받혀야 닫힌다. 탁자 위에는 꽃병이 놓였다. 정면 그림에 영상으로 날짜가 투사된다.


연극은 도입에 작가 지망생이 유명작가이자 교수인 스승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여배우 미아 패로우와 동거를 하다가 한국인 입양 녀 순이와 통정을 하는 바람에 헤어지는 문화계 소식이 교수와 제자의 첫 상면에서 화제가 된다. 스승과 제자는 문학 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마음을 여는 상대로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제자가 등단을 하게 되자 스승과 제자는 축배를 들며 기뻐해 한다. 늘 상 자신감을 가지고 대화를 여는 스승과 주저하듯 멈칫거리며 응답을 하는 제자의 모습이 연출되고, 제자는 작가로 발길을 내딛기 시작한다.


드디어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제자가 장편소설을 발표 출판한다. 그런 후 스승을 찾는다. 그런데 스승은 달가워하지를 않는다. 전에 없이 방문에 철 고리까지 걸고 잠가두었다가 제자가 큰 소리로 찾으니 마지 못 해 열어주는 광경이 연출된다. 그 까닭은 스승과 가까웠던 한 남성시인과의 관계를 소설의 내용으로 그렸고. 그 남성시인의 바람 끼 때문에 헤어진 후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그와의 관계를 밝히기를 꺼렸던 사실을 제자가 장편소설에 성 접촉 장면까지 집어넣어 과장해서 묘사했기에 분노를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실은 단 한 편의 장편도 집필하지 못하고 단편만 발표한 스승의 열등감의 발로이기에. 그 분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스승을 떠나서도 독자적인 활동을 펼 수 있는 제자로서는 결국 스승에게서 돌아서서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윤경과 임유영이 스승인 여류소설가 겸 문예창작과 교수로 더블 캐스팅 되어 교수다운 풍모로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윤소희와 이윤지가 제자인 소설가 지망생으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해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연극에 집중시킨다. 4인의 배우는 공연 별로 2시간 10분 동안 연극을 이끌어 가고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번역 정윤경, 조연출 김영욱, 무대 김미경, 조명 최보윤, 음악 정한나, 의상 강정화, 분장 안혜영, 사진 오승환, 그래픽 디자인 디자인SNR, 제작 기일게, 기획 아트리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어우러져, 극단 기일게의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원작, 정은경 번역, 박선희 연출의 <컬렉티드 스토리즈(Collected Stories)>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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