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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44] 국립극단, 김광보 연출 '벚꽃동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5-06 09: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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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안톤 체호프 작 오종우 역 김광보 연출의 벚꽃동산을 관람했다.


안톤 체호프(영어 Anton Pavlovich Chekhov, 1860~ 1904)는 의사, 소설가, 극작가다. 체호프는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다.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이기도 했다. 1887년에 쓰여진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희곡 <프라토노프>와 <숲의 정(精)> 실패는 체호프의 극작을 한때 멈추게 했으나, 이 무렵에 쓰인 단막극 <곰>(1888)이나 <결혼신청>(1889) 등은 다행히 성공을 거두었다. 체호프의 본격적인 극작은 1896년의 <갈매기>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 및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은 모두 체호프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근대극 가운데 걸작이며 새로운 형태의 회화극(會話劇)을 확립했다.


번역을 한 오종우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으며 러시아연극연구회를 창설해 체호프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있다.


오종우는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들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예술의 현재적 가치를 강의하고 있다. 왜 예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을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보이는 것 너머를 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이 책의 기반이 된 강의인 ‘예술의 말과 생각’은 성균관대학교 최고의 명강으로 꼽히며 성균관대 티칭어워드(SKKU Teaching-Award)를 수상했다.


김광보(1964~)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부산 금성고등학교, 대경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의 연출가다. 2007~2010 서울연극협회 이사, 2008 중앙대학교 연극과 시간강사, 2009 공연예술아카데미 연출과 책임교수, 2009~2011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2012~2017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회장, 2015~2020 서울시극단 단장을 역임했다. 또 1996 문화체육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9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12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2012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4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6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한 한국연극의 주춧돌이다.


<벚꽃동산(러시아어: Вишнёвый сад)>은 몰락한 귀족가문에서 재배하던 벚나무 동산을 지칭하고 백과사전에도 등재된 명소다. 후에 이 벚꽃동산을 구입한 농노의 아들인 자본가에 의해서 베어진다. 4막으로 구성되고, 1막은 농노의 아들이지만 자본가로 성장한 로빠힌과 하녀 두나샤가 라넵스까야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오라버니 가예프와 누이 라넵스까야, 그리고 그녀의 외동딸 아냐가 귀향하면서 귀족가문의 영지 벚꽃동산이 소개가 되지만, 제정 러시아의 붕궤와 공화정의 태동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귀족의 모습이 체홉의 눈을 통해 감성적으로 그려진다. 귀족가문의 영지인 별장과 벚꽃동산이 부채로 인한 경매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심정이 그려지면서 1막은 끝이 난다.


2막에서는 주인공 가족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등장하고, 2막에서는 영주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별장지가 팔려나갈 이 시점에 라넵스까야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금화를 주고 마는데, 어려운 상황에도 영지를 지켜온 그녀의 수양딸 바랴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농노출신 부호 로빠힌을 좋아하는 바랴, 라넵스까야도 두 사람이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고, 외동딸 아냐가 이 고장의 만년 대학생 뻬쨔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장면에서 2막은 마무리된다.


3막에서는 집안에 파티가 열려 음악과 분주한 분위기로 극이 시작된다. 라넵스까야의 오빠인 가예프는 별장 경매장에 로빠힌과 함께 떠나 소식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라넵스까야는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별장지가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 집안이 떠들썩해 진다. 가예프와 로빠힌이 등장하고 가예프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로빠힌은 차근차근 경매장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고 결국 자신이 벚꽃 동산을 샀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쁨을 토한다. 그런 상황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달라, 묘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모두 홀을 떠난 이 자리에 라넵스까야만 남아 울고 있다. 외동딸 아냐가 다가와 엄마를 위로하며 애써 밝은 미래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3막은 마무리된다.


4막에서는 라넵스까야의 가족들과 하인들이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라넵스까야와 가예프 남매는 저택을 바라보며 미련을 보리지 못하고 차마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다독인다. 라넵스까야는 수양딸 바랴가 로빠힌과 맺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로빠힌과 바랴는 맺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현관문에 못질을 하고 모두 떠난 영지 저택 에서 늙은 하인 피르스가 소파 뒤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보려 애쓰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체념한 듯 조용히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듯싶은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유리로 된 고층건물처럼 무대 삼면벽을 일정한 간격으로 연결사킨 기둥에 창 같은 조형물을 부착시키고 마지막 장면에도 프로씨니엄 아치를 막대신 창을 내려 마무리를 한다. 무대좌우 창 사이로 통로가 있어 출연진의 동선으로 사용된다. 중간막으로 백색의 휘장을 사용하고 천정에 샹들리에를 매달아 놓았다. 출연진의 의상에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띄고, 함께 추는 왈츠의 율동은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 장면 중간에 내뿜는 분무라든가, 대단원에 천정에서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벚꽃잎은 장엄하기까지 한 느낌이다.


백지원이 라넵스카야, 이승주가 포파힌, 정슬기가 바랴, 이다혜가 아냐, 강신구가 가예프, 윤성원이 트로피모프, 곽은태가 시메오노프, 하지은이 샤를로타, 송철호가 에피호도프, 홍지인이 두나샤, 박상종이 피르스, 장석환이 야샤, 박진호가 부랑인 역장 등으로 출연하여 리얼리즘 연극에 걸맞는 자연스런 열정과 기량을 다한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가 관객의 우레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박상봉, 조명 김창기, 의상 유미양, 음악 옴브레, 사운드 목소,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안무 이경은, 조연출 김하늬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도 하나로 반영되어 국립극단의 안톤 체호프 작 오종우 역 김광보 연출의 벚꽃동산을 관객의 기억에 영원히 아로새겨질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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