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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43] 극단 피악, 나진환 각색/연출의 '세자매 죽음의 파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4-26 02:26:57
  • 수정 2023-05-06 09: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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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XV 레퍼토리 시리즈 2 안톤 체홉 작 나진환 각색 연출의 세자매 죽음의 파티를 관람했다.


안똔 체홉(Анто́н Че́хов, Anton Chekhov,1860~1904)은 러시아의 의사, 소설가, 극작가이다. 1867년 고향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를 다닌 후, 1869년 고전 교육을 목표로 하는 타간로크 인문학교에 입학한다.


1879년 8년 과정으로 학교를 졸업함으로써 대학 진학 자격을 얻는다. 같은 해 10월 모스크바 대학의 의학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이 때부터 체홉은 의학공부를 하는 한편 타간로크에서 받는 장학금과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의 잡지에 유머 단편을 쓴다.


1887년 연극 이바노프의 첫 공연이 있기까지 체홉은 문학잡지 《귀뚜라미(Strekoza)》, 《파편(Oskolski)》, 《자명종(Budilnik)》, 《페테르부르크 신문》 등에 100줄에서 150줄로 한정된 짧은 단편과 수필을 썼다. 특히 1883년에는 《Oskolski》에 이주일마다 모스크바의 일상을 스케치하는 컬럼을 맡는다. 체홉의 글은 호평을 받았으며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신진 소설가로서의 명성이 높았다.


1883년 10월부터 의학 졸업시험 준비에 열중하여 다음해 9월 졸업을 했다. 그러나 23세 때 걸린 폐결핵이 체홉의 건강을 늘 위협해 11월에는 요양소에 입원하게 된다. 1884년에는 또한 첫 단편집 《멜포네네의 우화》가 출판된다.


톨스토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체홉은 시베리아, 사할린 섬 여행을 계획하고 1890년 모스크바를 출발한다. 사할린 섬에 유배된 수인(囚人)들의 비참한 생활은 체홉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긴다.


7개월 이상이나 걸려 모스크바에 다시 돌아와 1892년, 교외에 저택을 사서 양친·누이동생과 함께 살게 된다. 의사로서 이웃 농부들의 건강을 돌보거나 마을에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1899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얄타를 마주보는 크림 반도로 옮긴다.


1900년에는 러시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나 스스로 사임하고 1904년에 체홉은 폐결핵으로 44년의 생애를 마친다.


체홉의 만년은 연극, 특히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다. 체홉 자신도 직접 무대에 서서 연기력을 발휘했다.


1887년에 집필한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기교적으로는 <프라토노프>보다 성공적이었고, 다음에 집필한 <숲의 정(精)>이 있고, 단막 <곰>(1888)과 <결혼신청>(1889) 등 뛰어난 희극을 발표 공연했다.


체홉의 명작은 1896년의 <갈매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은 모두 체호프의 대표작이다. 체홉의 작품은 모두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공연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벚꽃동산>은 체호프의 44세 생일에 초연되었다. <세 자매>나 <벚꽃동산>은 체홉의 사후 곧바로 이루어진 러시아 혁명을 예언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나진환은 한양대학교, 프랑스 파리 Patricia Jay 연극학교, 국립 파리 8대학교 연극학 학사, 석사, 공연학 박사다.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극단 피악(PIAC)대표 및 상임연출, 한국연극교육학회이사 및 부편집장, 한국연극학회 편집위원, 한국연극교육학회 편집위원, 100연극공동체 상임운영위원, 포항바다국제연극제 집행위원, Laboratoire d'Ethnoscenologie 연구원, 재불극단 Gamyunnul 대표 및 상임연출 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에드거 알란 포의 불안' '세자매 죽음의 파티' '단테의 신곡 지옥편' ‘악령’ ‘죄와 벌’ ‘저도 변기 받았어요.’ ‘L'Apaiser I'Ame’ ‘Je t'aime milena’ ‘혹은 사람의 꿈’ ‘독백 한마디’ ‘발소리’ ‘변기’ ‘추사연경행’ ‘뭉크의 해피송’ '대심문관와 파우스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 와의 대화'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연극은 춥고 메마른 러시아의 외딴 소도시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군 여단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이주한 세 자매와 그들의 오빠가 살고 있다. 세 자매는 교사인 첫째 올가, 교사인 남편을 두고 있는 둘째 마샤와 이제 갓 스물이 된 꿈 많고 귀여운 아가씨 이리나이다.


원작의 내용은 극의 도입에 막내 이리나의 생일 파티로부터 시작된다. 이날은 일 년 전에 돌아가신 군 부대장 아버지의 기일로 설정이 된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살아 계셨던 고향ㅡ모스크바의 행복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와 비교하고, 가까운 방문객인 군인들과 친할아버지 같은 군의관과 함께 막내의 생일잔치를 벌인다.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는 모스크바에서 자란 교양 있는 여성들이지만 아버지의 이직으로 지방 도시로 온 후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모스크바를 동경한다. 군의관인 체부뜨긴은 세 자매의 어머니를 처녀시절부터 연모한 까닭으로 이 집을 자주 방문해 세 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린다.


세 자매는 체부띄긴을 친 할아버지처럼 대한다. 또한 늙은 하녀이자 유모는 이집에서 젊음을 다 흘려보낸 인물이라 세 딸은 유모를 따뜻하게 대한다. 그러나 세 딸과는 달리 유모는 오라비의 부인 나타샤로부터 냉대를 당한다.


세 자매 중 맏딸인 올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마샤는 남편이 있지만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매력적인 미남인 포병대장 베르쉬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첫 대면부터 눈에서 사랑의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막내 이리나는 모스크바에 가고 싶은 마음에 사랑하지 않는 뚜젠바흐와 약혼을 하지만, 이리나를 남몰래 사랑하는 솔로의이가 뚜젠바흐에게 결투를 신청 한다.


세 자매의 오라비인 안드레이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속물스러운 부인 나따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이 집에서 늙은 하인은 그를 하늘처럼 떠받들며 온갖 시중을 다 든다. 이윽고 마을에서 군대가 떠나면서 마샤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베르쉬닌은 가족에게 돌아가고, 이리나의 약혼자는 뚜젠바흐는 이리나와 모스크바로 출발 직전에 결투로 솔로늬이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세 자매는 사랑과 꿈을 모두 상실한 듯 보인다. 그러나 대단원에서 세 자매는 다시 새 삶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며 떠나가는 군대의 행진곡에 맞춰 가슴을 활짝 펴고 창창한 앞날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에서 원작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3면이 적색의 휘장으로 되어있고, 휘장 사이로 등퇴장을 한다. 휘장 사이마다 마이크를 설치하고 출연진이 사용을 한다. 10개의 적색의자를 극의 진행에 따라 출연진이 옮겨가며 그 위로 걷거나 앉거나 연기를 하고, 중앙에 화초 화분이 있고 천정에서 분수로 물을 쏟아내리는가 하면, 화분을 치우고 의자를 그 자리에 놓아 출연진이 물을 비맞 듯 전신에 맞으며 연기를 한다. 또한 안개를 무대 좌우에서 뿜어내기도 하고, 적색의 자전거가 3대 등장하기도 한다. 무대 상수 중앙 휘장 가까이 피아노가 놓이고, 출연진이 아코디온을 들고 등장하기도 한다. 유모차가 등장을 하고, 식탁과 식기 그리고 바구니, 그리고 손잡이 달린 양철통, 와인이 소품으로 등장하고, 물 뿐 아니라 와인을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대단원에는 권총 여러자루를 출연진이 소지하고 등장해, 나타샤만 제외하고 각기 자신에게 피스톨을 쏴 쓰러지면 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 공연에서는 Theatre Dance라는 나진환의 연출수법으로 진행된다. Contemporary Theatre Dance로 출연진의 동선이 설정되고, 빠담 빠담 빠담 같은 샹송과 동시대의 음악이 피아노 연주와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출연진의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 창출이 된다.


김소희가 올가, 한윤춘이 베르쉬닌, 김미숙이 체부띄낀, 리다해가 마샤, 이천영이 뚜젠바흐, 김 찬이 안드레이, 권혜원이 이리나, 안예진이 나타샤, 전현철이 솔료늬이, 양수연이 안피사, 김병춘이 체부띄낀 등 출연한다. 출연진의 열정을 다한 heatre Dance는 물론 성격창출과 감정설정 그리고 온 몸을 무대위에 굴리며 물과 와인을 뒤집어 쓰는가 하면 율동미 넘치는 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열연으로 관객을 3시간 동안 극에 몰입을 시키며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임일진, 조명 여국군, 안무 박호빈, 분장 최서연, 예술자문 김흥모, 제작PD 조준희, 협력연출 기획팀장 김 찬, 기획 김자빈, 무대감독 박인혁, 조연출 황건웅, 음향오퍼 이승현, 사진작가 이강물, 그래픽디자인 박장현, 무대어시스트 배주희, 영상촬영 비포스튜디오, 후원 뿌쉬낀하우스 등 스텝진의 기량도 하나가 되어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XV 레퍼토리 시리즈 2 안톤 체홉 작 나진환 각색 연출의 세자매 죽음의 파티를 새 시대 연극정신에 부합하는 독창적인 공연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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